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소설 '불의 고리' 5회 / 하늘의 문, 지옥의 문 ①
판타지 소설 '불의 고리' 5회 / 하늘의 문, 지옥의 문 ①
  • 서주원 기자
  • 승인 2019.11.30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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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서주원

하늘의 문을 열고 지상강림에 나설 옥황상제의 낯빛은 그리 밝지 않다. 어두운 얼굴로 태극궁의 성벽을 넘으면서 옥황상제가 응룡에게 물었다.

“태극궁 사신들의 입단속을 단단히 시켜놨느냐?”

“네, 폐하.”

태극궁의 동서남북엔 4개의 대문이 있다. 4신이 지키고 있다. 동문은 청룡이, 서문은 백호가, 남문과 북문은 주작과 현무가 각각 지킨다. 옥황상제가 지상강림을 결정한 뒤, 응룡은 이 4신을 일일이 찾아갔다. 황비와 박달 등 옥황상제의 가족들은 물론이고 하늘나라 다른 천신들에게 옥황상제가 지상강림을 했다는 사실을 알리지 말라고 엄하게 명령했다. 만약 이를 어길 경우 큰벌을 내리겠다고 일렀다.

“폐하,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생겼습니다.”

“무슨 문제가 생겼다는게냐?”

“저기 저 열쇠별과 자물쇠별을 보십시오.”

옥황상제는 전갈자리 서북쪽 귀퉁이에 떠 있는 열쇠별과 자물쇠별을 쳐다보았다.

“별빛이 무척 어둡구나. 열쇠별과 자물쇠별의 별신들이 우리가 남몰래 태극궁을 빠져나가는 것을 눈치 챈 모양이구나.”

땅의 인류에겐 열쇠별과 자물쇠별이 임금의 집무실이나 궁궐의 대문을 여닫는 별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천신들은 이 두 개의 별이 하늘의 문을 여닫는다고 알고 있다. 실제로 이 두 개의 별은 이런 임무를 수행한다.

하늘의 신과 땅의 인간이 하늘과 땅을 오고 갈 때 이용하던 하늘사다리가 사라진 이후, 열쇠별과 자물쇠별의 역할은 매우 중요해졌다. 그런데 이 두 개의 별이 제 역할을 못했다. 이 별에 살면서 주어진 역할을 담당할 천신이 없었던 탓이다.   

그런데다 옥황상제는 즉위 뒤 몇 차례의 천상반란을 겪었다. 이런저런 사정을 감안해 옥황상제는 열쇠별엔 천신 개금을, 자물쇠별엔 천신 폐금을 각각 보내 본디부터 별자리에 주어진 임무를 맡겼다.

그 뒤 하늘나라 밖에서 북극성 태극궁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두 차례의 승인을 받아야 된다.

우선 열쇠별의 별신 개금과 자물쇠별의 별신 폐금의 승인이다. 승인이 없으면 하늘의 문이 열리지 않는다. 하늘의 문은 하늘의 강으로 불리는 은하수에 있다.

두 번째는 태극궁 동서남북에 있는 4개 대문의 수문장인 4신의 승인을 받아야 된다. 4신의 승인 없이는 태극궁의 출입은 불가능하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도 있다. 옥황상제는 물론이고 천신들은 열쇠별과 자물쇠별의 별자리가 밝으면 은하수에 있는 하늘의 문과 태극궁의 4대 대문을 잘 지켜 하늘나라가 길할 조짐이 있고, 어두우면 하늘나라가 혼란스럽게 된다고 여긴다는 점이다.

방금전 옥황상제와 응룡은 은밀하게 태극궁의 성벽을 넘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천신은 4신 뿐이다. 그런데 이 순간 열쇠별과 자물쇠별의 별빛이 어둡다. 옥황상제와 응룡의 움직임을 열쇠별의 별신과 자물쇠별의 별신이 지켜보고 있는 모양이다.

“폐하! 열쇠별의 별신 개금과 자물쇠별의 별신 폐금이 입을 꼭 다물어야 될 텐데, 이것 참 걱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마도 사신들이 개금과 폐금의 입막음을 해놓았을테니 걱정 말고 어서 땅으로 내려가보자.”

옥황상제를 등에 태운 응룡이 북극성 팔괘지대 태극궁의 동문과 서문 사이의 성벽 근처에서 날개짓을 시작했다. 응룡은 한번의 날개짓으로 빛이 1년 동안 나아가는 거리를 날아간다. 북극성에서 출발해서 땅에 도착하려면 응룡은 날개짓을 800회 해야 된다. 응룡이 날개짓을 10회 정도 했을 때 옥황상제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되도록 몸을 숨겨야 되느니라. 땅속 지하에 사는 염라대왕이 우리의 지상강림을 눈치채게 해서는 절대 안 된다.”

“네, 폐하! 하마터면 까먹을 뻔했는데, 얼른 제 몸도 감추도록 하겠습니다.”

옥황상제는 하늘에서나 땅에서나 자유자재로 투명인간처럼 몸을 감춘다. 변신도 가능하다. 그러나 응룡 등 다른 천신들은 그럴 수 없다. 주문을 외우고 하늘도원의 황비가 특수하게 제조한 선약을 먹어야 된다.

응룡은 짤막한 주문을 외운 뒤 태극궁에서 가져 온 선약을 입에 넣었다. 오늘도 그렇지만 예전의 다른 날에도 응룡은 옥황상제를 등에 태우고 지상강림을 할 때 이런 식으로 자신의 몸을 감췄다.

“폐하! 지상의 어디로 내려가야 되옵니까?”

응룡이 800회 째 날개짓을 하기 전 옥황상제에게 물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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