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조건, 나는 연극을 사랑했네”…내달 5일 ‘늘푸른연극제’ 개막
“청춘의 조건, 나는 연극을 사랑했네”…내달 5일 ‘늘푸른연극제’ 개막
  • 김은교 기자
  • 승인 2019.11.21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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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라이프부터 노부인의 방문까지… 예술혼 담은 무대
12월 5일부터 22일까지 대학로 일대 극장서 공연 예정

[베이비타임즈=김은교 기자] 올해 겨울에는 대한민국 공연예술의 메카 서울 대학로에 은푸른 빛 꽃이 피어날 전망이다. 오는 12월, 원로 연극인들의 예술혼이 담긴 ‘제4회 늘푸른연극제’가 시작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제1회 원로연극제’로 출발한 ‘늘푸른연극제’는 대한민국 원로 연극인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마련된 무대다.

올해의 부제는 ‘그 꽃, 피다’. 원로 연극인들의 역사와 연극계가 가야 할 새로운 지표, 그리고 예술의 무한성에 젊음의 의미를 담아 ‘꽃’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오는 12월 5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되는 본 연극제에서는 현실 속 노인들의 삶을 진지하게 성찰한 6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번 늘푸른연극제를 완성할 원로 연극인은 ▲연출가 표재순 ▲배우 김경태 ▲연출가 겸 배우 김동수 ▲배우 박웅 ▲작가 윤대성 ▲연출가 정진수(극단 민중) ▲배우 이승옥이다. 모두 대한민국 문화예술계 역사의 산증인과도 같은 이름이다.

지난 18일, 대학로 공공그라운드에서 ‘제4회 늘푸른연극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작품이 담고 있는 이야기와 의미를 통해 원로 연극인 각자의 예술 철학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이날 서현석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는 “늘푸른연극제는 원로 연극인들의 연륜을 작품을 통해 보여주는 무대”라며, “연극계의 역사와 원숙한 예술성을 느낄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제4회 늘푸른연극제' 홍보 포스터. (자료제공=늘푸른연극제사무국)
'제4회 늘푸른연극제' 홍보 포스터. (자료제공=늘푸른연극제사무국)

이어 늘푸른연극제 주역들의 작품소개도 이어졌다.

먼저 이번 연극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하프라이프’의 표재순 연출가는 “사랑·기억·망각·사람·부모와 자식·신·죽음 등의 의미가 이 연극의 아이디어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하프라이프란 ‘가치의 반만 남은 상태’를 뜻한다. 해당 작품에서는 ‘소멸 직전, 맹렬하게 타오르는 생명성’과 ‘다 죽어가는-생명이 반만 남은’이라는 이중적인 의미를 담아내며 ‘나이듦’ 및 ‘사랑’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한편 표재순 연출가는 연극·뮤지컬을 비롯한 무대 예술은 물론, 88올림픽·2002월드컵과 같은 대형 행사 연출까지 도맡아 한 문화 예술 기획의 거장이다. 지난 2000년에는 대통령 표창을, 2014년에는 은관 문화훈장을 수상하기도 한 대한민국 연출 역사의 산증인이다.

표재순 연출가는 이 작품을 통해 가족해체사회를 살고 있는 현시대에서도 변하지 않는 주제, ‘부모·자식 관계’ 그리고 ‘늙음과 사랑’의 메시지를 멜로드라마로 엮어 선사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12월 5~8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되며, 12월 24~25일에는 전주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에서 올려질 예정이다.

배우 김경태는 프랑스 부조리극 작가 외젠 이오네스코의 ‘의자들’을 선보인다. 그는 ‘불소통’에 대한 자기 응어리를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다며 참여 소감을 밝혔다.

배우 김경태는 강원도 연극의 맥을 잇는 배우다. 지난 1960년대부터 강원도 연극계의 싹을 틔우고 성장시켜온 중심 인물이다. 강원도 문화상·강원예총 예술인상 등을 수상하며 현재까지도 춘천 최고령 현역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김경태 배우는 “부조리란 소통을 위한 말이지만 자기 진솔함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 또한 아니”라며, “이 작품 자체가 인생과 매우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연극 ‘의자들’은 부조리한 인생을 부조리하게 담아내는 작품이다. 고립된 섬에서 단둘이 살아가는 노부부의 대화를 통해, 단절된 삶에서 오는 짙은 고독·인간·신·물질·현실세계 등의 부재를 이야기할 예정이다. 오는 12월 6~8일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공연된다.

이번 연극제에 참여한 (왼쪽 위부터) 연출가 표재순, 배우 박웅, 연출가 정진수, 연출가 겸 배우 김동수, 배우 김경태, 배우 이승옥.
이번 연극제에 참여한 (왼쪽 위부터) 연출가 표재순, 배우 박웅, 연출가 정진수, (왼쪽 아래부터)연출가 겸 배우 김동수, 배우 김경태, 배우 이승옥. (사진=김은교 기자)

‘그 꽃 피다’라는 캐치프레이즈처럼 다시 꽃을 피우기 위해 늘푸른연극제에 도전했다는 원로 연극인도 있다. 바로 배우 겸 연출가 김동수다.

