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구자경 명예회장 '소탈하고 굵직한 상남자의 길' 울림 남기고 떠나
LG 구자경 명예회장 '소탈하고 굵직한 상남자의 길' 울림 남기고 떠나
  • 김완묵 기자
  • 승인 2019.12.15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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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이 94세를 일기로 지난 14일 타계했다.

[베이비타임즈=김완묵 기자] '재계의 큰 어른'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이 94세를 일기로 지난 14일 타계했다.

고인은 창업주 고 구인회 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나 1970년부터 1995년까지 25년간 그룹 2대 회장을 지냈다. 그는 이 기간 LG그룹의 도약기를 이끌며 삼성, 현대와 함께 한국경제를 이끄는 삼두마차의 주역이 되는가 하면, LG가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토대를 놓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후 지난해(2018년) 먼저 고인이 된 큰아들 구본무 전 회장에게 자리를 내주고 홀연히 자연인으로서 여생을 살며 재계에 귀감이 된 바 있다. 그의 아호(上南)대로 소탈하고 굵직한 상남자로서의 행보는 LG가 GS, LS 등으로 분리되는 과정에서 다른 그룹들과는 달리 잡음 하나 나오지 않는 재계의 모범이 된 것으로 회자된다.

그는 평소 '한번 믿으면 모두 맡겨라'라는 신뢰와 '두루두루 협력하며 화합해야 한다'는 인화의 정신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진다.

재계에 따르면 그의 신뢰와 인화의 정신은 은퇴 후 일체의 허례와 허식 없이 간소한 삶을 즐기며 평범한 자연인으로서 여생을 보내는 밑바탕이 되었다.

구 명예회장은 은퇴 이후 충남 천안시 성환에 있는 연암대학교의 농장에 머물면서 버섯연구를 비롯해 자연과 어우러진 취미 활동에만 열정을 쏟으며 일상을 보낸 것으로 알려진다.

이낙연 총리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LG 구자경 명예회장의 명복을 빈다"며 "회장님께서 1980년대 정부서울청사 뒤편 허름한 진주집에서 일행도 수행원도 없이 혼자서 비빔밥을 드시던 소박한 모습을 몇 차례나 뵈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회장님의 그런 풍모가 국민의 사랑을 받는 기업을 키웠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라며 그의 행적이 사랑받는 기업인의 모범이 되기를 소망했다.

마지막 떠나간 자리인 빈소 역시 그의 생전 삶의 태도처럼 검소하고 간소하게 차려진 것으로 전해지면서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고 구자경 명예회장의 빈소는 서울의 한 대형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상주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과 손자인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비롯한 유족들이 단촐하게 조문객들을 받고 있다.

앞서 LG그룹은 "장례는 고인과 유족들의 뜻에 따라 가족장으로 최대한 조용하고 차분하게 치르기로 했다"며 '비공개 가족장'으로 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에 고인의 장례식장이며 장지마저 비공개로 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의 전언에 따르면 병원 장례식장 앞으로 가림막이 설치됐고, 그 위로 '차분하게 고인을 애도하려는 유족의 뜻에 따라 조문과 조화를 정중히 사양한다'는 내용이 적힌 천막이 덮였다.

가림막 너머로는 '부의금 정중히 사양합니다'라는 문구가 방명록과 함께 놓였다. 빈소가 차려진 병원 측에서도 이날 고인의 장례식장을 별도로 안내하지 않았다.

장례는 4일장으로 치러지고 발인은 17일 오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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