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나왔어 애벌레?” 바람 잘 날 없는 기저귀 업계
“또 나왔어 애벌레?” 바람 잘 날 없는 기저귀 업계
  • 김은교 기자
  • 승인 2019.11.2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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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피부에 직접 닿는 제품인데”…불안감·배신감 느끼는 엄마들
“제조공정에서는 이물 유입 불가능”…그저 ‘속수무책’ 환불·교환만

[베이비타임즈=김은교 기자] 생활용품 유명업체 A사의 기저귀 제품에서 애벌레가 나와 육아용품 업계 내 각별한 경각심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 18일, 생후 5개월 둘째 여아를 둔 엄마 B씨는 아이 기저귀를 갈아주려던 중 소스라치게 놀랐다. 낱개 기저귀에서 길이 1㎝는 충분히 넘어 보이는 검은색의 애벌레가 보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애벌레는 기저귀 겉표면도 아닌, 사방이 접혀 막혀있던 기저귀 안쪽 면에 붙어 있었다.

찝찝한 마음에 B씨의 어머니가 업체 측에 전화를 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더욱 찝찝하기만 했다. “기저귀 제조 시 고온·고압의 과정이 있어 공정 과정 중 이물질이 들어갈 리는 없지만, 해당 기저귀를 택배로 회사에 보내주면 새상품으로 교환해 주겠다”는 말만 돌아왔기 때문이다.

당시 통화 당사자인 어머니에 따르면 “업체 측 직원 두 사람과 통화를 했지만 두 사람 모두 동일한 내용의 말을 마치 외운 것처럼 똑같이 반복할 뿐”이었다고 했다. 이어 “이 같은 사례 발생이 한두 번이 아닌 듯한 느낌을 받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실제로 해당 브랜드의 기저귀에서 애벌레가 나왔다는 이야기는 처음이 아니다. 수년째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다.

그간 A사는 관련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유통·보관상 이물질 유입 문제로 추측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또 해당 제품의 교환 및 환불 정책을 진행하며 대안 모색의 의지를 표명해 왔지만, 결국 명확한 대안은 찾아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보자 B씨는 “산후조리원 동기 모임을 함께하고 있는 엄마들에게 해당 이야기를 전했더니 일반 기업도 아닌 대기업 기저귀에서 애벌레가 나왔다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끼더라”며, 육아 용품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엄마들의 심정을 전하기도 했다.

또 "해당 문제에 대해 업체 측이 고민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구체적인 개선책을 내놓고 있지 못하는 현재의 모습에 실망을 금할 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기저귀에서 나온 애벌레 모습. (자료 출처_제보 사진)
기저귀에서 나온 애벌레 모습. (자료 출처_제보 사진)

이에 대해 현재 A사는 전전긍긍하는 반응이다.

“고온 및 고압 절차를 거치는 기저귀 공정 과정에서는 온전한 형태의 벌레가 존재할 수가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문의 결과, A사는 “시판 제품 내 벌레 등 이물질 유입 문제는 식품 및 생활용품 기업 전반에 걸친 공통적 문제점”이라며 “자사 자체적으로도 계속 고민하고 또 연구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밝혀 왔다.

그리고 기저귀 내 애벌레 발견 이슈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데 대한 대책을 묻는 질문에는 “앞서 해충 등 이물 방지 포장을 적용한 상품을 출시한 적이 있으나, 천연 물질로 만드는 기저귀인 탓에 그다지 큰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 “과거 다른 사례로 미루어 보아, 은박지도 뚫고 들어갈 만큼 포장지 침입에 용이성을 보이는 유충도 있어 벌레 유입의 온전한 차단은 굉장히 어려운 게 현실”이라는 의견도 전했다.

“결국 그 외의 가장 확실한 방법은 기저귀 내 화학약품 처리인데, 아기 피부에 직접 닿는 용품이기 때문에 그런 조치는 힘들다”는 말도 덧붙였다.

제품 내 벌레 등 이물 유입이 업계 공통의 고민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업체의 발생 빈도가 높은 원인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이에 대해 A사는 “많이 사용되는 제품이다 보니 이에 비례해 발생률이 높아 보이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만일 업체 측이 주장하는 것처럼 제조 공정이 아닌 유통·보관 과정 중 나타나는 문제라면, 문제 발생 이후 유통사와의 협의 또는 개선 협력 조치가 이뤄진 바 있는지를 묻자 “커뮤니케이션 되고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더불어 “향후 기저귀 생산과정 중 궁금한 사항이 있다면, 관련 내용을 소비자 분들도 확인하실 수 있도록 하는 노력도 기울이겠다”는 말을 전해오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애벌레 기저귀 사태로 시장 내 소비자 불안은 쉽사리 진정되지 않을 전망이다. 꾸준히 제기돼 온 육아용품 위생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으리란 보장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재는 어떤 확실한 개선방안도 구축되지 않은 게 업계 현실이다.

B씨는 “기저귀에서 애벌레를 본 후, 그간 무심코 사용했던 기저귀에도 미처 발견하지 못한 이물질이 있지 않았을까하는 불안감마저 엄습했다”며, “혹시 모를 이물질이 아이 피부에 닿았을 것만 같은 우려를 떨쳐버릴 수가 없다”고 얘기했다.

아울러 “이번 일을 계기로 해당 업체의 기저귀가 향후 더욱 좋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부모와 아이들이 육아용품 사용에 앞서 불안에 떠는 일이 더 이상은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도 함께 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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