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태원 회장, 석유-통신-반도체 이어 바이오서 성장축 마련하나
SK 최태원 회장, 석유-통신-반도체 이어 바이오서 성장축 마련하나
  • 김완묵 기자
  • 승인 2019.11.27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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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최태원 회장

[베이비타임즈=김완묵 기자] SK그룹이 지난해 반도체 분야에서 큰 성과를 냈다면 올해는 바이오 분야에서 새 지평을 열고 있다. 과거가 석유화학, 통신이 이끄는 시대였다면 최근에는 이들을 포함해 반도체, 바이오로 성장축이 다변화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무엇보다 바이오 분야는 SK그룹이 자체적으로 동력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것으로 여겨진다. 다른 분야가 시대를 앞서본 CEO의 탁월한 예지력으로 M&A(인수합병)를 통해 큰 시장을 형성했다면, 바이오 분야 성과는 CEO의 뚝심과 회사 자체 역량으로 한우물을 판 끝에 거둔 것이라서 더욱 값진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도 들린다.

SK바이오팜 조정우 사장은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품목 허가를 받은 뇌전증(간질) 신약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를 내년 2분기부터 미국에서 판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SK바이오팜의 미국 법인인 SK라이프사이언스가 판매와 마케팅을 직접 맡을 예정이다. 

블록버스터(연매출 10억달러가 넘는 의약품)급 판매 돌풍이 불어올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수익을 온전히 거둬들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날 조 사장은 "대부분 제약사가 현지 판매사와 협력해 판매에 나서는 것과 달리 독자 판매 노선을 선택했다"며 "다른 회사와 협력 마케팅을 하게 되면 이익이 절반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영업인력 투입 등 파이프라인을 준비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내년 2분기 판매가 시작되면 미국 시장의 특성상 초기 단계에는 신약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2∼3년은 판매액이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좋은 소문이 나면 급격하게 판매액이 올라가게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날 조 사장은 "하나의 약이 개발되기까지 평균 10∼15년이 소요되고 약 1조∼2조원이 투자된다"며 "엑스코프리 역시 2001년부터 중장기 계획을 설정하고 지금까지 그룹이 아낌없이 지원해왔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국내 제약사들이 실패 확률이 낮은 복제약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SK바이오팜이 실패 확률이 높은 혁신신약 개발에 몰두하게 된 것은 최태원 회장의 은근한 뚝심이 작용했다는 소리도 나온다. 복제약을 판매하는 것보다 불확실성은 크지만 성공하면 큰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 회장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긴 레이스를 완주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의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증권가는 SK그룹이 바이오팜의 간질 치료제 FDA 승인으로 바이오 분야에서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인 글로벌 데이터는 전 세계 뇌전증 치료제 시장이 2022년까지 69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오팜은 간질 치료제 판매만으로도 한 해 1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년에 바이오팜이 주식시장에 상장을 하면 10조원 정도의 시장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게다가 다른 계열사인 SK바이오텍은 의약품 생산 사업에 진출해 한국과 미국, 유럽에서 의약품 위탁생산(CMO) 사업을 벌이고 있다. 사업을 확장하는 기세가 만만치 않아 이 분야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둘 것으로 점쳐진다. SK그룹의 바이오 사업이 날개를 다는 시점이 서서히 다가오는 셈이다. 

이런 덕분에 지주사인 SK 주가 역시 최근 들어 강세를 보이고 있다. 27일엔 차익매물이 출현하며 전날대비 1% 내외 하락한 26만2500원 정도에서 거래되고 있지만 올해 최저점인 지난 8월 27일(19만2500원) 주가와 비교하면 상당히 오른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투자자들도 SK그룹의 성장 잠재력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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