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리그? 펜싱으로 준비한다"
"아이비리그? 펜싱으로 준비한다"
  • 백지선
  • 승인 2014.06.0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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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2012 런던올림픽에서 펜싱강국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금메달리스트 김지연 선수의 ‘발펜싱’은 세계스포츠인의 이목을 주목시켰다. 또 경기마다 짜릿한 역전승을 선사해 보는 이들은 손에 땀을 쥐며 그를 응원했다.

하지만 한반도 밖에서만 펜싱강국일뿐, 국내에서 펜싱을 하는 사람은 선수뿐이다. 펜싱에 대한 편견과 펜싱을 접할 수 없는 구조가 펜싱 저변 확대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남 엄마들은 아이들이 펜싱을 배우길 바란다. 아이들이 성장해 더 넓고 높은 곳을 향해 꿈을 펼칠 때 어렸을 때 배운 펜싱이 도움 될 것으로 굳건히 믿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이비리그나 그에 준하는 명문고 입시를 계획하고 미리 펜싱을 배우는 아이들이 다수다.

베이비타임즈는 강남펜싱클럽 이원석 대표를 만나 어린이 펜싱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며 펜싱클럽 또한 펜싱 저변 확대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 알아봤다.

▲ 강남펜싱클럽 이원석 대표

 


◇아이비리그 진학 디딤돌, 어린이펜싱

Q. 강남에서 어린이펜싱이 인기라는 소문을 들었다. 어린이들이 펜싱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A. 강남펜싱클럽 이원석 대표 : 강남 8학군 엄마들은 자녀의 아이비리그 진학을 목적으로 펜싱을 가르친다. 아이비리그는 SAT 만점을 받는다고 해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만약 아이들이 아이비리그 진학 커트라인 점수를 넘었을 때, 외국에서의 펜싱대회 입상은 가산점이 될 수 있다. 또는 취미나 특기가 펜싱인 아이들이 아이비리그 진학을 원할 때 다른 종목을 배우는 것보다 좀 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 펜싱을 가르칠 때는 쉽게 따라올 수 있도록 따로 프로그램을 짠다. 또 장비를 대여해, 장비에 대한 부담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한다. 더불어 영어로 펜싱을 가르치며 교육 효과를 높이기도 한다.

다만 국내에는 인프라가 많이 없어 펜싱 교육에 있어 어려움 점이 많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북미나 유럽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싱가폴 등 우리가 선진국이라 불리는 대부분의 국가에는 펜싱인구가 많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연습할 수 있는 장소조차 찾기 힘들다.

▲ 제1회 대한펜싱협회장배 그링프리대회에서 금메달 수상한 강남펜싱클럽소속 이도협 학생

 


◇펜싱은 체스와 권투를 합친 운동!

Q. 어린이들이 펜싱을 배웠을 때 긍정적 효과나 장점이 있다면 알려달라.

A. 강남펜싱클럽 이원석 대표 : 펜싱은 신체균형을 잡아주는 운동이며 스트레칭 효과가 있다. 즉 성장판을 자극해 키가 크는 데 좋은 운동이다. 어떤 이는 펜싱을 두고 ‘체스+권투=펜싱’이라 부른다. 체스는 가진 수를 갖고 싸우는 게임이고 권투는 체력 소비가 큰 게임이다. 펜싱은 이 두 가지를 합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펜싱은 운동량이 많다. 또 경기 내내 집중해야 하기에 집중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펜싱의 가장 기본인 플뢰레의 경우, 룰이 어려울뿐더러 경기 용어가 프랑스어다. 펜싱은 룰을 이해하면서 게임을 이해해야 하는 운동으로, 자기에게 이점이 되는 기술을 골라 상대에게 그 기술을 쓰며 승점을 따는 방식이다. 그래서 게임을 하는 내내 집중을 해야 승리할 수 있다. 아이들 역시 이기기 위해 체력을 키우고 게임에 집중한다. 이는 결국 아이에게 체력 및 집중력 향상이라는 효과를 준다.

