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경제인협회, ‘국회의원’ 위한 정치단체 전락했나
한국여성경제인협회, ‘국회의원’ 위한 정치단체 전락했나
  • 이성교 기자
  • 승인 2020.03.2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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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무경 명예회장,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3번 공천 ‘국회의원 꿈’
현 정윤숙 회장, 새누리당 국회의원 출신…선거 소송전 휘말려

[베이비타임즈=이성교 기자] 수십억원의 국고보조금이 지원돼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한국여성경제인협회(회장 정윤숙)가 ‘국회의원’을 위한 정치적 단체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법정단체인 한국여성경제인협회(이하 여경협) 정관은 ‘협회는 정치에 관한 모든 행위를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음에도, 직전 여경협 회장을 역임한 한무경 명예회장은 정관을 무시하고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공천을 받았다.

지난해 1월 여경협 회장에 취임한 현 정윤숙 회장은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출신으로,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없이 추대 형식으로 회장에 당선돼 ‘정관 위배 불법 선거’ 비판을 받고 있다.

미래한국당이 23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40명의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확정한 가운데 최근까지 여경협 회장을 한 뒤 명예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무경 회장은 순위 3번을 받았다.

한무경 회장은 한선교 전 대표 및 공병호 전 공천관리위원장 체제에서 16일 발표된 1차 명단에서는 당선권에서 한참 먼 39번을 받았으나, 모(母)정당인 미래통합당에서 영입한 인사들이 대거 약진한 가운데 무려 36명을 제치고 확실한 ‘당선권’에 진입했다.

이는 한무경 회장 개인적으로는 대단한 영광일 수 있지만, 국고가 지원되는 ‘법정단체’인 여경협의 회원이면서 명예회장이라는 점에서는 ‘정관을 위반한 정치활동’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또 정윤숙 현 회장은 일부 회원의 ‘정관 무시’ 정치 활동을 제어하지 못하고 정관 및 규정을 위반하도록 방치함으로써, 조직 관리의 허점을 노출하고 여경협의 ‘정체성’ 훼손을 불렀다는 책임을 면하지 못할 전망이다.

여경협 정관 제4조 제1항은 “협회는 정치에 관한 모든 행위를 할 수 없다”고 못박고 있다. 제4조 제2항에서는 “협회의 임원 및 회원은 협회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거나, 협회를 이용하여 정치활동을 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무경 명예회장은 여경협 정관에 ‘정치활동금지’ 조항이 명확히 존재함에도 지난 2016년 2월 여경협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의 공천관리위원으로 활동해 정관을 위반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는 2019년 1월 2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제8대 한무경 회장 이임식 및 제9대 정윤숙 회장 취임식을 가졌다. 정윤숙 회장이 취임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한국여성경제인협회 제공)
한국여성경제인협회는 2019년 1월 2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제8대 한무경 회장 이임식 및 제9대 정윤숙 회장 취임식을 가졌다. 정윤숙 회장이 취임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한국여성경제인협회 제공)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18년 중기부 국정감사에서 “중기부 산하 법정단체인 여경협이 정치 활동을 할 수 없음에도 특정 정당의 정치행위를 하고, 정관 개정을 통해 회장 선출방식을 비민주적인 ‘간선제’로 바꿨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당시 송 의원은 “한무경 회장은 회장이 당선되면 곧바로 수석부회장을 임명하는 관례를 깨고 1년 11개월이나 임명하지 않다가 정관이 개정되고 난 후인 2017년 11월 정윤숙 수석부회장을 임명했다”며 “처음부터 정윤숙 전 새누리당 의원을 차기 회장에 염두에 두고 정관 개정 작업을 진행해 여경협을 사조직화한다는 비판이 있다”고 지적했다.

송 의원은 또 “이 같은 이유만으로도 특별감사 사유가 차고도 넘친다”며 “여성의 사회적 진출과 경제활동을 위해 여경협은 유일한 법정 단체인데, 특정 정당과 연결됐고 인위적으로 정관을 바꿔 조직 분란을 제공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중기부의 강도 높은 감사를 요구했다.

송갑석 의원이 중기부의 강도 높은 감사와 시정조치를 요구한지 1년 6개월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여경협이 관리 감독 기관인 중기부에 대해 ‘뻣뻣하게’ 나오고 정관을 위반하며 대놓고 정치 활동을 하는 것은, 현 정윤숙 회장과 전임 한무경 회장의 정치 이력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 정윤숙 회장은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출신으로 2019년 1월 취임해 회장을 맡고 있다.

또 한무경 명예회장은 여경협 회장으로 재직하면서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공천을 위한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으로 활동했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특별히 지시해 현직인 한무경 여경협 회장을 새누리당 공관위원으로 발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무경 명예회장은 이번 21대 총선에서는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3번으로 공천을 받았다.

이와 관련, J지회 한 간부는 "여성기업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여경협이 정치인이나 정계 진출을 노리는 사람들의 입지를 다지는 정치적 단체로 변질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여경협은 여성경제인을 우대할 목적으로 1999년 ‘여성기업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된 특별법인이다. 서울지회 등 17개 지회를 두고 있다. 정부 지원금 규모는 74억여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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