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소설 '불의 고리' 3회 / 북극성 태극궁 옥황상제의 눈물 ③
판타지 소설 '불의 고리' 3회 / 북극성 태극궁 옥황상제의 눈물 ③
  • 서주원 기자
  • 승인 2019.11.30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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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서주원

“짐의 오랜 꿈은 하늘과 땅의 평화요. 평화란 평온하고 화목한 것을 이르는데, 우주의 어느 곳이든 갈등과 전쟁이 없고, 우주의 어느 곳에 살던 신과 인간 모두가 걱정과 탈이 없도록 만드는 것이 짐의 오랜 꿈이기도 하지만 주어진 임무라고 생각하오. 우리 하늘나라 모든 천신들의 꿈과 임무도 땅을 포함한 우주의 평화를 만드는 것이라 여겨지는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오?”

천신들이 모두 입을 꾹 다물어 태극전은 다시 텅 빈 공간처럼 고요했다. 천신들의 대꾸가 없자 옥황상제도 말문이 막힌 듯 말끝을 잇지 않아 태극전엔 숨소리도 들리지 않을 만큼 정적이 흘렀다. 그러나 이런 고요함도 잠시였다.

“만약 폐하의 옥체에 변고가 생긴다면 과연 우주가 평온하고 화목하겠습니까?”

태극전에 옥황상제의 부인인 황비가 난데없이 나타나더니 목청을 높여 던지는 질문이었다. 옥황상제는 깜짝 놀란 듯 어안이 벙벙했다.

“폐하의 그 금평상에 앉아 보겠다고 천상반란을 일으켜 그동안 이 태극궁을 쳐들어 온 신들이 어디 한둘 입니까? 예전에도 그랬지만 폐하의 옥체에 변고가 생겼다는 소문이 퍼지면 가장 먼저 저승의 염라대왕이 이 태극궁에 쳐들어 올 것입니다. 그러하오니 폐하, 제발 땅에 내려가지 마십시오!”

“이 보시오, 황비! 땅의 인간도, 동식물도 죄다 산사태와 물난리 때문에 땅속에 파묻히고 물속에 빠져 죽고 용암과 화재 등 화마로 인해 까맣게 타 죽을 판국인데, 우주의 지배자라는 내가 여기 이렇게 앉아서 지켜만 볼 수는 없는 일 아니오?”

“폐하, 듣자하니 중천의 십이지신들이 수습을 잘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폐하를 대신해서 땅을 다스리고 있는 십이지신들의 충정과 능력을 믿지 못하시는 겁니까?”

“네, 어찌 그들의 충정과 능력을 믿지 못하겠소. 다만, 내가 직접 나서면 불난리를 좀 더 빨리 수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오.”

이렇게 시작된 옥황상제와 황비 사이의 언쟁이 지루하게 이어졌다. 그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논쟁이 길어지고, 시시콜콜한 얘기까지 거론돼 일부 천신들이 눈살을 찌푸릴 때 쯤, 누군가 이런 제안을 했다.

“폐하, 그러지 마시옵고 당골천신을 불러 땅의 불난리와 폐하의 지상강림 문제에 대한 예언을 들어보는 것이 어떨까 하옵니다...”

옥황상제의 큰아들인 왕자 박달이었다. 옥황상제는 선뜻 박달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옥황상제의 면전에서 지상강림의 반대논리를 지루하게 늘어놓던 황비는 반색했다.

“오호라! 그러면 되겠구나. 폐하, 박달의 제안을 받아들임이 어떠실까요?”

옥황상제는 고민 끝에 박달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여봐라, 응룡! 근래 당골천신의 얼굴을 본 적 없는데, 요즘 어디에 머물고 있느냐?”

“지금 이 시간 북두칠성에 머물고 있는데, 폐하, 소신이 가서 데려오겠습니다.”

두어 시간이 지난 뒤, 행색이 도인 같은 당골천신을 앞세운 응룡이 태극전 안으로 들어왔다. 백발이 희끗희끗하고 흰 수염이 배꼽 부위까지 내려 온 당골천신의 오른손엔 크기가 달걀만한 청색 옥구슬이 들려 있다.

“폐하,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그래, 오랜만이오! 사정이 다급하니 자질구레한 얘기는 다른 날에 자세히 묻기로 하고 오늘은 태극궁의 주요 현안과 관련된 두어 가지만 묻겠소. 그대도 잘 알고 있겠지만 최근 땅에서는 큰 불난리가 났소. 이 불난리가 언제까지 지속 될 것 같은가?”

“꽤 오래 갈 듯 하옵니다!”

“그렇게 판단하는 이유가 뭔가?”

“소신이 보기엔 이번 불난리는 염라대왕이 흑심을 품고 일으킨 듯 하옵니다. 백두산 화산 등 땅에 있는 수백 개의 화산을 연쇄적으로 폭발시킨 걸 보면 백 년 전에 천상반란을 일으켰던 것처럼 다시 또 폐하의 자리를 노리고 역모를 꾸민 게 틀림없어 보입니다.”

지그시 눈을 감고 당골천신의 예언을 귀담아듣던 옥황상제가 무거운 눈꺼풀을 두 손바닥으로 비빈 다음 당골천신을 바라보며 물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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