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만든 ‘청년정책’…“청년들은 몰라요”
국가가 만든 ‘청년정책’…“청년들은 몰라요”
  • 김은교 기자
  • 승인 2019.12.1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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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보건복지협회, 청년세대 관련 토론회 개최
있어도 모르는 청년 정책, ‘홍보 미약성’ 지적
'청년세대의 결혼과 자녀, 행복에 대한 생각' 토론회에 참여한 관계자들이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년세대의 결혼과 자녀, 행복에 대한 생각' 토론회에 참여한 관계자들이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베이비타임즈=김은교 기자] 사회 구성원으로 자립이 필요한 청년세대를 위해 국가 차원의 정책이 일부 시행되고 있지만, 정작 대부분의 20~30대들은 해당 정책의 존재 유무도 알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정책의 수혜자인 청년들이 ‘정책 홍보 부족’의 아쉬움을 입모아 얘기하고 나섰다.

지난 5일 국회도서관에서 ‘2019년 2차 저출산인식조사_청년세대의 결혼과 자녀, 행복에 대한 생각’ 토론회가 개최됐다.

인구보건복지협회와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구정책과 생활정치를 위한 의원모임이 공동주최하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후원한 이번 토론회는 연애·결혼·가족·자녀·사회·행복 관련 청년 의견을 직접 들어보는 시간으로 마련됐다.

이석희 대학생(동덕여자대학교).
이석희 대학생(동덕여자대학교).

◇ 청년의견①_‘결혼·출산’…개인 행복과 맞바꿈 될까 두려워

이날 토론회 패널로 참석한 동덕여자대학교 이석희 학생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청년으로, 또 행복한 여성으로 살아가기에는 이상과 현실의 차이가 너무 크다”며 아쉬워했다.

일례로 이석희 학생은 “최근 학교 커뮤니티 상에서 특정 교수님의 발언이 회자되며 논란이 됐다”며 언급하기도 했다.

강의 첫 수업 날, 해당 교수가 “날씨도 좋은데 오빠랑 데이트가 있으면 여기 있지 말고 나가서 놀고 와라. 하얀 와이셔츠 입은 오빠 만나고 싶지 않느냐”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이석희 학생은 본인이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이유는 “하얀 와이셔츠를 입은 오빠의 애인이 되기 위한 것도, 또 누구의 엄마가 되기 위한 것도 아닌, 그저 제 자신을 위한 것”이라며 해당 교수가 말한 말의 부당성을 호소했다.

이어 “제도는 제도 자체가 아닌 개인의 행복이 기준이 돼야 한다”며 “결혼 역시 필수가 아닌 행복을 위한 선택의 개념으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더불어 본인은 아이를 무척 좋아하고 낳고도 싶지만, 좋아하는 마음만 가지고 아이를 갖기에는 너무나 많은 것을 포기하게 하는 현실이 가혹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마음놓고 쓸 수 없는 육아휴직과 복직에 대한 불안감, 혹시라도 일을 그만두게 될 경우 느끼게 될 상실감, 아이를 전적으로 믿고 맡기기에는 아직 불안한 보육 시스템 등의 요소가 걱정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임신과 출산이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정말 가치로운 일인 것은 분명하나, 아이를 낳는 것이 정말 그 아이를 위한 일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며 우려했다.

원규희 대표(도도한콜라보, 서울시 뉴딜일자리 청년혁신활동가).
원규희 대표(도도한콜라보, 서울시 뉴딜일자리 청년혁신활동가).

◇ 청년의견②_청년 위한 ‘청년정책’, 청년이 모른다?!

30대 사회적 기업 ‘도도한콜라보’의 청년 창업가 원규희 대표도 대한민국 청년을 대표해 2030 세대가 바라보는 현실과 미래를 함께 얘기했다.

원규희 대표는 “서울시의 뉴딜일자리 정책을 통해 서울시청 사회적경제담당관에서 일을 하면서 사회적 기업 관련 ‘청년 정책’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으며, 이를 계기로 청년 정책의 수혜자가 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당 정책을 알기 전까지는 어떠한 누구도 ‘청년 정책’에 대해 설명해 주지 않아 이렇게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는 줄 몰랐다”며, “관련 정보를 알지 못할 당시에는 ‘청년 정책’이 막연히 사회적으로 어려운 청년들만을 위한 것인 줄 알았다”고 덧붙였다.

현재 창업 1년 차의 고민을 하며 지내고 있다는 원규희 대표는 “국가 차원에서 청년을 위한 좋은 정책을 마련한다 해도, 막상 그 당사자가 알지 못한다면 그 정책은 무용지물과 같다”며, “정책과 수혜자의 홍보 접점이 부족한 것 같아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김수빈 단장(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 활력사업단).
김수빈 단장(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 활력사업단).

◇ 국가 청년 정책, 신뢰 회복이 우선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 김수빈 활력사업단장은 “‘청년 세대를 위한 정책’은 청년 스스로와 사회에 대한 신뢰 회복을 이끌어 내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불행과 불신의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에게 가장 필요한, ‘공공정책’의 역할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김수빈 단장은 청년의 눈에 비친 대한민국 사회는 “▲노력이 배신하는 사회(74%) ▲공정하지 않은 사회(74%) ▲그다지 행복하지 않은 나와 또래 집단, 그리고 행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미래(49%)일 뿐”이라며 관련 연구 결과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현재 ‘기댈 곳’이 부족한 ‘사회 밖 청년’을 대상으로 ‘청년활동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사업은 청년의 ▲설자리(기반 활동) ▲일자리(일) ▲살자리(주거·부재) ▲놀자리(공간)를 위한 ‘2020 서울형 청년보장’ 정책 중 ‘설자리’의 일환으로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사회 밖 청년에게 매월 50만 원(최대 6개월 간)의 수당을 지급하며 ‘진로·정서 상담’ 등 청년 활력 제고를 위한 서비스도 지원하고 있다.

김수빈 단장은 “스스로 잘 해나갈 수 있다는 믿음과 어려울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은 안정정으로 지지받는 경험을 통해 축적될 수 있는 것”이라며, “청년정책은 개개인이 사회와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것이 청년세대에게 가장 필요한 요소”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윤주 연구위원(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이윤주 연구위원(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 청년인식 반영된 정책 및 법제적 방안도 필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이윤주 연구위원은 “청년이란 더 이상 학업 또는 고용을 경계로 규정짓는 ‘인적 차원’의 범주가 아닌, 사회 진입을 시도하는 존재로서의 가치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고용·노동·결혼·출산·주거·식생활 등 사회 진입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청년들의 어려움 및 개선 노력이 선제돼야 비로소 균형잡힌 청년정책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 시대는 사회 전반의 변화에 있어 청년들의 정체성과 역할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므로, 청년정책 마련을 위한 논의에 앞서 그들의 결혼과 자녀·행복 관련 가치관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아울러 이윤주 연구위원은 ”청년 인식과 입장을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 뿐만 아니라 관련 법제적 방안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개진해 나가는 것도 매우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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