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문화탐방] "나비가 되어볼까?" 아모레퍼시픽 2019 설화문화전
[BT문화탐방] "나비가 되어볼까?" 아모레퍼시픽 2019 설화문화전
  • 최주연 기자
  • 승인 2019.11.05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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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 본사 로비에서 체험하는 생경한 호접지몽
세계적 미술 거장 바바라 크루거의 한글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기회까지

‘2019 설화문화전, 미시감각: 문양의 집’ 전시가 진행 중인 용산 아모레퍼시픽 본사 로비 전경 Ⓒ베이비타임즈 최주연 기자
‘2019 설화문화전, 미시감각: 문양의 집’ 전시가 진행 중인 용산 아모레퍼시픽 본사 로비 전경 Ⓒ베이비타임즈 최주연 기자

[베이비타임즈=최주연 기자] 미시감이란 흔히 말하는 데자뷰의 반대 현상이다. 잘 알고 있는 장소인데도 처음 와보는 곳처럼 느껴지며 모든 것들이 생소해지는 꿈같은 순간을 일컫는다. 예컨대 가장 편한 장소인 ‘집’에서 한 마리 나비가 되는 꿈을 꾸는 것도 미시감의 몽환적인 경험이다.

예술가들이 우리 전통을 모티브 삼아 미시감을 표현해낸다면 어떨까? 게다가 그 장소가 세계적인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한 아모레퍼시픽 본사라면? 걸음을 망설일 이유가 없겠다. 복잡한 도심 속에서 호접지몽을 접할 감각적인 전시를 소개한다.

뷰티브랜드 설화수가 개최하는 ‘2019 설화문화전 ‘미시감각: 문양의 집’이 10월18일부터 12월29일까지 서울 용산 아모레퍼시픽 본사에서 진행 중이다.

설화문화전은 2003년부터 이어져 온 설화수의 문화 활동이다. 전통과 현대의 만남을 통해 젊은 세대들이 전통을 더 가깝게 느끼고 공감할 수 있도록 세대 간 소통을 실현하는 취지로 진행해 올해로 14년째를 맞이했다.

이번 전시는 우리 전통 문양 중 행복과 아름다움을 뜻하는 나비, 새, 꽃을 주요 소재로 삼아  동시대 작가들만의 독창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했다. 특히 섬세한 아름다움의 요소인 전통 문양을 일상적 공간인 ‘집’ 안에서 감각적으로 재창조했다.

현대미술의 드로잉, 일러스트레이션 기법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한 나비와 새, 꽃은 이번 전시 소재에 영감을 준 고미술작품 ‘호접도10폭병풍’, ‘화조영모도10폭병풍’, ‘서화미술회10인합작도10폭병풍’에서 비롯되었다.

2019 설화문화전 미시감각 문양의 집 입구, 겹겹이 층을 이룬 하얀 조각 천들이 집으로 들어서는 발걸음을 설레게 한다. Ⓒ아모레퍼시픽
2019 설화문화전 미시감각 문양의 집 입구, 겹겹이 층을 이룬 하얀 조각 천들이 집으로 들어서는 발걸음을 설레게 한다. Ⓒ아모레퍼시픽

참여한 작가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건축 분야의 김이홍을 비롯해 공간기획 박성진, 드로잉 강주리, 패브릭 김진진, 인테리어 백종환, 패션 분야의 이다은과 조은애, 영상 최경모 작가가 참가했다.

관람객들은 ‘문양의 집’에 들어선 후 일상 공간인 ‘리빙룸’, ‘다이닝룸’, ‘베드룸’, ‘파우더룸’, ‘라이브러리’에서 전통 문양의 미시 세계 속에 빠져들어 그 가치와 아름다움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다. 작가들이 그려내는 문양의 캔버스인 ‘집’ 속 다섯 공간을 차례로 만나본다.

