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지회장 불법선거 ‘복마전’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지회장 불법선거 ‘복마전’
  • 이성교 기자
  • 승인 2020.03.26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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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및 지회장 선거에서 비밀투표 대신 ‘불법’ 공개 추대
‘회장 불법 선거’ 소송전…선거규정에 “위반시 당선 무효”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정윤숙 회장이 2019년 1월 29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19년 정기총회 및 협회장 이·취임식’에서 협회기를 흔들며 취임 축하를 하고 있다.(사진=한국여성경제인협회 제공)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정윤숙 회장이 2019년 1월 29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19년 정기총회 및 협회장 이·취임식’에서 협회기를 흔들며 취임 축하를 하고 있다.(사진=한국여성경제인협회 제공)

[베이비타임즈=이성교 기자]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법정단체인 한국여성경제인협회(회장 정윤숙)가 협회장 및 지회장 선거 절차와 자격을 놓고 소송전을 벌이며 심각한 분열에 빠졌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이하 여경협)가 협회장 및 일부 지회장 불법 선거 논란으로 사분오열 갈라져 ‘여성기업 지원’이라는 설립목적에서 벗어나고 있음에도 감독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는 ‘수수방관’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중기부는 수십억원의 국고가 지원돼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여경협이 협회장 선거 관련 정관 개정 서류를 허위로 제출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묵인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26일 여경협 및 회원들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임기를 시작한 정윤숙 협회장은 찬반 투표도 없이 동의 및 제청 등 공개 투표 방식으로 뽑혀 정관 및 규정을 위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여경협회장을 선출하기 위해서는 여경협 정관 및 선거관리규정에 따라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무기명 비밀투표로 진행해야 함에도 그 절차를 지키지 않아 회장 당선이 무효라는 것이다.

여경협은 지난 2018년 12월 17일 임시총회를 열고 무기명 비밀투표를 하는 대신에 동의, 제청하는 방식으로 당시 정윤숙 수석부회장을 제9대 협회장으로 추대했다.

문제는 이날 정윤숙 부회장을 회장으로 뽑은 선거 절차가 여경협 정관 및 선거관리규정을 위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경협 선거관리규정은 제5조(선관위 설치) ①협회의 선거사무를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하여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라 한다)를 둔다고 못박고 있다.

또 제12조(추천과 신청) ①회장 및 수석부회장으로 출마하고자 하는 자는 후보 등록서류를 구비하여 지회수 3분의2 이상에 해당하는 지회의 각 지회별 회원 2인 이상의 추천을 받아 선관위에 후보등록을 하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제13조(회장선거)에서는 회장 및 수석부회장은 무기명비밀투표로 선출한다. 다만, 단독 출마 시에는 참석 이사 과반수의 찬성을 얻은 자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 및 수석부회장 선거 절차를 명시한 여경협 선거관리규정. 협회장 선출을 위해서는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후보등록을 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 및 수석부회장 선거 절차를 명시한 여경협 선거관리규정. 협회장 선출을 위해서는 선거관리위원회 구성, 후보등록, 무기명비밀투표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회장 선거를 위한 선거관리규정에 따르면 선거관리위원회를 설치하고 회장 후보자는 선관위에 후보등록을 해야 하며, 무기명비밀투표로 ‘공정하게’ 선거를 해야 한다.

그러나 현 정윤숙 회장은 당시 여경협 한무경 회장이 주재하는 임시총회에서 후보등록을 하지 않은 채 추대돼 동의, 제청하는 방식, 즉 공개적으로 의견을 물어 회장으로 뽑혔다.

또 정관과 선거관리규정을 위반하고 불법으로 뽑힌 지회장들이 정윤숙 회장을 선출한 임시총회에 당연직 이사와 대의원 자격으로 참여해 선거권을 행사한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협회장 선거에서 절대적인 투표권을 갖고 협회 당연직 이사 지위가 주어지는 17개 지회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도 불법이 난무했다는 것이다.

선거관리규정에는 지회장을 선출할 때 지회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지회총회에서 무기명비밀투표로 지회장을 선출해야 함에도, 협회는 지회수석부회장을 찬반 투표 없이 차기 지회장으로 추대할 것을 각 지회에 공지하는 등 협회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불법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여경협 정관과 선거관리규정을 위반해 자격 논란이 불거진 지회장들이 협회장 선거에 참여해 역시 선거관리규정을 위반해 ‘불법’인 자동추대 방식으로 정윤숙 협회장을 뽑은 것이다.

