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소설 '불의 고리' 4회 / 북극성 태극궁 옥황상제의 눈물 ④
판타지 소설 '불의 고리' 4회 / 북극성 태극궁 옥황상제의 눈물 ④
  • 서주원 기자
  • 승인 2019.11.30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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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서주원

“당골천신! 짐은 땅의 불난리를 한 시라도 바삐 수습하고 싶소. 해서 당장 땅에 내려갈 참이오.  그런데 여러 천신들이 나의 건강 문제를 거론하며 반대하고 있소. 물론 인정하오. 짐을 포함한 하늘의 천신들이 땅으로 내려가면 위험하다는 걸 모르는 바 아니오. 그렇치만 짐은 땅에 내려가서 손수 불난리를 수습하고 싶은데, 그럴 경우 짐의 운명은 어찌 될 것 같은가?”

당골천신은 즉답을 피했다. 잠시 뒤, 오른손에 쥐고 있던 청색 옥구슬을 모아진 두 손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한참 동안 들여다 본 다음, 조심스럽게 입술을 뗐다.

“송구스러운 일이 옵니다만 폐하의 신변에 큰 변고가 생길 수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을 드리자면 그간 앓고 계신 지병이 더욱 악화되고 원인도 모를 병까지 얻게 돼 운명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제발 땅에 강림하지 마시옵소서!”

당골천신의 불길한 예언을 듣고 난 옥황상제의 안색이 굳어졌다.

당골천신은 손아귀에 넣고 다닐 만큼 작은 그 청색 옥구슬로 우주 만물에 대한 만년의 과거와 천년의 미래를 어림한다.

옥황상제는 이 때로부터 5천년 전인 BC 2만 3천년 경, 제4대 옥황상제에 올랐다. 그 뒤, 당골천신의 조언에 따라 북두칠성에 있던 하늘나라의 정궁을 이곳 북극성으로 옮겼다. 궁궐터를 높이가 수 천리에 이르는 다이아몬드산 아래에 잡고, 일대를 팔괘지대로 설정한 다음, 궁궐의 이름을 태극궁으로 정한 것도 순전히 당골천신의 조언에 따른 것이다.

그간 지나 온 세월을 돌이켜 보면, 당대 하늘나라 최고의 예언가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당골천신의 점괘가 모두 맞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열 가지 점괘 중 아홉가지가 적중했다. 그 때문에 옥황상제는 청색 옥구슬로 점을 쳐서 점괘를 내놓는 당골천신의 입을 4개의 눈동자가 박힌 두 눈을 부릅뜨고 예의주시한 것이다.

당골천신의 불길한 점괘를 귀담아 듣고 난 뒤, 옥황상제는 지그시 눈을 감더니 깊은 고민에 빠졌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느라 그의 찡그린 인상이 펴질 줄 모르자 태극전의 천신들은 하나 둘 씩 자리를 떴다. 면전에서 열변을 토하던 황비에 이어 박달과 당골천신까지 자리를 뜨자 태극전엔 옥황상제와 응룡만 남았다.

“폐하, 북극성의 해가 서산인 다이아몬드산 뒤편으로 완전히 넘어갔습니다. 이제 그만 거동하시어 일단 저녁을 드시고 오늘은 일찍 침전으로 향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응룡이 이렇게 제안했지만 옥황상제는 대답이 없다.

“현재 땅의 상황은 어떤지 살펴보고 싶구나.”

응룡이 태극전 정면 우측 구석의 탁자 위에 올려져 있던 팔괘경을 옥황상제가 앉아 있는 금평상 쪽으로 들고 왔다. 팔각형의 이 거울은 높이가 땅의 성인 남자 키만하고 너비가 성인 남자의 두 팔 간격 쯤 되는 동경(銅鏡)이다. 재료가 구리인 이 거울의 중앙엔 큼직한 태극문양이, 태극 문양 바깥엔 팔괘가 새겨져 있다. 옥황상제는 이 팔괘경으로 우주만물의 실시간 움직임은 물론 과거와 미래까지 살펴 본다.

“아악, 흐으윽!…”

금평상 바른편 귀퉁이에 세워진 팔괘경을 통해 땅의 인간과 동물이 화산 분화구에서 흘러 나온 용암 등 화마에 타죽는 끔찍한 광경을 살펴보던 옥황상제가 갑자기 울부짖기 시작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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