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석 교수의 건강칼럼] 탈모(脫毛)
[김용석 교수의 건강칼럼] 탈모(脫毛)
  • 송지나 기자
  • 승인 2019.10.18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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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석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김용석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바람이 불어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거리를 걷게 되면 누구나 ‘낭만’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아침에 머리감을 때마다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지게 되면 낭만이 아니라 절망이 앞서게 됩니다. 나이가 들게 되면 어딜 가나 대화에 꼭 머리카락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누가 이렇게 했더니 머리카락이 났다’고 하면서 귀가 솔깃해지게 됩니다. 그래서 먼저 탈모에 관한 속설들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낭설인지를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째, 대머리 남자는 정력이 세다는 것입니다. 아침마다 한 움큼씩 빠지는 머리카락을 볼 때마다 우울하긴 하지만 그래도 정력이 세다는 말을 듣게 되면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고 사시는 남자 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이런 분들의 주장은 대머리의 원인은 남성호르몬이기 때문에 남성호르몬이 왕성한 사람이 대머리가 될 가능성이 높고, 또 남성호르몬이 많아서 정력이 세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잘못된 것입니다. 대머리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대사물질이 모낭에 작용하여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이 호르몬의 많고 적은 것이 정력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둘째, 여자는 대머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도 틀렸습니다. 여자도 대머리가 있습니다. 다만 여자는 대개 윗머리만 빠지고 머리카락이 길어서 가려지기 때문에 눈에 잘 띄지 않을 뿐입니다.

여자의 대머리는 주로 빈혈이나 영양불균형, 임산, 출산, 피임약 등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데, 특히 파마나 염색을 자주 하게 되면 두피가 손상될 뿐 아니라 탈모를 촉진시키게 됩니다.

셋째, 머리를 자주 감으면 머리카락이 더 빠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머리를 자주 안 감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것도 잘못된 상식입니다. 왜냐하면 어떤 경우에는 매일 감는 것이 좋고, 어떤 경우에는 이틀에 한 번씩 감는 것이 좋기 때문입니다. 그 결정은 두피가 지성이냐 건성이냐에 달려있습니다.

지성 두피의 경우에는 매일같이 머리를 감아 피지가 쌓이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 좋고, 모발이 건조한 경우에는 이틀에 한 번 정도 감아주는 것이 좋습니다. 두피가 지성인데 머리카락이 빠진다고 머리를 감지 않을 경우 머리카락에 땀과 기름기가 범벅이 되어 비듬이 많아져 지저분해 보이고 모발도 손상됨으로 탈모에는 불나는데 기름 붓는 꼴이 됩니다.

넷째, 대머리는 유전이라는 것입니다. 대머리는 유전적 형질을 가지고 있지만 유전적 소인이 있다고 할지라도 모두 대머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같은 조건이라면 유전적 소인이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에 비해서 대머리가 될 확률이 더 높지만, 개개인의 생활습관이나 건강상태도 탈모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가을철에는 낙엽이 떨어지듯 머리카락도 유난히 많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차고 건조한 공기 때문에 머리카락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는 영양학적으로 유황이 포함되어 있는 단백질과 요오드를 적정하게 섭취해줘야 합니다. 유황이 포함되어 있는 단백질로는 계란이나 콩, 생선 등이 있고, 요오드는 해조류에 많이 들어 있습니다.

한의학적으로는 머리카락이 신장(腎臟)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머리카락에 영양을 주기위해서 신장의 기능을 도와주는 약재를 사용합니다. 또 색깔로는 신장과 검은색이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검은색 식품이 머리카락에는 도움이 됩니다. 그중에 검은콩이 대표적인 식품입니다.

검은콩에는 일반 콩에 비해 노화 억제와 항암 능력이 4배 이상 되는 이소플라본이 함유되어 있고 피부의 콜라겐과 비슷한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피부에 탄력을 주고 피부 노화를 방지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외에도 검은색 식품으로는 흑미(黑米)와 검은깨가 있습니다. 흑미는 검은콩에 비해 항산화 효과와 항암 효과가 뛰어나지만 미네랄 성분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에 흑미로만 밥을 해 먹으면 신장에 무리가 될 수 있습니다. 좋은 것만 많이 먹는다고 해서 모두 다 좋은 것은 아닙니다. 좋은 것만 골라 먹는 것보다 골고루 먹는 것이 훨씬 더 건강에 유익합니다.

피부에 좋은 비타민E를 다량 함유한 검은깨는 피부를 매끄럽게 해주기 때문에 특별히 아토피성 피부염 환자에게 많은 도움을 줍니다. 검은색 식품은 머리카락을 좋게 할 뿐만 아니라 노화를 방지하고 피부를 윤택하게 해줍니다.

한의학에서는 머리카락이 자라는 것을 농사짓는 것과 비유를 해서 설명합니다. 농사가 잘되어 풍성한 수확을 얻으려면 우선 종자인 씨가 좋아야 하고, 씨가 자라게 될 밭인 땅이 좋아야 합니다. 그리고 때를 따라 적당한 바람도 불어야 잘 자라게 됩니다.

머리카락도 하나의 생명체이기 때문에 뿌리인 모근(毛根)으로부터 영양분을 잘 받아야만 잘 자랄 수 있습니다. 또 이것 못지않게 땅과 같은 두피의 환경도 머리카락이 자라게 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사막에 씨앗을 뿌리면 씨앗이 쉽게 말라버리고, 반대로 습지에 뿌리면 씨앗이 쉽게 썩을 뿐만 아니라 풀이 자라도 쉽게 뽑힙니다. 또 땅이 너무 얼어도 싹이 올라오지 못하고 너무 열이 많아도 이런 현상이 나타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의학에서는 탈모를 치료할 때 두피의 환경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머리카락 건강을 위해서는 평소 지압을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지압은 백회(百會)라는 경혈에 하게 되는데 백회는 좌우 귀를 연결하는 선과 코의 연장선이 만나는 지점으로, 이 부위를 자극하면 머리 부분의 혈액순환이 좋아지고 두피의 혈액순환도 좋아져 두피에 영양공급이 잘 되게 됩니다.

지압법은 먼저 한 쪽 가운데 손가락을 백회에 대고 그 위에 다른 쪽 가운데 손가락을 대어 압력을 주면 됩니다. 누르는 것은 5초정도 하는데 점점 압력을 세게 해서 마지막에 최대의 압력이 가해지도록 누르면 됩니다. 그리고 가볍게 압력을 풀고 다시 누르기를 같은 방법으로 하면 됩니다.

 

<김용석 교수 프로필>
現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침구학교실 교수
現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침구과 과장
現 세계침구학회연합회 부회장
前 MBC 라디오 동의보감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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