여경협 선거관리규정은 당연직 이사 자격과 회장 선거권이 주어지는 지회장 선거와 관련해서도 지회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제16조), 후보등록을 받아야 하며(제18조), 지회회장과 지회수석부회장은 지회총회에서 무기명비밀투표로 선출한다(제19조)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 여경협 전남지회와 제주지회는 자동추대 방식으로 선출돼 구성된 본회 이사회에서 회장을 추대하고 동의, 제청하는 방식으로 결정하는 것은 정관과 선거관리규정을 위반한 불법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전남지회의 경우 여경협의 ‘지회 수석부회장을 지회장으로 추대하라’는 지시를 따르지 않고 지회임시총회를 개최해, 부석부회장이 아닌 다른 회원을 지회 회장으로 선출했으나 당시 수석부회장이 ‘지회장지위확인소송’을 제기하면서 송사에 휘말렸다.

재판 결과, 법원은 “찬반투표를 거쳐 수석부회장을 차기 지회장으로 승인하는 것은 맞다”면서 “그러나 정관 및 규정에 회장 및 임원 선출시 선관위를 구성하게 되어 있고, 이사회 절차를 밟아 임시총회를 개최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절차상 하자로 신임 지회장은 당선 무효, 수석부회장은 지회장이 아니다”고 판결했다.

전남지회 지회장 선거 관련 판결은 여경협 정윤숙 회장을 선출한 지난 2018년 12월 임시총회의 ‘회장 선거 불법’ 논란에도 원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정관 및 선거관리규정에 여경협 회장 선출 시 선관위를 구성하게 되어 있고 출마자는 선관위에 후보등록을 해야 하며, 임시총회를 개최해 회장을 무기명 비밀투표로 선출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절차상 하자로 현 정윤숙 회장은 당선 무효가 된다는 것이다.

여경협 선거관리규정 어디에도 협회장과 지회장을 선출할 때 선관위 구성도 않고 후보등록 절차도 생략한 채, 무기명 비밀투표가 아닌 공개 투표에서 추대하거나 동의 제청하는 방식으로 뽑는다는 조항은 없다.

오히려 회장과 수석부회장, 지회장 및 임원 등이 불법 선거로 당선됐을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는 규정은 확실하게 존재한다.

여경협 선거관리규정 제23조(당선무효)는 “당선인이 정관이나 규정에 위반하여 당선된 것으로 확인된 경우 그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밖에도 여경협은 정관과 규정을 무시한 채 남서울지회 신설을 시도하다가 박영선 중기부 장관으로부터 경고장을 받기도 했다.

여경협은 지난해 ‘남서울지회’(가칭) 신설 안건을 승인했다. 하지만 지회를 분할 설립하려면 이미 설립된 지회의 의견을 수렴하도록 정관에 명시돼 있음에도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이 문제가 돼 남서울지회 설립은 무산됐다.

익명의 여경협 지회 간부는 “협회장을 비롯해 다수의 지회장들이 자동추대 방식 등 정관 및 선거관리규정을 위반해 뽑혀 소송전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여경협이 공적인 단체로 운영돼야 하는데 회장의 리더십 부재로 퇴보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여경협 고위 간부는 “협회장 선거규정에 따라 적법한 절차를 거쳐 추대 형식으로 정윤숙 회장이 선출됐다”면서 “다른 협회들도 회장을 경선제가 아닌 추대 방식으로 뽑는다”고 해명했다.

여경협 회장 및 지회장 선출과 관련해 소송전과 갈등이 깊어지면서 현 집행부 출범 1년 넘게 여러 지회에서 심각한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다.

정윤숙 회장은 2019년 1월 취임하자마자 회장 선출방식을 놓고 여경협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김모 전 전남지회장과 양모 전 제주지회장을 윤리위원회에 회부해 6개월 자격정지 처분을 내리게 했다.

제주지회에서는 지회장이 지회총회에서 정식적으로 뽑힌 지회감사를 임의로 자격 박탈했다가 소송에서 패하는 등 여경협 조직이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노출하고 있다.

수십억원의 국고가 지원돼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여경협이 집행부의 선거를 둘러싼 소송전에 매몰되고 불협화음을 내면서 ‘여성기업을 지원한다’는 설립 취지는 벌써 뒷전으로 밀린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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