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 부회장 재판, 국회의원-시민단체가 나서 흔들 일은 아니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 재판, 국회의원-시민단체가 나서 흔들 일은 아니다
  • 김완묵 기자
  • 승인 2020.02.04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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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타임즈=김완묵 기자]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과 관련한 재판이 이달 중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부 국회의원과 시민단체들이 재판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주장을 하고 나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8월 29일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낸 바 있다. 이에 따라 이 전 부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이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의 심리로 진행되고 있고 이달 중 선고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경제계를 비롯한 일각에서는 일부 의원과 시민단체가 도를 넘는 주장을 내세운다고 주장한다. 공정한 재판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자중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내놓는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과 노동·시민단체들은 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과 관련해 "죄의 실체를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을 묻는 판결을 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이날 국회에서 '재벌개혁·정경유착근절·사법 정의 실현을 희망하는 국회의원·노동·시민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제안으로 삼성그룹이 최근 준법감시위원회를 설치한 것을 두고 "그럴싸하게 포장됐지만 결국 재벌총수 봐주기가 아니냐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며 "어떤 법적 권한과 책임도 없는 외부 기구가 이 부회장의 범죄 행위에 대한 면죄부가 돼 형량을 고려하기 위한 방편이 돼선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삼성이 급조한 준법감시위가 삼성의 지배구조에 개혁적 결과를 담보할지 여부는 향후 수년이 지나야 검증될 수 있는 것"이라며 "더욱이 총수 일가를 견제할 수 있는 이사회와 감사위원회에 대한 개선도 없이 준법감사위로만 할 수 있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지난달 17일 공판에서 재판부는 이 제도가 실질적이고 효과적으로 운용된다면 양형 조건으로 고려될 수 있다고 했다"며 "이는 사법부와 재벌의 짜 맞춘 듯한 양형 봐주기 공판 진행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사법 정의 차원에서 대법원 판결 취지를 충실히 반영해 재판해야 한다"며 "공정하고 투명한 재판 운영을 통해 재벌체제 혁신과 정경유착 근절을 끌어내지 않으면 국민은 결코 이 재판 결과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회견문에는 민주당 이종걸·정성호·이학영·송갑석·정은혜·제윤경 의원과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 정의당 심상정·김종대·여영국·윤소하·이정미·추혜선 의원, 민주평화당 정동영 의원, 민중당 김종훈 의원도 이름을 올렸다. 아울러 민주노총, 한국노총, 경실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참여연대 등도 참여했다.

그러나 이번 재판에 정통한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 부회장에 대한 정준영 재판부의 의견 제시는 여러 가지 상황들을 심사숙고해 바람직하고 현명한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우리나라처럼 정경유착이 고질적으로 자리잡은 사회적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약자인 기업인은 권력의 눈치를 보게 돼 있고, 이에 의존하는 관행이 뿌리깊게 형성돼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재판부의 투명한 감시 시스템 도입에 대한 의견 제시는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여러 가지 사회적, 경제적 환경까지 고민해 제시한 궁여지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무조건적인 단죄를 주장하는 정치권이나 시민단체가 과연 정경유착이라는 고리에서 얼마나 자유로운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일벌백계식 단죄의 논리만이 합당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도 오랜 시절 정경유착의 관행을 끊기 위한 노력이 진행됐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오면서 지금과 같은 선진화된 투명한 경영시스템이 자리잡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이 만연한 정경유착 고리에서 벗어나게 하는 환경 조성에 앞장서는 것이 먼저 정치권이나 시민단체가 해야 할 일이라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지금의 어려운 경제적 상황을 감안하고 다시는 불미스러운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선제적 조치를 강구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 도입한 감시 시스템이 과연 정치권이 생각하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인지' 아니면 '투명한 기업으로 가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온전히 재판부에 맡겨둘 필요도 있다.  

어느 구석 하나 온전한 시스템이 없다고 생각되는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현실에서 기업 스스로 정경유착의 고리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실로 '대박사건'이 될 수 있다. 이것만으로도 이재용 부회장 재판부는 박수 받을 큰일을 해냈다고 평가받을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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