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공감] 자녀 교육이 막막하다는 분들에게
[워킹맘 공감] 자녀 교육이 막막하다는 분들에게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0.02.0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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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종임 조선일보 교육섹션 조선에듀 편집장
방종임 조선일보 교육섹션 조선에듀 편집장

“아이들은 참 좋겠어요. 엄마가 교육전문가라서.”

아들이 둘이라고 하면 돌아오는 반응은 대개 이렇다. 그도 그럴 것이 십여년간 교육정보의 최전선에서 입시를 비롯해 교육기사를 수없이 쓴 워킹맘 기자이기 때문이다. 올해로 14년째 다양한 교육기사를 쓰고 있다. 수능 만점자, 전교 1등을 비롯해 우리나라의 영재들은 거의 다 만난 듯싶다.

솔직히 그들을 인터뷰하면서 교육은 이렇게 하면 되겠다는 나름의 청사진을 찾은 적도 있다. 영재들의 공부법을 알고 나서는 남몰래 쾌재를 부르기도 했다. 사교육은 어떤 것을 시키고,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면 이렇게 해야겠다는 학년별 로드맵까지 만들었다.

실제로 첫째 아이가 교육이 아닌 육아가 필요해 어린이집에 다니던 4살까지만 해도 확신은 견고했다. 한글은 물론 영어도 시작만 하면 쉽게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스스로를 위안했다. 일하느라 시간이 부족해서 그렇지, 한번 시작하면 분명히 잘할 거라고. 영재는 문제없을 거라고 말이다.

그런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시기가 다가오면서 점차 이러한 생각들이 현실을 망각한 바람이었음을 깨닫고 있다. 그야말로 현실을 무시한 나만의 착각이었던 것이다. 자녀 교육은 부모의 마음처럼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었다. 한글을 떼는 것도, 덧셈과 뺄셈을 익히는 것도 뭐하나 쉬운 게 없었다. 아니, 에너지 넘치는 7살 남자 아이를 차분히 책상 앞에 10분 이상 앉히는 것만으로도 절대 만만치 않았다.

지난해 9월, 첫째 아이와 5살 차이로 둘째를 낳았다. 둘째 출산 덕분에 3개월이라는 값진 휴가를 얻었다. 늘 바쁘게 일하느라 첫째 아이를 제대로 교육하지 못했던 탓에 이번 휴가 때만큼은 십분 활용하리라 하고, 둘째를 임신한 순간부터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각오는 비장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문제가 없도록 수학을 가르치고, 국어는 받아쓰기를 완벽하게 시키고, 영어는 파닉스를 끝내리라.

그런데 그렇게 기다리던 출산휴가 초기부터 계획은 쉽사리 실천으로 옮겨지지 않았다. 오랜만에 육아를 다시 시작해서인지 신생아를 돌보는 것은 그야말로 인내와 고통의 결정체였다. 팔다리 어깨 어디 하나 안 아픈 곳이 없어서 첫째 아이 교육은 늘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였다. 아니 유치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간식 챙겨주는 것만으로도 매우 힘들었다. ‘50일의 기적’ 이후에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90일은 그렇게 흘러갔다.

사교육의 힘을 빌려보기로 한 적도 있다. 영어 교육 시키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현실을 깨닫고 영어유치원에 문을 두드렸다. 엄마표 영어를 하겠다는 욕심에 연연하지 말자고 마음먹고 나서 집 근처 영어유치원을 알아봤다. 입학설명회에 예약하고 참석한 그날, 한 달에 100만원이 훌쩍 넘는 그곳을 보내기 위해서는 적잖은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단언컨대, 엄마가 교육정보를 많이 알고 있든 아니든 아이 앞에서 답답하고 막막한 것은 누구나 똑같다. 몇 년 전 나온 ‘서울대 엄마들’이라는 책은 서울대 출신 엄마 24명의 교육기를 다루고 있다.

우리는 흔히 엄마가 서울대를 졸업하면 노하우를 바탕으로 자녀 교육에 십분 활용할 것 같지만, 오히려 그들은 자신의 경험이 혼란의 원인이 된다고 고백했다. 입시 트렌드와 사교육이 많이 달라져 자신의 경험을 고집하다가는 자녀 교육에서 갈등을 빚기 일쑤라는 얘기다. 자신의 어릴 적 모습에 미치지 못하는 자녀가 성에 차지 않아 고민하는 엄마도 많았다.

엄마라면 누구나 내 아이를 잘 키우고, 교육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때론 이러한 다짐이 욕심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이루어지지 못하면 자신을 탓하곤 한다. 내가 교육정보가 부족해서, 학벌이 좋지 않아서, 교육특구에 살지 못해서라고.

하지만 엄마가 자신을 탓하면 아이를 대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아이의 장점을 제대로 보기가 어렵다. 그리고 남들처럼 교육한다고 결과를 무조건 낙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욕심을 덜고, 현재 상황에서 내 아이를 제대로 바로 보는 것. 그것이 가장 좋은 교육법이 아닐까.

 

<방종임 조선에듀 편집장>
공교육과 사교육을 막론한 교육전문기자다. 그러나 일곱 살, 두 살배기 아들 둘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를 놓고 고민하며 아이를 맡아 돌봐주시는 친정엄마, 아이는 알아서 자라는 줄 아는 남편과 때론 웃으며 때로는 투닥거리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7년차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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