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 누리과정 지원금 ‘공공재정환수법’ 적용 논란
사립유치원 누리과정 지원금 ‘공공재정환수법’ 적용 논란
  • 김복만 기자
  • 승인 2020.01.13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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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재정환수법 1월 시행…지난해 3월 국회 본회의 통과
보조금 허위 청구시 전액 환수하고 제재부가금 5배 부과

[베이비타임즈=김복만 기자] 공공재정에 대한 부정청구 등으로 얻은 이익의 환수·관리 체계 확립 취지로 제정된 ‘공공재정 부정청구 금지 및 부정이익 환수 등에 관한 법률’(공공재정환수법)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공공재정환수법이 올해 1월 시행됨에 따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보조금과 보상금, 출연금을 부정 청구하면 이익이 전액 환수되고, 부정이익의 5배에 이르는 제재 부가금이 부과된다.

이에 대해 사립유치원은 누리과정 지원금은 수혜자가 학부모이기 때문에 사립유치원에 대해 공공재정환수법 적용을 할 수 없음에도 정부가 ‘누리과정 지원금은 공공재정’이라는 해석 아래 사립유치원을 공공재정환수법 적용대상에 넣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부정청구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의 징벌적인 법령인 ‘공공재정환수법’은 지난해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어 국민권익위원회는 부정청구 공공재정을 전액 환수하고 부정이익의 최대 5배까지 제재 부가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공공재정환수법 시행령 제정안’을 지난해 8월 입법 예고했다.

박은정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12월 9일 서울 용산구 용산아트홀에서 열린 반부패 주간 기념행사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사진=국민권익위원회)
박은정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12월 9일 서울 용산구 용산아트홀에서 열린 반부패 주간 기념행사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사진=국민권익위원회)

◇ 공공재정환수법 지난해 3월 국회 통과, 2020년 1월 시행

공공재정환수법은 공공재정에 대한 부정청구를 금지하겠다는 목적으로 발의돼 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 한 뒤 4월 16일 제정됐다.

2020년 1월 시행된 공공재정환수법은 총 5개장 31개조로 제정됐으며, 이에 따라 만들어진 동법 시행령은 총 5개장 30개조로 구성되어 있다.

눈에 띄는 대목은 동법 제9조에서 부정이익을 환수하는 경우 부정이익 가액의 5배까지 부가금을 징수할 수 있도록 규정한 내용이다.

공공재정환수법이 공공기관의 고의적이고 상습적인 부정청구에 대해 징벌적인 성격을 가진 법임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공공재정환수법은 ‘공공재정지급금’을 ▲허위·과다 청구하는 경우 ▲원래의 사용 목적과 다르게 사용하는 경우 ▲잘못 지급된 경우에 행정청이 그 금액을 전액 환수하고 최대 5배의 제재 부가금을 부과하는 것이 골자다.

공공재정환수법 제9조(제재부가금의 부과·징수)를 살펴보면, ① 행정청은 제2조 제6호 가목부터 다목까지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부정청구 등이 있는 경우에는 제8조에 따른 환수에 추가하여 부정이익 가액의 5배 이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제재 부가금을 부과·징수하여야 한다. 다만, 행정청은 부정청구 등이 사소한 부주의나 오류 등 과실로 인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산정된 제재 부가금을 줄이거나 부과하지 아니할 수 있다. ② 제재 부가금 부과를 위한 가액산정 기준, 제재 부가금의 부과·납부·징수 절차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공재정환수법 시행령은 공공재정지급금의 범위, 제재 부가금 산정 기준, 부정 청구자의 신상 공개 등의 내용을 담았다.

우선 법 적용대상인 공공재정지급금 범위를 보조금, 보상금, 출연금, 보전금, 지원금, 연금지급금, 민간위탁금, 사회보장급여 등으로 정했다. 이 기준을 적용했을 때 공공재정지급금은 2019년 기준 214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제재 부가금 부과율은 허위청구의 경우 부정이익의 5배, 과다청구의 경우 3배, 목적 외 사용의 경우 2배를 각각 곱해 산정하도록 했다.

시행령은 이와 함께 고액 부정 청구자의 성명, 상호, 나이 및 주소, 부정이익 및 제재 부가금 부과 내역 등을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해당 행정청의 홈페이지에 공표하고 1년간 게재하도록 했다.

