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몽마르트 파파’ 민병우 감독, “아버지 지금 기분이 어떠세요?”
[인터뷰] ‘몽마르트 파파’ 민병우 감독, “아버지 지금 기분이 어떠세요?”
  • 최주연 기자
  • 승인 2020.01.30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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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몽마르트 파파'의 주인공이자 화가인 민형식 씨(왼쪽)와 민병우 감독(오른쪽) Ⓒ최주연 기자
영화 '몽마르트 파파'의 주인공이자 화가인 민형식 씨(왼쪽)와 민병우 감독(오른쪽) Ⓒ최주연 기자

[베이비타임즈=최주연 기자] 영화 ‘몽마르트 파파’의 민병우 감독을 만났다.

‘몽마르트 파파’는 민병우 감독이 은퇴한 아버지의 꿈을 찾는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로 지난 9일 개봉해 나이 듦에 대한 사회적 고민을 던져주며 관객들에게 큰 공감을 선사했다.

민병우 감독의 아버지는 미술교사였고 이루지 못한 꿈은 ‘몽마르트 언덕 화가’였다. 민 감독은 무작정 카메라를 들고 아버지의 꿈을 따라 파리로 향했으며 그곳에서 아버지 민형식 씨가 보여준 삶에 대한 열정을 생생하게 영상에 담아왔다.

민병우 감독과 기자의 인연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계 최초 아이폰 장편 영화 타이틀을 단 로맨스물 ‘그 강아지 그 고양이’의 감독으로 처음 마주했다. 그 때만 해도 시작 단계였던 스마트폰 영화를 개봉했다는 점과 동물들이 주인공이라는 요소는 사회적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고 민 감독의 젊은 감각은 영화 속에서 그야말로 빛이 나고 있었다.
 

2013년 ‘그 강아지 그 고양이’의 인터뷰를 위해 만났던 배우 신명근, 손민지, 그리고 민병우 감독(오른쪽) Ⓒ최주연 기자
2013년 ‘그 강아지 그 고양이’의 인터뷰를 위해 만났던 배우 신명근, 손민지, 그리고 민병우 감독(오른쪽) Ⓒ최주연 기자

당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민 감독은 자신의 영화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로맨스물이라는 것이 특별한 사람들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를 다루기 마련이지만 난 보통 사람의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비유를 하자면, 산을 그린다고 했을 때 모두 에베레스트를 생각하지만 난 동네 뒷산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 표현이 신선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고 그렇게 2020년 다시 만난 민병우 감독은 ‘퇴직 후 제2의 삶에 대한 고민과 노년기 웰에이징’이라는 주제로 다시 한 번 이슈의 중심에 서있었다. 물론 그의 영화답게 거창한 주제가 아닌 가장 가까운 아버지의 삶에서 스토리는 시작했고 말이다.

‘몽마르트 파파’는 유명 배우 한 사람 나오지 않는 독립영화임에도 개봉 후 각종 매체의 관심이 이어졌고 온라인 소통공간에서도 한껏 화제가 되었다. 그리고 영화의 결실로 아버지 민형식 씨는 프랑스에서 그린 그림들을 모아 자신의 첫 개인전을 열었다. 전시가 열리고 있는 서울 충무아트센터를 찾아 ‘아버지의 꿈을 기록한 아들’을 만나봤다. 물론 꿈을 찾은 아버지도 함께.
 

파리에서 아버지의 꿈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민병우 감독
파리에서 아버지의 꿈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민병우 감독

Q 영화를 찍으면서 달라진 점이 있나? 아버지와의 관계라던가.

민병우 부모님에 대해 내가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영화를 찍으면서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많이 가까워졌다. 물론 그렇다고 완전히 달라진 건 아니다. 얼마 전에도 싸웠다(웃음).

보통 부모가 자식들을 돌보고 희생한다. 나도 그렇게 자라왔고. 하지만 아버지의 은퇴를 보고 그 후 삶을 걱정하게 되면서 이제는 그 입장이 바뀐 것 같다. 아버지에게 좀 더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렇게 영화도 나오게 된 것이다. 이번 전시회 콘셉트도 아들이 마련한 아버지의 전시다.
 

Q 그렇다면 민 감독이 보는 아버지의 변화는 무엇인가?

민병우 이렇게 작품 활동을 왕성하게 하시는 걸 처음 본다. 아버지는 영감을 받아야 그림을 그리시는데 중고등학교 미술교사로 일하시느라 시간적 여유가 없으셨다. 하지만 파리에서는 그야말로 필을 받아 매일 그림을 그리셨다.

