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리더 릴레이 인터뷰] 프라임테크 김윤주 대표 "엄마CEO, 세상에 없던 제품을 만들다”
[여성리더 릴레이 인터뷰] 프라임테크 김윤주 대표 "엄마CEO, 세상에 없던 제품을 만들다”
  • 최주연 기자
  • 승인 2019.12.31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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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여성 리더들의 희망 릴레이 인터뷰 ⓷

경단녀에서 CEO가 된 육아맘의 도전, 11살 아들은 든든한 지원군
질문하고 해법 찾아 실행하는 경영철학, 가장 큰 바탕은 정직의 힘

[베이비타임즈=최주연 기자]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의 시간을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다시 일을 할 수 있을지 초조한 질문을 던지는 대신 미래를 위한 청사진을 만들며 ‘슬기로운 육아생활’을 해낼 수 있다면 세상과 단절된 것만 같은 경단 우울증은 오지 않을 텐데 말이다.

여기 육아의 터널을 기회의 타이틀로 바꾼 엄마 CEO를 소개한다.

프라임테크가 입주해있는 SBA 서울창업허브에서 만난 김윤주 대표 ©베이비타임즈 최주연 기자
프라임테크가 입주해있는 SBA 서울창업허브에서 만난 김윤주 대표 ©베이비타임즈 최주연 기자

11살 아들을 둔 김윤주 대표는 육아용품 자외선 살균기 ‘브이레이(Vray)’를 생산하는 프라임테크의 CEO다. 2015년 설립 후 신선한 아이디어로 세상에 없던 ‘살균기’ 제품을 선보인 프라임테크는 국내와 국제 특허 출원 후 2018년부터 미국과 홍콩 등 8개국 수출길에 오르며 국내보다 국제무대에서 먼저 제품력을 인정받았다.

국내시장은 2019년 7월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해 육아맘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꾸준히 주문량이 늘고 있고 최근에는 제품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병원, 유치원, 아동복지센터 등의 단체기관에도 공급되고 있다.

프라임테크의 자외선 살균기가 주목 받고 있는 이유는 기술적 측면만이 아니다. ‘바로 이거야’라고 할 만큼 엄마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했기 때문이다. 그 니즈는 제품 개발자인 김윤주 대표 자신이 엄마로서 육아의 과정을 거치면서 쌓은 고민의 결과물이다. 누군가에게는 터널 같은 육아의 시간이 김 대표에게는 창업의 솔루션을 마련해준 기회가 된 셈이다.

결혼 전 인테리어 관련 일을 했던 김 대표는 2009년 아들 재후를 낳은 후 말 그대로 경력단절 여성이 되었고 평범한 다른 엄마들처럼 아이를 위한 삶을 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조금 달랐던 점은 있다. ‘의문’을 갖고 ‘질문’을 시작한 것이다.

“아이가 태어난 후 육아용품을 많이 구입했어요. 장난감뿐만 아니라 유모차, 카시트, 침구청소기, 가습기, 공기청정기 등 일반 가전제품까지요. 그런데 정작 재후가 매일 만지고 노는 아이 용품을 살균할 수 있는 제품은 없더라고요”

프라임테크의 자외선 살균기 브이레이
프라임테크의 자외선 살균기 브이레이

김 대표는 해법을 찾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고 종류, 재질, 부피, 형태 등이 다양한 아이 용품을 단 한 가지 방법으로 살균할 제품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해외에도 마땅한 제품이 없었기에 개발만 한다면 수출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당시 너무 어렸던 아이가 어느 정도 크기를 기다려 제품개발에 들어갔다.

“동종업계나 제조업 경험이 전혀 없어 시작은 어려웠습니다. 국내 제조업이 굉장히 보수적인 곳이어서 여자 혼자 도전장을 내민다는 것은 불가능처럼 보였어요. 다행히 아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브이레이 같은 제품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던 남편이 사업에 같이 참여하게 되었고 물꼬가 트이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이때부터 한참동안 저희 부부는 공식적인 수입이 없게 되었지만요(웃음)”

부부가 함께 뛰어든 프라임테크의 기술개발은 속도가 붙었고 제품개발완료 후 10개월 이상 테스트를 진행하며 완성도를 높였다. 또한 그 과정에서 여성창업경진대회 ‘최우수상’ 수상의 영광도 누렸다.

사업만 성장한 것은 아니다. 아들 재후도 훌쩍 자랐다. 물론 아직 11살이기에 엄마로서 온전히 있어주지 못함이 미안하지만 오히려 재후는 김 대표의 든든한 지원군을 자청한다.

자외선 살균기 브이레이로 받은 각종 특허와 상장 앞에서 포즈를 취한 김윤주 대표 ©베이비타임즈=최주연 기자
자외선 살균기 브이레이로 받은 각종 특허와 상장 앞에서 포즈를 취한 김윤주 대표 ©베이비타임즈=최주연 기자

“엄마가 기업의 대표라는 것을 굉장히 자랑스러워해요. 주변에 늘 엄마 자랑을 하고 다니죠. 또 제가 해외출장을 가면 더 기뻐하며 손편지를 써놓고 기다리곤 한답니다. 물론 미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죠. 이제 5학년이라 준비도 많이 하고 공부도 더 봐줘야하는데.”

