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 것도 권리인데”…놀이소외현상에 ‘혁신’을 경고하다
“노는 것도 권리인데”…놀이소외현상에 ‘혁신’을 경고하다
  • 김은교 기자
  • 승인 2019.09.25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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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놀이터, ‘놀이기구’ 아닌 ‘놀이’로 채울 것
놀이 가치 인정하고 아이들 놀이시간 돌려줘야

[베이비타임즈=김은교 기자] “모든 어린이는 충분히 쉬고 놀아야 한다.” 지난 1989년 UN이 ‘아동권리협약’ 제31조에 명시한 이 내용은 아동이 행복을 위해 누려야 한다는 필수 권리 중 하나다.

최근 대한민국 보육 이슈로 ‘놀이권’이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7월 ‘2019 개정 누리과정’을 확정 발표한 교육부 역시 새롭게 개편한 교육과정을 가리켜 “유아 중심·놀이 중심이 핵심”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반면, 최근 대한민국 놀이문화가 ‘위기’를 넘어 ‘위험’ 국면에 이르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친구들과 놀고 싶어도 놀지 못하는, 놀 시간도 없다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대한민국 아동의 ‘놀권리’가 소외되고 있다는 우려 발생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보건복지부 ‘2018 아동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9~17세 아동 중 1주일에 하루 30분 이상 운동을 하는 아동은 36.9%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들의 신체활동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함을 나타내는 수치다.

또 방과 후 친구들과 놀기를 희망한다는 응답은 32.7%인데 반해, 실제 방과 후 친구들과 놀고 있다는 응답은 13.8%에 불과했다.

물론 아이들의 대표 놀이 공간인 놀이터를 찾는 숫자도 현저히 줄어드는 추세다. 친구들과 미끄럼틀을 타며 뛰놀던 아이들 풍경은 예전만큼 활기차지 않다.

지난 20일 국회도서관에서 '아동이 행복한 놀이환경 조성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가 개최됐다. (사진제공=굿네이버스)
지난 20일 국회도서관에서 '아동이 행복한 놀이환경 조성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가 개최됐다. (사진제공=굿네이버스)

◇ 아동놀이환경 개선의 시작점, “놀이하는 놀이터”

지난 20일 국회도서관에서 ‘대한민국 아동 놀이환경 진단 토론회’가 열렸다. 국제구호개발 NGO 굿네이버스와 박경미,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주최한 본 토론회는 아동이 행복한 놀이환경 조성 및 대안모색의 자리로 마련됐다.

편해문 놀이터 디자이너는 주제발표를 통해 위기에 처한 어린이 놀이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시작점으로 ‘야외 공용 놀이공간’, 즉 ‘놀이터’의 변화를 제안했다.

먼저 편 디자이너는 놀이터에도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리고 ‘놀이기구’ 위주의 놀이터가 아닌 ‘놀이’ 위주의 놀이터로 거듭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에게는 다양한 놀이 공간을 만나는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학교에는 학교 놀이터, 아파트에는 아파트 놀이터, 동네에는 동네 놀이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징없이 획일화된 놀이터의 모습에 대부분의 아이들은 지루해 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곧 그네·시소·미끄럼틀과 같은 놀이 패러다임에서도 벗어나야 한다는 말과도 같다. 놀이터가 놀이기구로만 꽉 채워져 있는 모습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가질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편 디자이너가 말하는 최고의 놀이기구는 ‘노는 시간’이다. 좋은 놀이기구의 설치를 고민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들에게 놀 시간을 얼마나 허락하고 있는지 되짚어 보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것은 ‘놀이를 보는 태도’의 문제와도 일맥상통한다. ‘자유놀이’의 가치를 재인식 해 ‘놀이의 본질’로 접근하는 것이 진짜 ‘놀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측면이다.

편해문 놀이터 디자이너. (사진제공=굿네이버스)
편해문 놀이터 디자이너. (사진제공=굿네이버스)

◇ 모범사례 놀이공간 모방, 획일화 모델만 재생산

전라남도 순천에는 ‘기적의 놀이터’가 있다. 이곳의 이름은 ‘엉뚱발뚱 놀이터’다. 이 곳에는 놀이기구가 없다. 미끄럼틀도, 그네도, 시소도 전무하다. 단지 넓은 모래밭과 언덕, 나무 고목, 개울 정도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 기적의 놀이터는 공공건축 최우수 상과 창의행정 최우수상까지 휩쓴 인기만점 놀이터다. 평일엔 200여 명, 주말엔 600여 명의 아이들이 이 곳을 찾는다.

엉뚱발뚱 놀이터의 디자이너이자, 놀이터란 어린이가 ‘실험하고 도전하는 곳’이라고 말하는 편 디자이너는, 현재 각 지자체가 만들고자 하는 놀이터의 모습이 순천 기적의 놀이터 모방에만 그쳐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각 지역마다 어린이와 주민들이 요구하는 사항, 또는 놀이를 보는 가치가 다르므로 그 지역만의 특색을 살린 놀이터의 조성이 가장 필요하다는 것이다.

덧붙여 모든 지자체가 엉뚱발뚱 놀이터를 그대로 차용만 한다면 결국 다시 획일화된 놀이터 모델만 재생산하게 될 뿐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김지원 굿네이버스 울산나눔인성교육센터 사무국장은 아동의 놀권리 실현을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함께 놀이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놀 수 있는 학교 모델을 제시했다.

굿네이버스는 현재 울산 남구 삼산초등학교와 함께 놀권리 증진 프로젝트 ‘더(The) 놀자 놀이터’를 운영하고 있다. 지역사회 협력을 통해 아동의 놀권리를 지속발전시키는 프로젝트다. 뿐만 아니라 놀이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건강한 놀이문화 정착을 위한 지역사회 협력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더 놀자 놀이터에서 학교는 안전한 놀이 공간이 되며,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놀 수 있도록 ‘안전 지킴이’ 그리고 ‘놀이 조력자’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굿네이버스 아동권리모니터링단 학생들이 '학생들의 시각으로 살펴본 우리동네 놀이 환경'을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굿네이버스)
굿네이버스 아동권리모니터링단 학생들이 '학생들의 시각으로 살펴본 우리동네 놀이 환경'을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굿네이버스)

◇ “아이들에게 놀이 시간을 돌려주세요”

권미경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아동이 행복한 놀이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아이들에게 놀이 시간을 돌려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아이들의 놀이 시간 확보를 위해, 사교육을 조장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 아동 놀이 공간을 조성함에 있어, 아동의 참여를 보장하는 방안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일례로 굿네이버스는 현재 각 지역의 학교들과 함께 ‘아동권리모니터링단’을 운영하고 있다. 아동권리모니터링단에 소속된 아이들은 자신의 권리를 보호 및 존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 제언 활동에 나서게 된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는 아동권리모니터링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성북초등학교 6학년 장현아 학생과 횡성초등학교 6학년 윤수민 학생이 참여해 놀이시설 관련 정책을 제언하기도 했다.

덧붙여 권 위원은 ‘놀이 문화 촉진’은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활성화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아동들의 주 생활공간인 어린이집·유치원·학교·가정·골목·동네 등 마을 전체가 협력해 아동 놀이 환경 조성에 협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끝으로 권 위원은 아동의 행복한 놀이환경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책적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이러한 점에서 신규 발족한 ‘놀이혁신위원회’에 긍정적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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