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영 변호사의 법률창] 해외 사업장에서 다친 근로자의 산재
[윤미영 변호사의 법률창] 해외 사업장에서 다친 근로자의 산재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0.02.06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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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영 법무법인 사람 대표변호사
윤미영 법무법인 사람 대표변호사

A는 회사 B에 입사해 해외에 있는 C공사현장에서 일하다가 허리를 다치는 사고를 당했다. A와 같이 해외에서 일하다가 다친 경우에도 산재가 인정될까? 최근 해외 사업장에서 다친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인정한 판결이 있어서 소개한다.

회사 B에 입사 후 해외에 있는 C공사현장에서 일하다가 허리를 다치는 사고를 당한 A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 신청을 했으나 산재 불승인 처분을 받았다.

근로복지공단은 “국내 사업장 소속 근로자가 해외 사업장에 파견되어 현지 사용자의 직접적인 지휘 감독을 받는 경우 산업재해보상보험의 적용을 받기 위해서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보상보험 가입신청을 하여 승인을 받은 경우에 한해 인정이 되는데, A의 경우 B에서 해외파견자 산재보험 가입신청을 하지 아니하여 산재보험으로 처리할 수 없다”고 요양 불승인의 이유를 제시했다.

이에 A는 불승인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를 제기하면서 “근로 장소가 국외에 있는 것에 불과할 뿐 실질적으로는 국내 사업인 B의 지휘·감독 하에 근무하는 해외출장자이므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당연 적용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원고 A의 승소를 판결하면서 “단순히 근로 장소가 국외에 있는 것에 불과하고 실질적으로 B의 국내 사업에 소속되어 B의 지휘·감독 하에 근무하는 것이라면 산업재해보상보험관계가 유지된다”고 판시했다.

그리고 B의 지휘·감독 하에 근무했는지에 대해서는 사업주가 근로자들과 해외 현장에 체류하며 지시·감독했고, 이 사건에서도 직접 현장을 지휘한 점, A가 재직기간 회사로부터 급여와 인사관리를 받아온 점, 해외 공사를 마친 뒤 국내 사업장에서 계속 일할 예정이었던 점 등의 사실이 판단 근거가 되었다.

법원은 이러한 점을 들어 A를 근로 장소가 국외에 있었을 뿐 실질적으로 사업주의 지휘에 따라 근무한 자로 본 것이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27조는 “근로자가 사업주의 지시를 받아 사업장 밖에서 업무를 수행하던 중에 발생한 사고는 법 제37조 제1항 제1호 가목에 따른 업무상 사고로 본다. 다만, 사업주의 구체적인 지시를 위반한 행위, 근로자의 사적(私的) 행위 또는 정상적인 출장 경로를 벗어났을 때 발생한 사고는 업무상 사고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해 출장 중의 사고도 업무수행 중의 사고로 보고 있다.

한편 산재보험법 제122조는 해외파견자에 대하여는 근로복지공단에 보험가입 신청을 하여 승인을 얻은 경우에 비로소 산재보험법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법원은 국내 사업에 소속된 채 국내 사용자의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해외사업장에 일정 기간 출장하여 업무를 수행하는 자는 ‘해외출장자’로, 대한민국 밖의 지역에서 행하는 사업에 근로시키기 위하여 파견된 자는 ‘해외파견자’로 구분하고, ‘해외출장자’의 경우에만 산재보험 당연 적용대상으로 보고 있다.

즉 ‘해외파견자’의 경우에는 산재보험이 당연히 적용되지는 않고, 산재보험법 제122조가 정하고 있는 것처럼 근로복지공단에 보험가입 신청을 하여 승인을 얻어야 하는 임의가입 대상이 된다.

다만 법원은 ‘해외파견자’라 하더라도 국내 사업을 하는 사업주와의 사이에 산업재해보상보험관계가 성립한 근로자가 국외에 파견되어 근무하게 된 경우, 그 근무의 실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보았을 때 단순히 근로 장소가 국외에 있을 뿐 실질적으로는 국내 사업에 소속되어 그 사업의 사용자의 지휘에 따라 근무하는 것이라면, 이러한 경우에는 국내 사업의 사업주와의 사이에 성립한 산업재해보상보험관계가 여전히 유지되므로 산재보험이 당연적용 된다고 본다.

이처럼 산재보험의 당연적용을 받는지 여부에 있어서 ‘해외파견자’와 ‘해외출장자’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해외파견자’와 ‘해외출장자’의 개념이 명확하거나 양자의 구분이 쉬운 것은 아니다.

‘해외출장자’인지 아니면 ‘해외파견자’인지 여부는 문제가 되는 개별 사건마다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따져 결정되고, ‘해외파견자’ 중에서도 국내 사업의 사업주와의 사이에 성립한 산업재해보상보험관계가 여전히 유지되어 산재 당연적용을 받는 해외파견자인지 여부도 여러 사실관계를 살펴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해외파견 근로자의 경우 산재보험의 제한된 적용범위나 임의가입 규정으로 인해 산업재해에 대해 실질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도 ‘산재보험 적용범위 확대를 위한 제도개선 권고’를 통해서 해외파견근로자에 대한 산업재해보상보험 적용과 관련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보다 불이익하지 않은 내용의 민간보험에 가입하거나 현지의 법·제도를 통해 국내의 산업재해보상보험과 동등한 수준의 보호를 받는 등 합리적 이유가 있는 경우 이외에는 모든 해외파견 근로자에 대한 산업재해보상보험 가입을 의무화할 것을 권고했다.

법원의 판단을 받기 전에는 해외 사업장에서 다친 어떤 근로자가 산재적용 대상인이 여부를 알기 어려워 산재보험의 실질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와 같이 해외파견 근로자에 대한 산재보험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윤미영 변호사 프로필>

- 제5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수료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직무대리 역임
-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민사조정위원 역임
- 대한변호사협회 산재소송실무 강의
- 現) 법무법인 사람 대표변호사
- 現)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산재 전문 변호사
- 現) 수협중앙회 공제분쟁 심의위원
- 現) 서울특별시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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