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장기요양기관 90%가 부당청구라니요?
[특별기고] 장기요양기관 90%가 부당청구라니요?
  • 김복만 기자
  • 승인 2019.12.10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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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형 (사)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장
조용형 (사)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장.
조용형 (사)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장.

‘간병살인’이라는 단어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게 한 적이 있다.

치매 등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을 살해하고 그 보호자도 동반 자살하는 이른바 ‘간병살인’ 사건이 한동안 우리 사회를 어둡게 채색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제도가 노인장기요양보험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도입된 지 12년째 접어들었고, 지난해 말 현재 67만명의 노인이 그 혜택을 보고 있다.

제도도입 초기부터 정부는 민간에 그 시장을 개방하여 소위 개인시설을 무한 허용했다.

그러나 경쟁이 과열되고 일부 기관에서 부당청구가 이어지자 정부는 재무회계규칙을 개정해 개인시설도 세무가 아닌 재무기준에 맞도록 기관운영을 강제했다. 그리고 지정제를 지정갱신제로 변경해 행정처분 이력 등을 참고해 12월 12일부터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하겠다고 한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통과한 노인장기요양보험법 개정안을 두고도 시끄럽다. 여당 의원이 제출한 개정안을 여당 의원이 반대해 개정안이 좌초됐다는 것이다. 이 개정안의 핵심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급여비용을 청구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벌칙을 도입하는 것이다.

“‘부정한 급여비용 청구, 3년 이하 징역’ 개정안, 형평성 어긋나”

현재 전국적으로 3만3000개에 이르는 장기요양기관과 49만명이 넘는 종사자들이 치매와 노인성 질환으로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노인들을 돌보고 있다.
장기요양기관 대다수는 민간이 창업한 시설이다. 공립시설은 전체의 2%에 불과하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에 사회서비스원을 설립해 직영 시설 수를 늘려 서비스 안정성과 수준 향상을 도모하겠다고 했지만, 사회서비스원 제정법이 언제 국회를 통과할지 장담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지자체가 직영하는 지역사회복지관의 평가점수는 평균 70점을 넘지 못하고, 민간에 위탁한 기관 평가보다 20점 이상 낮은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당초 보육과 장애인시설까지 직영하겠다는 정부의 ‘원대한’ 꿈은 아직도 미몽에 불과하다.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장기요양보험재정의 10%를 급여비용 환수금으로 충당한다. 즉, 거짓이나 부당한 방법으로 급여비용을 신청하여 받아냈다가 다시 환수한 금액이 10%씩이나 차지할 만큼 환수 업무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크나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노인장기요양보험법 개정안 중 벌칙조항이 빠진 것을 두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장기요양보험재정이 새나가고 있는데, 이를 막기는커녕 여당 의원이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도입하고자 했던 벌칙이 적정한지, 이중처벌이나 타법과 형평성이 맞는지 등 법의 균형을 위한 노력이 우선 점검되어야 한다.

 “벌칙 적정성, 이중처벌 여부, 타법과 균형 위한 노력 병행해야”

현행법은 장기요양기관이 부당청구를 하게 되면, 현지조사를 통해 부당이득을 환수하고 행정처분으로 ‘업무정지’ 또는 ‘지정취소’를 할 수 있다.

시설장이나 부당청구에 관여한 종사자는 과태료 처분과 더불어 일정 기간 장기요양서비스 제공을 제한받기까지 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부당청구액이 현지조사 대상 기간 받은 급여비의 10%를 웃돌면 건보공단은 사기죄로 고발까지 하고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 개정이 추진되면서 장기요양기관 현장에서는 “이제는 교도소 앞마당에서 시설을 운영하는 느낌”이라며 자괴감까지 토로하는 목소리가 크다.

장기요양기관 90%가 보험료를 빼먹는다는 기사는 전형적 가짜뉴스임에도 불구하고 복지부는 모른 척하고 있다. 이런 식의 가짜뉴스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장기요양기관 대다수가 사기꾼 집단이란 말인가.

요양원 하나를 설립하는 데 수십억원에서 1백억원 이상 소요되는 경우도 허다한데, 다른 기사에서는 마치 전화기 한 대만 있으면 창업이 가능한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장기요양보험법 개정안 벌칙 빠지자 ‘부당청구 가짜뉴스’ 개탄”

병원이나 약국 등 요양기관의 경우 부정수급 기관에 대한 벌칙 조항이 없음에도 장기요양기관에만 도입하는 것도 문제다.

병원과 약국 등에 없는 처벌조항을 장기요양기관에 도입한다면, 국회는 형평성을 잃었다고 주장해야 한다.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 의원을 비판한 기사 또한 균형을 잃었다.

복지부와 건보공단이 장기요양기관을 대상으로 사정기관화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제도의 전문성과 난이도를 고려하여 쉴 새 없이 정보 제공과 상호 이해하는 과정이 생략된 채 처벌중심으로 행정력을 보인다면, 나아가 실천현장을 보험료 빼먹는 집단으로 모욕을 주고 매도하기가 반복된다면 복지가 아닌 검찰 행정과 다를 게 없다.

정책당국과 현장은 함께 가는 관계이지 일방 감시와 처벌 관계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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