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산업 위기국면...한진칼 경영권 분쟁 옳지 않다
항공산업 위기국면...한진칼 경영권 분쟁 옳지 않다
  • 김완묵 기자
  • 승인 2020.03.02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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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 회장은 지난달 4일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지지를 받아 경영권 방어에 힘을 싣게 됐다.

 

[베이비타임즈=김완묵 기자] 세계 각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면서 항공산업이 위기국면을 맞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중국 다음으로 환자가 많을 정도로 감염증이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인구 100만명당 비율로 봐서는 우리나라가 이미 중국을 추월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는 코리아 포비아가 형성되고 80여 개 국가에서 한국발 항공기 입국을 불허하거나 제한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 한국으로 오는 항공편도 하나둘 끊기고 있다. 그야말로 세계 항공지도에서 우리나라가 지워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국내 항공산업으로서는 유례가 없는 위기국면을 맞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잠재워질지도 기약할 수 없는 상태다. 비행기가 있어도 운용할 수 없는 시간이 길어지면 항공산업에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그렇지만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의 모회사인 한진칼에서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KCGI가 주식을 사 모으면서 경영권 분쟁이 수년째 이어지더니 최근에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포함된 3자연합(KCGI-반도건설-조현아)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연임에 반기를 들면서 확산 국면을 맞고 있다.

오는 25일 열릴 예정인 한진칼의 주주총회에서는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이 걸려 있는데, 이를 저지해 경영권을 박탈하겠다는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항공업계의 위기와는 관계없이 일전불사의 전면전 양상이 불을 뿜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한진칼의 주가는 최근 급등세를 보여 코스피나 코스닥이 죽을 쑤고 있는 시황에서도 '독야청청'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회사의 미래가치가 좋아 보여서 주가가 홀로 올랐기보다는 시장가치와 거의 무관한 경영권 다툼이 결국 주가를 산으로 올려보냈다는 설명이 타당할 것이다.

이제 양 진영은 더 이상 경영권 다툼에 몰두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위기국면에서 회사가 안정적이며 지속적으로 성장해갈 수 있을지에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 과거 미도파를 둘러싼 경영권 분쟁은 타산지석이다.

1996년 무렵 신동방그룹이 미도파백화점을 겨냥해 적대적 M&A를 하려고 하자 당시 대농그룹은 이를 막기 위해 전 그룹의 가용 자원을 모두 동원했고, 이 때문에 회사가 경영부실에 빠지는 원인이 됐다. 신동방그룹 역시 이 싸움에 힘을 소진해 부실의 늪에 빠지기는 마찬가지였다.

지금도 상황은 유사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항공산업이 위기국면에 빠진 가운데서도 아시아나항공은 새로운 경영주를 맞으면서 호시탐탐 항공산업 1위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을 것이다. 2002년 엉뚱하게 롯데가 미도파를 인수했듯이, 지금의 혼란을 기회로 보는 상대는 있게 마련이다.

조원태 회장은 최근 들어 구조조정 등 회사 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안팎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KCGI 등 주주연합이 경영권 인수의 목적으로 내세웠던 경영 혁신안을 대부분 충족시키는 계획을 발표하며 이를 실천에 옮겨가고 있는 때문으로 풀이된다.

오죽 하면 한진그룹 직원들이 '한진칼 주식 10주 사기 운동'에 나서겠는가. 지금 가격으로 주식을 사면 앞으로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됐을 때 주가가 제자리를 찾아간다고 볼 때 손실이 불가피할 것인데도 피해를 감수하고 회사 지키기에 나섰다고 볼 수 있다.

지난달 24일 대한항공 사내 게시판에는 "우리 직원들도 한진칼 주식을 단 10주씩이라도 사서 보탬이 되자"며 "우리 국민이 IMF 당시에 금 모으기 운동으로 나라 구하기에 동참했던 것처럼 우리도 한번 해보자"는 제안이 등장했다.

한 직원은 "오로지 차익 실현이 목적인 투기 세력, 유휴자금 활용처를 찾던 건설사, 상속세도 못 낼 형편이었던 전 임원. 이들의 공통 분모는 그저 돈, 돈일 뿐"이라며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이들이 회사에 오면 돈이 된다면 사람 자르고 투자 줄이고 미래 준비고 뭐고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한 직원은 "철학도 명분도 없는 그들에게 회사가 넘어갈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아찔하다"며 동참 의사를 밝혔는가 하면, 또 다른 직원은 "돈벌이에 혈안이 된 투기 야합세력이 우리의 터전을 뒤흔들려는 작태를 눈 뜨고 당할 수는 없다"며 공감을 표시했다.

대한항공 노조도 "3자 동맹은 허울 좋은 허수아비 전문경영인을 내세우고 자기들 마음대로 회사를 부실하게 만들고 직원들을 거리로 내몰고 자기들의 배만 채우려는 투기자본과 아직 자숙하며 깊이 반성해야 마땅한 조 전 부사장의 탐욕의 결합일 뿐"이라고 비난하는 성명을 냈다.

이 밖에 대한항공과 관련한 많은 단체들이 3자 연합을 비난하며 조 회장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다. 회사 경영권이 침탈 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직원들을 조 회장 중심으로 뭉치도록 만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한진그룹 위기의 단초를 제공했던 조현아 부사장이 가세한 3자 연합은 분쟁의 명분을 잃었다고 할 수 있다. 대한항공 모기업인 한진칼의 경영권 분쟁이 빨리 마무리돼 다시 도약의 날개를 펼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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