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도 수유실 필요” vs "모유 수유 시 불편"
“아빠도 수유실 필요” vs "모유 수유 시 불편"
  • 김은교 기자
  • 승인 2020.02.11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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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부모 아빠‧육아 대디 수유실 입실에 엄마들 눈총도
모유 수유 공간, 커튼 아닌 잠금장치 칸막이 필요해

[베이비타임즈=김은교 기자] 엄마 또는 아빠가 되면 몰랐던 것들이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한다.

평소에는 존재 유무조차 몰랐고 관심조차 두지 않았는데, 아이가 생긴 후부터 유독 관심이 가고 또 크게 보이는 곳들이 있더란다. 참 신기한 일이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공공 수유시설이다. 엄마와 아기가 함께 이동할 때 장소 선택의 기준이 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공공의 편리’라는 본래의 목적과 달리 수유실 이용이 불편하게 느껴질 때도 많다. 심지어는 이용이 꺼려지는 곳마저 생긴다.

아빠 포함 모든 가족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가족수유실.
아빠 포함 모든 가족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가족수유실.

◇ “아빠도 수유실이 필요해요”

수유 시설이란, 아기에게 수유(착유)가 필요할 때 언제든지 방문 및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다. ▲모유수유실 ▲가족수유실 ▲착유실 3종류로 구분된다.

먼저 ‘모유수유실’은 말 그대로 ‘모유 수유’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엄마와 아기만 이용할 수 있다.

‘가족수유실’은 아빠 포함, 모든 가족이 이용하는 공간이다. 수유뿐만 아니라 기저귀 교환·이유식 먹이기 등의 육아활동 시 이용 가능하다.

‘착유실’은 모유 유축 및 보관을 위해 마련된 공간이므로 수유부만 출입 가능하다.

“아이 케어를 위해 수유실을 찾지만, 정작 들어가기 전에는 많이 머뭇거려져요. 남자가 수유실에 들어가는 것을 불편해 하시는 엄마들이 상당히 많거든요. 그 불편함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시는 경우도 더러 있고요.” 아이를 키우고 있는 한부모 아빠 A씨의 하소연이다.

육아 대디 B씨는 이렇게 얘기한다. “모두가 성별 구분 없는 공동육아를 강조하면서 아빠들은 왜 수유실 이용에 제약을 받아야 하나요?”

아빠들은 모두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수유실을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없어 마음이 무척 불편하다.

◇ “엄마는 커튼 밖 인기척이 불안해요”

‘수유시설 관리 표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모유 수유 공간은 프라이버시와 안전을 위해 커튼 설치를 ‘지양’해야 한다. ‘잠금장치가 있는 단독 공간’으로의 수유 공간 분리를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잠금장치가 있는 별도의 공간을 설치하고 있는 수유실은 아직 많지 않다.

실제로 커튼 또는 칸막이 하나에 의존해 아기에게 모유 수유를 하는 것이 무척 불편하다는 엄마들의 의견도 대다수다. 안 쪽에 사람이 있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무심코 커튼을 열어 젖히거나 칸막이 안으로 들어오기도 해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요소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엄마들은 얘기한다. “커튼 밖으로 인기척이 들리면 혹시라도 누군가 커튼을 열어볼까 불안해져요”

남자 화장실 입구 한켠에 자리한 A휴게소 수유실. 해당 휴게소의 경우 고객 이용 편의를 위해 수유실 내 아동용 화장실도 함께 갖춰놓은 상태다. (사진=김복만 기자)
남자 화장실 입구 한켠에 자리한 A휴게소 수유실. 해당 휴게소의 경우 고객 이용 편의를 위해 수유실 내 아동용 화장실도 함께 갖춰놓은 상태다. (사진=김복만 기자)

◇ 우리 아기, 화장실에서 맘마 먹기?

일부 고속도로 휴게소의 경우 수유실이 화장실 지근 거리에 붙어있다. 화장실 입구 한 켠에 별도의 공간을 만들어 수유실 겸 아동 화장실을 함께 설치해 놓은 곳도 있다

물론 해당 공간의 경우 대부분 고객 편의를 위한 위치 설정, 그리고 지속적인 청결 관리와 꼼꼼한 환기설비를 통해 이용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바이러스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최근의 국내 대기환경 위험이 영유아들에게 가감없이 노출되지 않을까하는 걱정에서 비롯된 각별함이다.

◇ 어린이대공원역 수유실, 신종 코로나 대비 완료

반면, 이용객 편의에 배려가 돋보이는 수유실도 많다.

서울 지하철 7호선에 위치한 어린이대공원역 수유실은 기존 1일 2회씩 실시하던 수유실 관리를 신종 코로나 확산 이후 5회로 늘린 바 있다.

특히 바이러스 감염 우려로 공공시설 이용자는 급격히 줄어들었지만 소수의 영유아 이용객 안전을 위해서라도 지속 노력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어린이대공원역은 손 소독제와 함께 살균 스프레이를 함께 비치, 틈틈이 물품 소독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또 마스크도 함께 비치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3. 어린이대공원역사 내 공공 수유실. 살균 소독 스프레이, 손 소독제, 티슈가 비치되어 있다. 덧붙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예방을 위한 마스크도 함께 무료 비치 중이다.  (사진=김은교 기자)
어린이대공원역사 내 공공 수유실. 살균 소독 스프레이, 손 소독제, 티슈가 비치되어 있다. 덧붙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예방을 위한 마스크도 함께 무료 비치 중이다. (사진=김은교 기자)

◇ 칸막이 수유공간 설치, 덕평휴게소·동대구역 KTX

덕평휴게소와 동대구역 KTX 수유실에는 특별한 곳이 있다. 모유 수유 공간의 경우 대부분 커튼을 달아 시야를 차단하지만, 이 두 곳은 잠금 장치가 있는 별도의 칸막이 시설을 수유 공간으로 마련했다.

모든 성별이 이용 가능한 가족 수유실의 경우, 종종 모유 수유 중 싸움이 일어나기도 한다. 불시에 커튼을 열어 젖히는 횟수가 비교적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두 곳 수유실은 가이드라인 권장 사항을 준수, 잠금장치가 있는 칸막이 공간을 마련해 이용객 엄마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 천안삼거리 휴게소…“아빠 전용 수유실도 있어요”

천안삼거리 휴게소에는 아빠만을 위한 ‘아빠수유실’이 있다. 물론 ‘엄마 수유실’도 있다.

아빠들의 육아 참여율이 계속 높아짐에 따라 아빠를 위한 아이케어 전용 공간이 설치된 것이다. 이 곳은 엄마 수유실과의 공간적 분리를 통해 혹시 발생할지 모를 상호 간 불편 요소를 사전에 차단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 지하철 수유실 잠금 관리, 영유아 시설 관리 위한 것

현재 대부분의 지하철역 수유실이 잠금 관리되는 것 또한 꾸준히 지속돼 온 수유실 주요 이슈다. 다양한 시각과 찬·반의견이 공존하고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 이동진 어린이대공원역장은 “지하철 수유실 잠금 관리는 외부 환경에 취약한 어린이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지하철 내 노숙자 등의 출입을 통제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아울러 “일반인들에게는 지하철 역사 내 수유실이 ‘닫힘’ 상태이지만, 수유부 및 수유실 이용이 필요한 모든 부모님들에게는 언제나 ‘상시 개방’ 중”이라며, “지하철 수유실 사용을 어렵게 느끼지 않았으면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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