안타까움에 말끝을 흐린 김 대표지만 아마도 이런 고민은 5학년뿐 아니라 아이가 성장해 성인이 되어도 끝나지 않을 엄마의 마음일 것이다. 김 대표는 다시 일어서고 싶어 하는 경단맘들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늦은 때’라는 건 없는 것 같아요. 회사가 입주해있는 SBA 서울창업허브에는 저보다 나이 많은 창업자들이 많답니다. 저도 일을 시작할 때 늦었다고 생각했지만 만약 그 때 시작하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후회만 하고 있었을 거예요. 시작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리고 사업자등록증이 나와야 시작하는 건 아니에요. 사전 준비를 하고 공부하는 것도 시작이니 지금 바로 시작하세요”

브이레이는 다양한 재질과 형태의 유아용품에 편리하게 적용할 수있어 엄마들 사이에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은 유모차를 브이레이로 소독하는 장면,
브이레이는 다양한 재질과 형태의 유아용품에 편리하게 적용할 수있어 엄마들 사이에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은 유모차를 브이레이로 소독하는 장면,

김 대표는 기업경영을 하면서 선배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조언을 듣는 것도 어려워하지 말았으면 한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동종업계 관계자나 대표님들과 교류가 생길 텐데요. 먼저 나서서 인사하고 어려운 점에 대해 털어놓으면 분명히 도와주실 겁니다. 예전에 한국교육시스템 김영순 대표님께서 ‘도와달라고 말하지 않으면 도움이 필요한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씀하셨는데 정말 맞는 얘기거든요. 먼저 다가가 조언을 구해보세요. 그분들의 앞선 경험치가 등대처럼 길을 비춰줄 겁니다”

프라임테크의 경영철학은 ‘질문, 실행, 정직의 힘’이다. 김 대표는 ‘왜 없지? 왜 안 되지? 방법이 없을까?’라는 질문이 생기면 그냥 넘기지 말고 문제해결을 위한 실행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바탕은 정직이라고 강조한다.

“내가 ‘판매’할 제품이 아닌 내가 ‘사용’하는 제품이라는 전제를 가지면 정직은 버릴 수 없는 항목이 됩니다. 프라임테크의 첫 번째 제품 브이레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균을 죽이는 살균기이기 때문에 제품의 성능을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소비자에게 알려야 합니다. 이밖에도 시장에 대한 냉철한 판단도 중요합니다. 기획부터 최종 판매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개발자의 제품에 대한 애착이 클 수밖에 없는데요. 그러다보면 자신의 제품에만 너무 빠져서 시장과 먼 상품이 나오게 됩니다. 때문에 내부적으로 제품에 대한 냉정한 기준을 마련해야하고 정확한 판단으로 정직하게 결과를 알려주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이렇듯 내 아이가 쓸 제품에 대한 정직한 신념을 바탕으로 한 프라임테크는 스타트업 규모를 넘어서고 있지만 회사를 꾸려가는 CEO로서 큰 욕심을 부리지는 않는다.

아들 재후와 남편은 김윤주 대표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남편은 김 대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사업동반자로 그리고 11살 아들 재후는 엄마를 자랑스러워하는 서포터로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주고 있다.
아들 재후와 남편은 김윤주 대표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남편은 김 대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사업동반자로 그리고 11살 아들 재후는 엄마를 자랑스러워하는 서포터로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주고 있다.

 

“회사가 커지고 직원이 늘어나는 것을 크게 바라지는 않습니다. 대신 좋은 구성원들이 항상 새로운 마음으로 ‘재밌게 일하는 회사’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작지만 남부럽지 않은 복지를 제공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려고 합니다”

내실 있는 경영을 하고 싶은 마음은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공헌활동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2015년 창업당시부터 소망했던 기부 활동을 수익이 발생한 올해 5월부터 실천하게 된 것이다. 앞으로 매년 기부금을 증액하고 브이레이가 필요한 어려운 형편의 가정이나 단체에도 제품기부를 늘려갈 예정이다.

엄마 CEO다운 꼼꼼하고 차분한 마인드로 기업의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김윤주 대표. 살아온 인생을 한 단어로 표현해달라는 마지막 질문에 ‘도전’이라는 답을 했다.

“새로운 시작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아요. 신제품을 만든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거든요. 그래도 만들고 싶은 아이디어들이 머릿속에 가득합니다. 물론 회사의 색을 잃지 않으면서 도전해야죠. 프라임테크의 베이스는 엄마아빠가 아이들을 생각하는 관점에서 ‘가족생활환경을 개선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니까요”

끊임없는 ‘질문’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도전을 이어온 김 대표이기에 그 도전이 좀처럼 끝날 것 같아보이지는 않는다. 경단녀에서 엄마CEO로 화려하게 부활한 김 대표가 지금 어디선가 아이를 안고 똑같은 꿈을 꾸고 있을 엄마들에게 쉼 없이 등대처럼 빛을 내어주길 바래본다.

“‘늦은 때’라는 건 없는 것 같아요. 저도 일을 시작할 때 늦었다고 생각했지만 만약 그 때 시작하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후회만 하고 있었을 거예요. 시작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리고 사업자등록증이 나와야 시작하는 건 아니에요. 사전 준비를 하고 공부하는 것도 시작이니 지금 바로 시작하세요” ©베이비타임즈 최주연 기자
“‘늦은 때’라는 건 없는 것 같아요. 저도 일을 시작할 때 늦었다고 생각했지만 만약 그 때 시작하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후회만 하고 있었을 거예요. 시작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리고 사업자등록증이 나와야 시작하는 건 아니에요. 사전 준비를 하고 공부하는 것도 시작이니 지금 바로 시작하세요” ©베이비타임즈 최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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