Q. 펜싱은 ‘칼’을 가지고 하는 게임이다. 엄마들은 안전사고를 걱정할 것이다. 이부분에 대한 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

A. 강남펜싱클럽 이원석 대표 : 펜싱을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안전교육을 가장 많이 신경 쓴다. 먼저 칼 소지는 보호장비 다음이다. 보호장비를 입기 전에는 칼을 소지할 수 없도록 한다. 보호장비는 안전하기 때문에 입고난 후 칼을 소지해도 크게 다치는 일이 없다. 물론 실전 연습을 하다보면 멍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타박상에 가까우며, 지금까지 안전사고가 일어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피스트 위에서 두 아이가 경기를 할 때 다른 아이들은 이를 지켜봐야 한다. 이때 칼을 만질 수 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경기관람 시 칼을 미리 자신 앞에 둘 것을 공지한다. 이런 사소하지만 중요한 룰들이 지켜질 수 있는 건 별점제를 병행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수업태도가 나쁠 때마다 그동안 받았던 별점을 제거하는데, 아이들은 이 별점에 무척 예민하게 반응한다(웃음). 말로 하는 교육보다 별점제를 운영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별점을 많이 획득한 아이에게는 장비를 주는 등의 포상이 이뤄져 아이들에게도 룰을 지키는 것에 대한 동기부여가 된다.

아이들은 펜싱 가운데서도 펜싱의 기본인 플뢰레 수업을 듣는다. 플뢰레 칼 끝은 뭉특하다. 손가락으로 누를 수 있을 정도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날카로운 칼과 다르다. 

▲ 실제 경기에서 사용하는 펜싱 플뢰레 종목 칼. 끝이 뭉툭하다.

 


◇‘발펜싱’ 체력소모 큰 만큼 민첩성 ↑

Q. 장비와 레슨 비용은 어떻게 되나? 개인적으로 알아본 바에 의하면 장비 구매에 드는 비용이 150~200만원이더라.

A. 강남펜싱클럽 이원석 대표 : 학생의 경우, 풀세트 장비 구입 시 60~70만원 든다. 물론 좋은 장비다. 개별장비로 보면 도복이 35만원 정도며 한 번 사면 3~4년 입을 수 있다. 마스크 10만원 안팎, 칼 10만원, 와이어선 5만원 정도다. 성인의 경우, 풀세트 장비 구입 시 120~130만원대다. 펜싱 장비는 국내에서 제조하지 않아 모두 미국이나 이탈리아 등의 수입제품이다.

펜싱 장비는 한 번 구입하면 반영구적으로 사용가능하다. 또 새 것보다 낡은 것이 훨씬 멋 있고 길이 들어 있어 사용하는 데 좋다. 클럽마다 다른데, 우리 클럽의 경우 장비 구매를 부담스러워하는 아이에게는 장비를 대여해준다. 하지만 대회에 참가할 때는 본인 장비로만 참가 가능하다.

레슨비는 업계 평균 월 4회(주 1회*4번) 20~25만원 정도다. 전략적으로 컨설팅하는 그룹레슨의 경우 시간당 10~20만원 정도다. 일반 학생으로 취미반 수강일 경우 1시간 30분 수업에 4~5만원선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Q. 지난 올림픽에서 ‘발펜싱’이 화제였다. 아이들에게도 발펜싱을 가르치나?

A. 강남펜싱클럽 이원석 대표 : 물론이다. 한국 선수들이 발펜싱으로 승부를 걸었던 이유는 다른 나라 선수들에 비해 체구가 작기 때문이다. 펜싱은 키가 크고 팔다리가 긴 사람이 유리한 운동이다. 하지만 발을 빨리 움직이면 체구가 작아도 오히려 공격과 수비에 유리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체력이 받쳐준다는 전제조건이 성립돼야 한다.

