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소설 '불의 고리' 2회 / 북극성 태극궁 옥황상제의 눈물 ②
판타지 소설 '불의 고리' 2회 / 북극성 태극궁 옥황상제의 눈물 ②
  • 서주원 기자
  • 승인 2019.11.3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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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서주원

“폐하, 용안이 왜 그리도 어둡사옵니까?”

어느 해 초여름의 오전, 하늘도원 청옥루(靑玉樓)의 옥평상에 앉아 사색에 잠겨 있는 옥황상제에게 조심스럽게 이런 질문을 던진 천신(天神)은 응룡(應龍)이다.

“글쎄…”

며칠 전부터 옥황상제가 고심 하는 건 땅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불의 고리’ 지역의 대규모 지진과 화산폭발 문제다. 이런 사정을 보좌신(補佐神) 응룡이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응룡이 이런 질문을 던진 것은 옥황상제의 건강이 걱정되어서다.

“여봐라 응룡! 너도 여러 천신들의 주장처럼 내가 땅에 내려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느냐?”

푸르고 투명한 청옥으로 만든 평상에 앉아 이렇게 묻고 있는 옥황상제의 눈가엔 눈물이 어렸다. 오색구름 아래로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한낮인데도 그의 희끗희끗하게 센 백발 뒤에서 환하게 빛나는 빛너울은 눈부시다. 드넓고 윤기 나는 숫돌이마의 눈썹도 하얗게 셌다. 머리털과 수염처럼 희끗희끗하다. 나이가 들어 얼굴에 송장꽃이 한 두 군데 피었을 법 한데도 그의 얼굴은 티 하나 없이 깨끗하고 낯빛은 노란색을 약간 띤 우윳빛이다. 조금 긴 듯하고 겉모양이 빼어난 그의 얼굴과 머리 모양은  지상의 인간과 거의 비슷한데 전체적으로는 흰빛이다. 다만 그의 눈 하나에 두 개씩 박혀 있는 눈동자만 짙은 검은빛이다.

“폐하,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하옵니다. 연세도 많고 건강도 좋지 않으신데, 땅에 내려가서 차마 눈을 뜨고 보지 못할 참사현장을 둘러 보시면 슬픔과 고통이 더욱 크실 겁니다. 그런데다 현재 땅을 뒤덮고 있는 화산재와 독성이 매우 강한 유황 등 여러 종류의 가스를 마시게 되면 몸에 해로울 겁니다. 태극궁의 여러 천신들도 이런 염려 탓에 폐하의 지상강림을 반대하는 걸로 알고 있사옵니다. 그러하오니 제발 여러 천신들의 충정어린 반대를 거두어 주시옵소서.”

“알았노라. 그리하도록 하마.…”

응룡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면서도 옥황상제는 긴 한숨을 내뱉었다. 모두 4개의 눈동자가 박힌 그의 두 눈에 여전히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태극궁의 정전(正殿)은 태극전(太極殿)이다. 하늘나라의 천신들이 아침에 모여 옥황상제에게 안부를 여쭈고 하늘나라의 크고 작은 일들을 아뢰는 궁전이다. 이 곳에서 열리는 어전회의(御前會議)는 옥황상제 앞에 천신들이 모여서 하늘나라의 큰일을 논의하는 자리다.

엊그제 옥황상제가 불러 모은터라 그날 오후 태극전에서 열린 어전회의에 하늘나라의 주요 천신들이 대부분 참석했다. 옥황상제는 태극전 정면 정중앙의 금평상에 앉아 있다. 

그 앞엔 수십 명의 천신들이 좌·우측으로 구분해 길게 늘어놓은 은평상에 앉아 있다. 그 가운데는 보좌신 응룡과 옥황상제의 비서신(秘書神) 황룡(黃龍)도 있다. 황룡 역시 응룡처럼 용의 몸에 날개가 달려 있다. 응룡의 몸과 날개는 흰색인데 반해 황룡의 몸과 날개는 황금색이다.

“하늘나라 천신들은 들으시오! 짐은 이 임시 어전회의가 끝나는 대로 지상에 다녀오겠소!”

어전회의가 시작되자마자 옥황상제가 이렇게 말했다. 천신들은 기절초풍했다. 천신들이 몹시 놀라서 저 마다 얼빠진 표정을 짓자 옥황상제가 말을 잇지 못했다. 태극전은 아무도 없는 빈 공간처럼 고요했다.

한참 뒤, 그런 분위기를 깨는 높은음의 목소리가 우측열 맨 앞쪽에 있는 은평상에서 터져 나왔다. 비서신 황룡이 조심스럽게 입을 연 것이다.

“폐하! 땅에 내려가셔서는 절대 아니 되옵니다. 폐하께서는 하늘나라의 제3대 옥황상제에 등극하신 이후, 땅의 대홍수와 빙하기를 수습하시느라 노고가 많으셨습니다. 그 두 건의 대재앙을 오랜 기간 동안 수습하시는 과정에서 안타깝게도 폐하의 옥체는 많이 손상됐습니다. 폐하의 몇 가지 지병은 하늘나라의 의술과 명약으로도 고칠 수가 없는 상태여서 황비님, 그리고 여러 왕자님과 공주님들은 물론이고 하늘나라 모든 천신들의 걱정이 태산인데, 이런 상황에서 대홍수와 빙하기를 수습했던 것처럼 지상강림해서 직접 땅의 불난리를 수습하시겠다고 나서는 것은 천부당만부당한 일이 옵니다.…”

황룡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 크고 비장한 목소리로 옥황상제의 지상강림을 반대하고 나서자 다른 천신들도 용기를 내 말문을 열었다.

“폐하! 중천에 있는 십이지궁의 십이지신들이 오늘도 밤잠을 설치며 땅의 불난리 수습에 최선을 다하고 있사옵니다. 그들이 이번 대재앙을 곧 수습할 것이니 염려마시고 땅에 내려가지 마옵소서!…”

태극궁의 집사신(執事神) 봉황(鳳凰)이 이렇게 말했다. 옥황상제는 짐짓 그 말을 귀담아 듣는 척 하면서도 이내 말꼬리를 딴 데로 돌렸다.

“존경하는 여러 천신들께 한 가지 묻겠소! 짐의 오래된 꿈이 뭔 줄 아시오?”

태극전에 모인 천신들 모두 묵묵부답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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