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웰치와 GE vs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
잭 웰치와 GE vs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
  • 김완묵 기자
  • 승인 2020.03.04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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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현지시간) 작고한 잭 웰치 전 제너럴 일렉트릭(GE) 회장

 

[베이비타임즈=김완묵 기자] 지난 2일(현지시간) 세계적인 경영자(CEO)로 명성이 자자했던 잭 웰치 GE(제네럴 일렉트릭) 전 회장이 안타깝게 세상을 등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85세로 생을 마감했으니 생각보다는 조금 빠르다는 느낌을 갖는다. 아마도 믿었던 후계자들에게 물려준 GE가 쇠락을 거듭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마음이 편치 않았던 것도 일부 작용을 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세기의 경영자'로 불리던 잭 웰치가 별세한 것과 관련해 "`뉴트론(neutron, 중성자탄) 잭'과 같은 기업 지도자는 없다"고 찬사를 보냈다.

그는 GE에서 1981년 46세에 최연소 회장으로 올라 2001년까지 장수 회장으로 재직하면서 GE를 일등기업으로 성장시킨 히어로였다. 20년 동안 GE 매출을 250억 달러에서 1300억 달러로 늘리는 등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한때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군림하게 했다. 그래서 그는 전문경영인으로서 존경의 대상이 되었고 우상이 된 게 사실이다.

하지만 GE는 이멜트 등 후계자로 회장이 승계되면서 그 번영은 온데간데없고 2010년대 이후에는 급격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지금은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을 뿐 세계적인 기업이라는 위상은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점에서 우리 경제계에서 오랫동안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 오너 체제로 가는 게 좋으냐 아니면 전문경영인 체제가 해답이냐 하는 명제를 다시 떠오르게 한다. 누구든 이에 대한 대답을 쉽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다양한 사례들이 있어 일률적으로 답을 구하기가 힘든 탓일 게다.

GE의 사례만 해도 그렇다. 잭 웰치가 회장으로 재직할 때는 그렇게 잘나가더니 다른 경영자가 바톤을 이어받고는 20년도 안되는 시간에 한 줌의 기업으로 추락하는 모습에서 그 논쟁에 대한 해답을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다만 이런 생각을 해본다. GE가 오너 체제로 경영을 했다면 세계 1위 기업으로 쉽게 오르기도 힘들었겠지만 20년도 안되는 빠른 시간에 몰락의 길을 걸을 수 있었겠는가. 미국의 기업들이 전반적으로 부침이 심하다 해도 너무 심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미국의 기업들이 대체로 성장과 쇠락의 사이클 진폭이 크고 빠르다는 느낌을 갖는데, 이것 역시 전문경영인 체제가 널리 자리잡은 탓으로 여겨진다. 그에 비해 오너 체제가 잘 정착된 일본이나 한국 경제에서는 비교적 그 사이클이 길고 오래간다는 특성을 갖는 듯하다.

그만큼 유니콘 같은 신생기업이 탄생하기도 어렵지만 한번 성장한 기업이 와르르 무너지지도 않는다는 뜻이다.

일본의 도요타가 2010년대 초에 자동차 브레이크 안전 문제로 1000만대가 넘는 차량에 대한 리콜이 발생하며 불량 자동차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바 있다. 오너가 미국에 가서 백배 사죄하는 사태가 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11년 일본 대지진이 발생하면서 '도요타의 시대는 저물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지금 어떤까. 오너가 중심이 돼 그 위기를 단숨에 극복하고 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으로 복귀하는가 하면 어마어마한 순이익으로 일본 경제의 캐시카우가 되어 있지 않은가. 소니만 해도 그렇다. 이 역시 전자산업에서 디지털 기술이라는 흐름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경쟁 대열에서 밀려나 금방이라도 망할 것처럼 회자됐지만 지금은 어떤까. 다시 스마트폰 카메라 이미지센서 등을 기반으로 부흥해 여전히 존재감을 과시하지 않나 하는 점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삼성전자 오너십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삼성전자 오너십에 대해 공격을 하고 어떻게든 재벌 체제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런 주장이 현실화됐을 때를 생각해보자는 의미다.

미래 성장동력을 찾아 과감하고 기민한 움직임이라든지, 위기가 왔을 때 생명력 있게 지속 성장할 수 있는 저력은 아무래도 도요타나 소니의 사례처럼 오너십이 강력하게 뒷받침될 때 가능할 것이다.

또 하나 삼성전자에서 강력한 오너십이 없었다면 지금의 성장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하는 근본적인 물음도 해볼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는 사실 우리 경제의 성장곡선과도 그 궤를 함께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경제가 지금 3만2000달러 정도의 1인당 국민소득을 기록하고 있는데, 만일 삼성전자가 지금처럼 성장하지 못했다면 그 수준은 2만 달러 정도에 그쳤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대만 경제가 우리보다 과거에는 앞섰다가 현재는 우리보다 뒤진 2만5000달러 수준의 국민소득을 기록하고 있는데, 아마 삼성전자가 없는 우리 경제는 이런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을 것이라는 예상도 해본다.

잭 웰치의 서거를 맞아 좋은 기업을 만들고 지속 가능한 체제로 가는 게 얼마나 중요한 과제인지를 다시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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