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감염병예방법 보상규정에 ‘노인의료복지시설’ 포함해야
[특별기고] 감염병예방법 보상규정에 ‘노인의료복지시설’ 포함해야
  • 김복만 기자
  • 승인 2020.03.20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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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차단 ‘코호트 격리’, 희생 강요·처벌보다 현실적 지원 절실
조용형 (사)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회장
조용형 (사)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회장

경기 군포시의 한 노인요양원에서 1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수도권 노인요양원 입소자 중에서는 처음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수도권에는 2018년 6월 말 기준 서울 525개, 경기 1675개, 인천 354개의 노인요양시설이 운영 중이다. 시설이용 정원은 서울 1만4889명, 경기 5만3548명, 인천 1만2201명 등 수도권에만 약 8만명에 이르며 여기에 종사자 약 4만명을 더하면 총 12만명이 코로나19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어 비상한 대책이 요구된다.

기저질환이 있는 입소자가 대부분인 노인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코로나19가 전염될 경우 그 확산속도는 폭발적이다. 무증상 감염자 때문에 그 위험성은 상존한다.

푸른요양원 등 그간의 집단감염사례가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확진 환자가 코호트 격리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나오는 것도 여기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백신과 치료제가 빨리 개발되거나, 스스로 격리하는 방법이 최우선이다. 현실은 백신과 치료제 개발 소식은 없고 단지, 가을 무렵이나 되어야 시판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고작이다. 그렇다면 사회적 거리를 두는 방법이 차선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회적 거리를 두는 방법은 사람을 덜 만나고, 적정 거리를 유지해 감염 가능성을 공간적으로 줄여보자는 취지다. 문제는 이로 인해 지역경제가 파탄나고 있다는 점이다.

인파로 북적거리던 지역마다 유동인구가 줄어 업소들은 빙하기처럼 얼어붙었다. 이런 현상은 추가적인 연쇄반응을 통해 경제 주체 모두에게 그 냉기를 전달하고 있다.

기저질환이 있는 노인과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는 입소자가 많은 노인요양원은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지방자치단체, 특히 일부 도 단위에서는 자발적 코호트 격리를 권장하고 있다. 그런데 지역마다 온도 차가 극명하다.

충남의 한 요양원은 자발적으로 코호트 격리를 시행했다가 3일만에 중단한 사례가 있다. 경기도가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해 도내 의료거주시설 1824곳에 대해 예방적 코호트 격리를 시행한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13개 시설만 참여하는 등 괴리감이 극단적 수준이다.

상식적으로 코호트 격리는 시설의 감염 확률을 낮추어 확진자 발생, 사망자 속출 등으로 기관 폐쇄라는 리스크를 줄이는 데 사실상 유일한 대책임에도 참여율은 매우 낮다. 이유는 종사자의 처우 문제가 걸림돌이 됐다. 즉, 코호트 격리는 동일집단 격리로 시설의 입소자와 종사자 모두를 일정 기간 시설 내에 격리해 외부와 차단해 감염 위험성을 줄이는 것이다.

종사자들이 24시간 시설 내에서 대기와 휴식 그리고 근무를 연속하게 된다. 문제는 현재 시스템으로는 종사자들에게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종사자들이 24시간 시설에서 기거하면서 휴식을 포기해야 하고, 나아가 가정을 돌볼 수 없는 상황을 당연시하는 것은 큰 문제다. 이는 결국 근로기준법 위반 여부를 놓고 종사자와 시설장 사이에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될 것은 명약관화다.

시설이 노사 대립하는 상태로 정상운영될 턱이 없으므로, 소위 지자체의 거창한 계획이 현장에서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노인요양시설은 정치인의 화려한 대책발표의 수단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처벌하겠다는 발표도 있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19일 브리핑에서 “시설 및 병원의 관리소홀로 대규모 감염병 확산이 확인되는 경우 책임자에 대한 법적 조치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중대본도 20일 행정처분과 구상권까지 청구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시설 내에서 집단감염 사례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겁박보다는 적정지원으로 예방 효과를 높이는 게 답이 아닐까 생각한다. 처벌 압박으로 엄혹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지 그 철학이 궁금해진다.

우리는 어르신을 위해 국가와 지자체의 명령과 협조요청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노사갈등까지 예상되는 상황에서 희생만 강요하고 처벌로 다루는 방식은 가혹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요구한다. 감염병예방법에 노인요양시설이 (자발적) 코호트 격리 시 적정 보상방안을 신설해 보상해야 한다.

시설들이 코로나19 차단을 위해 자발적으로 코호트 격리를 하고 싶어도 제도적 맹점과 행정적 미지원 때문에 이를 결단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칫 시설 내에서 집단감염이 들불처럼 일어난다면 그 파장은 정말 엄청날 것이다.

정부는 노인요양시설이 감염의 또다른 진원지가 되지 않도록 실질적인 코호트 격리 지원 대책과 장치를 시급히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사람이 먼저다.

/ 조용형 (사)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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