사실 이번 영화를 하면서 아버지가 내 생각보다 훨씬 더 훌륭한 분이라는 걸 알았다. 아버지의 그림에 대한 철학이 고스란히 영화에 녹아났고 관객들은 그것을 인생에 대한 철학으로 해석하며 받아들여줬다.

또한 많은 제자들이 찾아와 아버지가 훌륭한 선생님이자 좋은 스승이었다면서 영화와 전시를 축하해줬다. 광고천재라고 불리는 이제석 대표도 아버지의 제자 중 한 명인데 이번 영화를 위해 축사를 해줬다. 이 대표는 축사에서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자신이 미술을 못했을 거라며, 미술의 길로 인도해준 아버지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사실 아버지가 예전에 이제석 대표에 대해 말씀하신 적이 있었음에도 난 안 믿었는데 말이다(웃음).
 

Q 아버지의 꿈에 이어 어머니의 꿈도 기록할 예정인가?

민병우 안 그래도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이번 영화에서도 어머니의 캐릭터를 단순하게 그리진 않았지만 다음엔 좀 더 비중 있게 다뤄보려 한다. 고민 중이다.
 

Q 다음 작품 예정은?

민병우 존엄사에 대한 독립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몽마르트 파파’가 ‘웰에이징’에 대한 이야기라면 이번에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웰다잉’을 고민하게 될 것이다.

또 하나 준비하고 있는 시나리오는 리벤지 포르노에 대한 것이다. 최근 심화되고 있는 남녀갈등을 중간자의 입장에서 담아볼 예정이다. 물론 민감한 주제다 보니 양쪽에서 비난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용기를 내보려 한다. 올해 촬영에 들어가서 내년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파리에서 몽마르트 풍경을 화폭에 담고 있는 화가 민형식
파리에서 몽마르트 풍경을 화폭에 담고 있는 화가 민형식

Q 전시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그림은 무엇인가?

아버지 민형식 에펠탑과 사크레퀘르 대성당 그림이다. 파리에 도착해서 가슴 뛰던 느낌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다.
 

Q 영화 개봉 후의 삶이 궁금하다.

아버지 민형식 첨엔 정말 정신이 없었지만 영화 덕분에 이렇게 개인전도 열 수 있어 정말 기쁘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유명세를 탔다. 스타가 됐다고 하더라(웃음). 그래도 난 그냥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마음뿐이다.

영화를 찍지 않았더라도 해외에 나가서 작품 활동을 하려 했다. 그게 내가 가슴 뛰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다음 장소는 쿠바와 스페인이 될 것 같다.

물론 이번 영화를 통해 아들과도 서로 더 잘 알게 되었다. 스케줄을 같이 하다 보니 너무 붙어있어서 내가 잔소리가 많아졌지만 말이다. 좀 더 아들을 배려하려 노력하고 있다.
 

Q 그렇다면 아드님 칭찬도 해달라.

아버지 민형식 자식은 부모의 스승이라고 한다. 요즘 그것을 실감한다, 아들에게 배울게 많다. 이 전시 기획자도 아들이다. 뿐만 아니라 내가 편하게 그림 그릴 수 있게 해주고 또 영화로 이렇게 나를 여러 사람에게 알려줬다. 물론 영화배우가 아닌 화가로 말이다.
 

Q 아들이 처음 영화감독이 된다 했을 때 반대는 안했나?

아버지 민형식 집사람은 쉬운 길이 아니니 평범하게 살기를 바랐지만 난 반대하지 않았다.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이 좋아서가 아니라 아들이 하고 싶은 일이기 때문이다. 아들이 평판과 상관없이 꾸준히 좋은 작품을 만들기를 바란다. 고호도 살아생전에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는 화가였지만 평생을 바쳐 그림을 그렸기에 지금의 명성을 얻은 것 아닌가.

Q 아버님은 민 감독에게 더없이 든든한 지원군일 것 같다.

아버지 민형식 내 휴대폰에 아들 이름을 ‘민 스필버그’라고 저장해 놨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처럼 되라는 의미다. 아카데미상을 받을 좋은 작품을 만들라고 했다. 그러면 돈과 명예는 저절로 따라오니까. 인생은 자기가 생각한 만큼 된다는 말이 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자기 일을 해나가면 성공을 하지 못하더라도 그 근처까지는 간다고 생각한다. 전부 마음먹기에 달렸다.
 

‘몽마르트 파파’ 영화 속에서 민 감독이 묻는다. “아버지, 지금 기분이 어떠세요?”

그리고 아버지가 답한다. “말해야 하나. 끝내준다”

아버지는 오래된 꿈을 현실로 이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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