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관 성희롱 징계 ‘따로따로’ 고무줄 처벌 논란
정부·기관 성희롱 징계 ‘따로따로’ 고무줄 처벌 논란
  • 이성교 기자
  • 승인 2019.09.17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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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사례에 국립암센터 ‘해임’처분, 질병관리본부 ‘감봉3월’

[베이비타임즈=이성교 기자]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발생하는 성희롱 사건에서 기관마다 징계와 처벌 수위가 ‘제각각’이고 피해자 보호대책도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바른미래당 간사인 최도자 의원이 국립암센터와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임직원 징계회의록’에 따르면, 국립암센터의 경우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성희롱에 대해 피해자와 전문가 자문을 고려해 ‘해임’처분으로 엄단했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는 내부직원 외에도 외부 출입 직원에 대한 성희롱이 반복돼 “비위의 정도가 심각”하다고 결론 내렸음에도, 가해자의 ‘고의성이 없다’며 감봉3월의 솜방망이 처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암센터 성희롱 사건은 ‘기사장’(의료기사파트의 장)이 가해자였다. 이 기사장은 다른 직렬 여직원의 허벅지에 손을 올리는 등 10년간 여러 여직원에게 성희롱을 지속했다고 신고되었다.

가해자는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성희롱을 일삼았음에도 “단순 실수”로 해임처분이 과다하며 재심을 청구했지만, 지난해 12월 열린 재심에서 피해자들의 2차 피해 우려와 개선 여지가 없음을 감안해 ‘해임처분’을 최종 결정했다.

반면에 정부 부처인 질병관리본부는 성희롱 사건에 대해 ‘제 식구 감싸기’ 식 처분을 벗어나지 못했다.

A지역 검역소의 보건운영주사보인 가해자는 직장 내 여직원에게 ‘이모 전화번호와 모친 사진’을 지속적으로 요구했고, 차량 이동 시 노래를 강요하거나 출퇴근 시 동행을 요구하고, 강아지 생리 이야기를 반복하는 등의 방법으로 성추행을 지속했다.

관련 업무로 검역소를 방문하는 외부회사 여직원에게도 “걸음걸이가 임산부 같다”며 ‘결혼과 임신 여부’를 묻고, 마주칠 때마다 대놓고 가슴과 배를 훑어보는 등의 성희롱을 지속했다. 하지만 가해자는 ‘적응을 도와주고’, ‘편하게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의도를 가지고 한 것이 아니라며 반성의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5월 질병관리본부 징계위원회는 최종적으로 ‘감봉3월’의 징계를 확정했다. 징계의결서에는 “공직자로의 품위를 유지해야 하는 공무원으로서 의무를 위반했다”며 “유사 사례의 재발방지를 위해 엄히 문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지만 실제 처분은 솜방망이 처벌인 ‘경징계’에 그쳤다.

최도자 의원은 “성희롱 사건에 대해 더욱 엄격해야 할 정부 중앙부처가 오히려 산하기관보다 더 약하게 징계하고 있다”며 “가해자가 반성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내려진 솜방망이 처분은 피해자들의 2차 피해를 유발하고, 공직기강 해이를 가속화 할 수 있는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바른미래당 간사 최도자 의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바른미래당 간사 최도자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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