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산책] 수습기간 중 해고
[워킹맘산책] 수습기간 중 해고
  • 송지나 기자
  • 승인 2019.12.3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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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아영 노무법인 길 공인노무사
권아영 노무법인 길 공인노무사

최근 ​수습사원으로 입사한 워킹맘이 육아를 이유로 공휴일 근무, 초번 근무 등을 거부하자 회사가 본채용을 거부한 것을 두고 법원이 부당해고 판결을 내려 논란이 된 바 있다.

회사는 근태점수의 감점이라는 객관적인 수습평가 결과를 이유로 본채용을 거부했지만, 부당해고로 판단된 이유는 무엇일까? 아래에서는 분쟁이 자주 발생하는 수습 기간 중 해고 및 본채용 거부의 정당성에 관해 알아본다.

“근로자의 업무 적격성을 판단하기 위하여 채용일로부터 3개월을 수습기간으로 둔다.”와 같은 문구는 근로계약서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실무적으로 본채용 이전에 근로자의 업무 적격성을 판단하기 위하여 근로계약 체결을 유보하는 기간을 ‘시용기간’이라 일컫는다. 이러한 ‘시용기간’은 현실에서 ‘수습기간’으로 통용되고 있고, 판례는 수습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더라도 시용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면 시용으로 해석하고 있다.

사용자들은 수습기간, 즉 시용기간을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는 기간으로 오해하여 시용 근로자를 쉽게 해고하거나, 일방적으로 본채용 거부를 통보하여 분쟁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시용기간 중 해고와 본채용 거부는 근로기준법 제23조가 규정하는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가능하다. 다만, 시용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본채용을 거부하는 것은 사용자에게 유보된 해약권을 행사하는 것이므로 일반 정규직 근로자의 해고보다는 넓게 해석되는 정당한 이유를 요구한다.

판례는 구체적으로 업무성과, 태도, 조직인화 등의 정성적인 측면이 포함된 업무 적격성의 부족 등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하여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어야 함을 요구한다.

즉 시용 근로자의 해고와 본채용 거부의 정당성은 객관적인 평가 기준을 토대로 근로관계를 지속할 수 없을 정도의 업무 능력과 근무태도, 융화 등의 사정이 문제 된다고 볼 때 인정된다. 이때 합리적인 평가 항목과 객관성이 보장되는 평가 방법이 전제되어야 한다.

예컨대 시용 근로자의 업무실적 및 동료직원이나 상급자의 평가가 매우 낮으며 이전 직장에서도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던 사정이 존재한 경우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된 바 있다. 그러나 사용자가 설정한 평가 항목이 불합리하고, 채용기준 점수가 너무 높으며 근무평가 결과만으로는 업무수행능력이 어떻게 부족했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합리성과 객관성이 부족하다고 보아 정당성이 부정되었다.

서론에 언급한 사례의 경우 법원은 회사가 본채용을 거부한 사유는 공휴일 무단결근과 초번 근무 지시를 거부한 것에 따른 근태평가이지만, 근태평가 결과는 회사가 일·가정 양립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노력할 의무가 있음에도 배려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고, 형식적인 규정을 적용하여 ‘근무’와 ‘어린 자녀의 양육’ 중 하나를 택일하도록 하는 상황을 만든 데 기인한 것이므로 본채용 거부는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볼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수습 기간이라 하더라도 해고와 본채용 거부의 정당성은 표면적인 이유만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다. 적법한 시용 근로관계가 성립되었는지, 시용 근로자의 능력과 자질에 관한 객관적인 평가 자료가 뒷받침되었는지, 평가 방법과 결과가 합리적으로 도출되었는지 등 종합적인 판단을 토대로 검토해보아야 한다. 수습 기간 중 부당한 일을 겪은 경우 겸허히 받아들이기보다 내가 겪은 사연이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것인지 충분히 검토해볼 이유는 있다.

당해 사례는 자녀의 양육권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주목한 데 의의가 있고, 심급마다 다양한 판단이 나오고 있으므로 관심 있는 워킹맘이라면 사안의 귀추를 주목해봐도 좋겠다.

 

<권아영 노무사 프로필>
- 현 노무법인 길 공인노무사
- 현 재단법인 피플 자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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