정부는 공공재정환수법을 입법하면서 ‘공공재정 부정수급 사례’도 발표했다. 정부가 발표한 대표적인 부정수급 사례는 다음과 같다.

#사례1) A는 회사에 근무하면서 월 200만원 이상의 급여를 받고 승용차 2대 등을 소유하고 있음에도 사업주와 공모하여 급여를 타인의 계좌 또는 현금으로 지급받고 차량 소유자를 타인의 명의로 등록하는 방법으로 기초생활보장급여 부정수급(2014).

#사례2) A는 재직하고 있음에도 사업주와 공모하여 퇴사한 것처럼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상실 및 이직신고서 등을 거짓으로 신고하는 방법으로 실업급여 부정수급(2014).

#사례3) 대학생 A의 부모는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A의 국가장학금을 부정수급하기 위해 국민연금 등 4대 보험 가입을 거부하고 월 급여를 현금으로 지급받는 등의 방법으로 국가장학금 부정수급(2017).

#사례4) 약사 A는 B 병원을 실질적으로 경영하는 자로서, 의료인이 아님에도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사무장병원을 운영해 요양급여 부당하게 청구(2014).

#사례5) 어린이집 대표 A는 민간어린이집과 가정어린이집을 병행 운영하면서 민간어린이집의 원장으로 등록되어 있어 가정어린이집의 원장을 겸할 수 없게 되자, 실제 근무하지 않는 타인의 자격증을 대여한 후 가정어린이집의 원장 및 담임교사로 허위 등록해 기본보육료, 근무환경 개선비 등 어린이집 보조금 부정수급(2016).

◇ 사립유치원, 누리과정 지원금의 공공재정환수법 적용 ‘부당’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공공재정환수법 및 시행령이 사립유치원의 누리과정 지원금에 대해 적용 가능한지 법률적 검토를 진행한 결과, 사립유치원의 누리과정 지원금에 대해 공공재정환수법을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13일 밝혔다.

누리과정 지원금은 수혜자가 학부모이기 때문에 사립유치원에 대해 공공재정환수법을 적용하게 되는 경우 수혜자와 제재의 대상이 불일치하게 돼 법률이 요구하는 ‘자기책임의 원칙’에 반한다는 점에서 ‘공공재정환수법이 사립유치원의 누리과정 지원금을 규율대상으로 포함시키는 것은 법률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공공재정환수법 및 시행령은 공공기관의 부정청구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징벌적인 법령으로, 침익적인 법률에 반드시 필요한 명확성의 원칙이나 유추해석 금지라는 면에서도 누리과정 지원금은 공공재정환수법 적용대상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공공재정환수법은 법 적용을 받는 대상기관으로 동법 제2조 제1호 라목에서 ‘초·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 유아교육법 및 그밖의 다른 법률에 따라 설치된 각급 국립·공립 학교’로 규정하고 있다.

공공재정환수법은 징벌적인 규정의 존재로 인해 침익적인 법률이라는 점이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다는 점, 침익적인 법률의 경우 적용 범위에 대하여 명확하게 규정되어야 하며 함부로 유추해석을 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공공재정환수법에서 국·공립 유치원을 명확히 규정한 내용을 사립유치원에까지 확대 적용하는 것은 유추해석에 해당하는 것으로 위임입법의 한계를 과도하게 넘어선 위법이라는 것이 한유총의 입장이다.

더욱이 공공재정환수법은 국가의 전부지원에 의하여 운영되어 재정에 대한 고도의 염결성이 요구된다는 점을 고려해 동 법의 제재조항이 제정되었다는 사실이나, 사립유치원에 지원하는 누리과정 지원금은 그 수혜자가 유치원이 아닌 학부모라는 점을 고려할 때도 공공재정환수법을 누리과정 지원금에 대해 적용할 경우 실질적인 수혜자와 제재의 대상이 불일치해 자기책임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보고 있다.

한유총은 이런 여러 사항을 종합할 때 사립유치원에 대하여 공공재정환수법을 적용하는 것은 실질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으로 ‘위법 소지’가 있다는 결론을 도출했다고 강조했다.

한유총은 광주교육지원청이 사립유치원의 누리과정 지원금을 공공재정환수법 규제대상으로 보고 사립유치원에 공문을 발송한 것과 관련해 ‘사립유치원 누리과정 지원금의 규제대상 포함 여부’에 대한 유권해석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의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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