김동수 연출가는 대한민국 판토마임 1세대이자 성우·탤런트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꾸준히 활동해온 연극인이다. 지난 1989년에는 제26회 동아연극상 ‘남자연기상’을 올해 2019년에는 월드 2인극 페스티벌 ‘스페셜 아티스트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5년만에 연극 주인공으로 무대를 서 소회가 남다르다”는 연출가 김동수의 작품은 프랑스 작가 안나 가발다의 동명소설을 무대화한 연극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다.

지난해 12월 극단 김동수컴퍼니에 의해 2인극으로 다시 태어난 이 연극은 평생을 연극과 함께 해온 김동수의 예술혼이 담긴 위기 및 희망의 작품이었다. 지난해 폐암 수술 당시 받은 그의 보험금으로 제작한 연극이 바로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전 인류의 공통 소재인 사랑과 상처, 후회와 용기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이뤄질 수 없는 사랑과 현실 앞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아파하는 세 남녀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오는 12월 11~15일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공연된다.

지난해 ‘2018 대한민국 예술원 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배우 박웅도 연극 ‘황금 연못에 살다’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이야기한다.

한국 연극배우협회 초대회장, 대학로문화발전위원회 이사장, 제19대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등을 역임한 그는 지난해 ‘대한민국 예술원상’ 이외에도 1977년 동아연극상 ‘남우주연상’, 2000년 ‘평론가상’을 받은 바 있다.

연극 황금연못에 살다는 연극배우 및 극작가 겸 연출가인 장두이가 미국 작품 ‘On the Golden Pond’에 영감을 받아 한국적으로 개작한 작품이다. 지난 2006년 12월 대학로 극장에서 성황리에 공연되기도 했다.

박웅 배우는 작품을 소개하며, “황혼에 접어든 노부부와 그들의 딸을 통해 가족과 삶의 의미를 되짚어 보려했다”고 전했다.

특히 극중 노부부 역할은 실제 박웅·장미자 배우가 맡아 더욱 실감나는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오는 12월 12~15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지난 18일 대학로 공공그라운드에서 '제4회 늘푸른연극제' 기자간단회가 개최됐다. (사진=김은교 기자)
지난 18일 대학로 공공그라운드에서 '제4회 늘푸른연극제' 기자간담회가 개최됐다. (사진=김은교 기자)

대한민국 극작의 거목 윤대성과 연극계 살아있는 역사인 ‘민중 극단’이 함께한 작품 ‘이혼예찬’도 이번 연극제를 통해 선보일 계획이다.

극작가 윤대성은 1993년 한국연극협회 부이사장, 2011년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에 선임된 연극계 거장이다. 지난 2015년에는 경남 밀양연극촌에 윤대성 문학관이 건립된 바 있으며, 같은 해 ‘윤대성 희곡상’이 제정돼 신진극작가의 등용문이 되고 있다. 민중 극단 역시 1963년 창단돼, 현 예술감독 정진수와 박봉서, 구자흥을 필두로 다양한 작품활동을 해 왔다.

‘이혼 예찬’은 지난 1989년 민중 극단에 의해 ‘이혼의 조건’이라는 제목으로 초연된 작품이다. 또 동아연극상·한국연극영화예술상 등을 섭렵한 대한민국 희곡의 거장 윤대성 작가의 작품이기도 하다.

민중 극단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정진수 연출가는 이날 간담회를 통해 “이 작품은 대한민국 대표 극작가 윤대성의 대표작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현대연극작품이라 말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연극 중 하나”라고 말하며 작품에 대한 기대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 작품은 노년에 접어든 부부의 갈등과 이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통해 결혼과 삶, 그 자체의 ‘의미 없음’에 대해 철학적으로 통찰한다. 오는 12월 18~22일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공연된다.

국립극단의 대표 여배우 이승옥도 연극 ‘노부인의 방문’으로 늘푸른 연극제를 찾았다. 특히 이승옥 배우는 제1회 원로연극제(늘푸른연극제의 전신) 개최 이래 처음 참여하는 여성 연극인이다.

지난 2018년 제3회 대한민국 연극제 ‘여우 주연상’에 빛나는 이승옥은 1967년 극단 동인 활동 이후 52년째 연기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배우 박정자·손숙과 함께 대한민국 대표 원로 여배우로 꼽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날 이승옥 배우는 “벌써 반세기 넘게 연극을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돌이켜보며 돈이 없어도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들이었다”고 과거를 회상하기도 했다.

또 본인은 성별을 구분해 표현하는 ‘여성 연극인’이 아닌 그냥 ‘연극인’이라고 말하며 “그간 배우로서 행복하게 살아왔 듯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라고 전했다.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작가의 작품인 이 ‘노부인의 방문’은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살인 행위가 일어나는 상황을 그려내는 작품이다. 인류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얼마나 쉽게 타락할 수 있는지를 보여줄 예정이다. 오는 12월19~22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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