2019 설화문화전 미시감각 문양의 집 리빙룸 living room Ⓒ아모레퍼시픽
2019 설화문화전 미시감각 문양의 집 리빙룸 living room Ⓒ아모레퍼시픽

◇ 리빙룸, 문양을 만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익숙한 거실의 구도와 요소들을 해체적이고 상승적으로 재구성한 공간이다.
가구, 의상, 식물, 화면, 계단 등의 친숙한 요소들이 화려한 문양과 어울리며 흥미롭게 공간을 점유하고 있다. 모든 공간 요소들은 호접도 10폭 병풍에 등장하는 꽃, 나비, 새의 문양을 현대적 드로잉으로 완성했다.

2019 설화문화전 미시감각 문양의 집 다이닝룸 dining room Ⓒ아모레퍼시픽
2019 설화문화전 미시감각 문양의 집 다이닝룸 dining room Ⓒ아모레퍼시픽

◇ 다이닝룸, 문양에 취하다

미각과 후각이 지배하는 다이닝룸에서는 그 외의 감각들을 배제시키고 순수한 백색으로 디테일한 장식만 남겨 놨다. 이는 시각을 넘어서려는 시도이며, 역으로 미디어 퍼니처인 테이블의 영상에 집중하기 위한 배경적 장치이다. 다이닝룸에 놓인 식탁의 상판은 디지털 패널로 문양을 움직이는 영상으로 표현해 미각과 후각을 자극한다.

2019 설화문화전 미시감각 문양의 집 베드룸 bed room Ⓒ아모레퍼시픽
2019 설화문화전 미시감각 문양의 집 베드룸 bed room Ⓒ아모레퍼시픽
베드룸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화조영모도 10폭 병풍’. 병풍에 등장하는 새들은 베드룸 곳곳의 패브릭 위로 날라들어 몽환적인 잔상을 남긴다. Ⓒ베이비타임즈 최주연 기자
베드룸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화조영모도 10폭 병풍’. 병풍에 등장하는 새들은 베드룸 곳곳의 패브릭 위로 날라들어 몽환적인 잔상을 남긴다. Ⓒ베이비타임즈 최주연 기자

◇ 베드룸, 문양을 꿈꾸다

어두운 베드룸에서는 벽 한 면을 차지하는 화조영모도 10폭 병풍이 배치되어 있다. 병풍에 등장하는 새들이 그림자인 것처럼 침대 위 이불 위에 수놓아져 있고 천장에서 늘어뜨려진 반투명한 조각 천에는 새들의 자취가 흐릿하게 드러냄과 사라짐을 반복하며 잔상을 남긴다.
 

2019 설화문화전 미시감각 문양의 집 파우더룸 powder room Ⓒ아모레퍼시픽
2019 설화문화전 미시감각 문양의 집 파우더룸 powder room Ⓒ아모레퍼시픽

◇ 파우더룸, 문양을 입다

베드룸의 어둠을 거쳐 도착한 파우더룸은 2019 설화문화전의 클라이막스다. 중앙에 위치한 경대와 커다란 원형 거울, 그리고 경대 위에 놓인 화장품이 관람객을 미의 세계로 유혹한다. 섬세하게 놓인 실란 컬러팩트와 실란 콤팩트는 칠보전통장인의 공예작품으로, 문양이 갖는 미시적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관람객들의 발걸음을 가장 오래 붙잡고 있는 공간이다.

2019 설화문화전 미시감각 문양의 집 라이브러리 library Ⓒ아모레퍼시픽
2019 설화문화전 미시감각 문양의 집 라이브러리 library Ⓒ아모레퍼시픽
라이브러리 공간에서는 관람객들이 각자의 취향대로 문양과 컬러를 선택해 직접 문양노트를 만들어 볼 수 있다. 문양노트 체험비는 중요무형문화재에 전액 기부된다. Ⓒ베이비타임즈 최주연 기자
라이브러리 공간에서는 관람객들이 각자의 취향대로 문양과 컬러를 선택해 직접 문양노트를 만들어 볼 수 있다. 문양노트 체험비는 중요무형문화재에 전액 기부된다. Ⓒ베이비타임즈 최주연 기자

◇ 라이브러리, 문양을 읽다

APMA캐비넷에 별도로 자리 잡은 라이브러리 공간은 선반으로 벽과 지붕을 디자인한 박공 형태의 집이다. 선반 빼곡히 꽂힌 책의 책등들이 조합되어 하나의 문양을 완성한다. 라이브러리 내부에서는 문양 서적과 전시 메이킹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관람객들은 전시의 마지막 공간인 이곳 라이브러리에서 문양노트를 손수 구성해 만들어 볼 수도 있다. 관람객들이 지불한 문양 노트 체험비는 최근 계승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갓일, 배첩장, 자수장 등의 중요무형문화재에 전액 기부된다.