우리 클럽 펜싱 수업시간은 총 1시간 30분이며 △20분 : 놀이를 통한 체력훈련, △40분 : 기술과 스텝 개인레슨, △30분 : 실전게임으로 나뉜다. 신체조건과 더불어, 펜싱경기에서는 왼손잡이 선수가 유리하다. 왼손잡이 선수는 오른손잡이 선수를 많이 만나 이에 익숙하지만, 오른손잡이 선수는 왼손잡이 선수를 자주 만나지 않아 왼손잡이 선수와의 경기가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이런 부분을 이미 알고 있는 학부모는 아이에게 처음부터 왼손으로 펜싱을 배우도록 한다.

▲ '아빠 어디 가?' 출연한 윤후 군 펜싱 체험 모습.

 


◇펜싱, 초보도 실전 게임 뛰기에 지루하지 않아

Q. 한국 펜싱인구가 적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국내 펜싱인구는 얼마나 되나?

A. 강남펜싱클럽 이원석 대표 : 1년동안 5~6번의 펜싱대회가 열린다. 한 펜싱대회에 참가한 성인은 5~70명가량 됐다. 학생은 200명가량 출전했다. 참고로 이 펜싱대회는 SK주최로 열렸고 펜싱대회치고 규모가 꽤 컸다. 펜싱동아리가 있는 대학은 국내 딱 4곳이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경기대다. 펜싱인구가 얼마나 적은지 보여주는 단면이다. 펜싱이 알려지지 않는 건 펜싱을 접할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또 장비가 보급되지 않은 점, 배우는 데 시간이 걸리는 점도 그 이유다. 하지만 펜싱은 검도처럼 한 가지 동작을 계속 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처음 배울 때부터 게임을 뛰는 스포츠다. 다만 기술과 자세를 계속 배워나가야 한다.

Q. 펜싱인구 확대를 위해 클럽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A. 강남펜싱클럽 이원석 대표 : 일단 대회 개최를 많이 하기 위해 애쓰며 펜싱이 생활체육으로 확대되기 위해 노력한다. 배드민턴의 경우 한 기업에서 배드민턴 저변 확대를 위해 무상지원을 하는 등 많은 노력을 쏟았다. 그 결과, 배드민턴은 대한민국의 생활체육으로 자리잡았다.

우리 클럽 역시 성인펜싱동호회를 운영해 성인들에게 펜싱을 가르치고 있다. 월 5~10만원에 이용가능하며 여기에는 장비 대여와 코치 레슨도 포함됐다. 사실상 재능기부에 가깝다. 펜싱초보자들은 힘을 너무 줘서 칼을 잘 망가뜨린다. 이를 고치고 케어하는 것은 대여자의 몫이다. 현재 펜싱성인동호회 회원은 200명 가량 되며 매일 20~30명의 회원이 꾸준히 나와 참여하고 있다. 오는 15일 강남구펜싱연합회 펜싱대회를 처음 개최한다. 대회가 늘어나면 펜싱인구도 늘어날 거라 기대한다.

▲ 외국인학교 아이들 수업 사진.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강남펜싱클럽 이원석 대표 : 아이들은 펜싱을 좋아한다. 하지만 엄마들은 펜싱이 그저 비싼 운동이라고만 생각한다. 또 쉽게 배울 수 없는 운동이라 여긴다.

펜싱이 비싸고 쉽게 배울 수 없다는 것은 편견이다. 매우 재밌는 운동이며 아이들의 지능발달과 집중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이어 펜싱을 즐기는 인구가 더 많이 늘어나길 바란다.  

▲ 프랑스인 선생님 펜싱수업 지도중

 


<프로필>

강남펜싱클럽 이원석 대표

현 강남펜싱클럽 대표이사
현 펜싱코리아 대표이사
보스톤 펜싱 맴버
국내 외국인학교 펜싱 스쿨 창설 (KIS한국외국인학교, 덜위치 컬리지 외국인학교)
강남서초 펜싱 연합회 창립
연예인 펜싱팀 감독
경기대학교 펜싱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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