미시감각을 다양한 형태로 만나본 ‘2019 설화문화전 ‘미시감각: 문양의 집’의 관람을 마쳤더라도 아직 돌아가는 발걸음을 재촉할 필요는 없다. 아모레퍼시픽 본사에는 전통과는 또 다른 현대적 감각을 일깨워줄 세계적 미술 거장 바바라 크루거의 전시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 미술 거장 바바라 크루거의 한글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기회까지

바바라 크루거의 ‘무제(제발웃어제발울어)Untitled’(2019)는 한국 문화와 한국어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담아낸다. Ⓒ베이비타임즈 최주연 기자
바바라 크루거의 ‘무제(제발웃어제발울어)Untitled’(2019)는 한국 문화와 한국어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담아낸다. Ⓒ베이비타임즈 최주연 기자

세계적인 현대 미술 거장 바바라 크루거의 아시아 최초 개인전 ‘BARBARA KRUGER: FOREVER’가 설화문화전시 바로 옆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12월29일까지 열리고 있다.

1945년생인 바바라 크루거는 현대 미술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중 한 사람으로, 지난 40여 년 동안 차용한 이미지 위에 텍스트를 병치한 고유한 시각 언어로 세상과 소통해왔다. 현재 미국의 로스앤젤레스와 뉴욕에서 활동 중이다.

이번 전시에는 1980년대부터 최근까지 선보인 바바라 크루거의 주요 작품들이 총망라되어 있으며. 특히 작가 생애 최초의 한글 작품 2점을 공개돼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바바라 크루거 Untitled (Forever), 2017, 미술관의 가장 큰 전시실 내부를 흑백의 텍스트로 가득 채운 이 작품은 2017년에 처음 공개되었던 장소특정적 설치로, ‘영원히’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당신(YOU)’이 거대한 사이즈로 새겨진 타원형의 볼록 거울 이미지 속에는 ‘지난 수 세기 동안 여성은 남성의 모습을 원래보다 두 배로 확대해 비춰주는 마력을 가진 거울 같은 역할을 해 왔다는 것을 당신은 알고 있다.”라는 문장이 들어가 있는데,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자기만의 방』에서 인용한 글귀이다. Ⓒ베이비타임즈 최주연 기자
바바라 크루거 Untitled (Forever), 2017, 미술관의 가장 큰 전시실 내부를 흑백의 텍스트로 가득 채운 이 작품은 2017년에 처음 공개되었던 장소특정적 설치로, ‘영원히’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당신(YOU)’이 거대한 사이즈로 새겨진 타원형의 볼록 거울 이미지 속에는 ‘지난 수 세기 동안 여성은 남성의 모습을 원래보다 두 배로 확대해 비춰주는 마력을 가진 거울 같은 역할을 해 왔다는 것을 당신은 알고 있다.”라는 문장이 들어가 있는데,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자기만의 방』에서 인용한 글귀이다. Ⓒ베이비타임즈 최주연 기자

‘BARBARA KRUGER: FOREVER’에서 관람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공간은 ‘영원히’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무제 타이틀 작품이다. 미술관의 가장 큰 전시실 내부를 흑백의 텍스트로 가득 채운 이 작품은 2017년에 처음 공개되었던 장소특정적 설치로 답답한 도심의 체증이 뻥 뚫리는 듯 시원함을 관람객들에게 선물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측은 “작가의 작품들은 우리의 무뎌진 비판의식을 흔들어 깨우고, 삶의 주체로서 능동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자극을 준다”며 “이를 통해 관람객들은 나 자신을 삶의 주체로 되돌려놓는 유의미한 질문과 해석을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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