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석 교수의 건강칼럼] 가을철 건강관리
[김용석 교수의 건강칼럼] 가을철 건강관리
  • 송지나 기자
  • 승인 2019.09.1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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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석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김용석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어느덧 9월이 시작되었습니다. 여름철 내내 우리를 괴롭히던 무더위는 서서히 물러가고 아침저녁으로 가을을 재촉하는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자연은 한곳에 머물러 있지 않고 계속해서 변화하고 순환하게 됩니다. 이런 엄청난 변화에 순응하고 살게 되면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 이를 거역하게 되면 엄청난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하늘의 기운과 땅의 기운이 흘러가면서 만들어가는 사계절의 변화에 잘 순응하며 살아야 아무런 문제 없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봄과 여름에는 자연에서 양기(陽氣)가 생기고 번성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사람도 이에 따라서 양기를 길러야 하고, 가을이 되면 음기(陰氣)가 자라고 겨울이 되면 음기가 번성하기 때문에 사람도 이에 따라서 음기를 길러 잘 보존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가을철 석 달을 한마디로 용평(容平)이라는 단어로 표현했습니다. 그 뜻은 가을철은 만물이 경쟁적으로 성장하다가 성숙해져서 이제는 꽉 차고 안정된 시기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모든 것을 용납하되 평등하게 한다는 뜻도 있습니다.

이 시기가 되면 하늘의 기운은 매서운 가을바람처럼 급하고, 땅의 기운은 청명하여 깨끗해진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입추가 지나면서 기온이 점차로 낮아지고 아침과 저녁의 일교차가 심해지고, 한로 이후에는 계속해서 북쪽으로부터 찬바람이 불어오게 됩니다.

그래서 자연의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체력과 면역력을 높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감기와 같은 호흡기감염을 예방하는 데 신경을 써야 합니다.

그래서 가을철에는 밤에 일찍 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한다고 했습니다. 닭이 울면 일어나서 마음을 안정시키고 쌀쌀한 가을철의 기운이 없게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일찍 잠을 자라는 것은 가을철이면 양기가 수렴하기 때문에 이런 기운에 순응하라는 것이고, 일찍 일어나라는 것은 폐의 기운이 잘 펼쳐질 수 있도록 해서 양기가 지나치게 수렴되지 못하도록 하라는 것입니다.

봄에 땀을 흘려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무더운 여름철 내내 애지중지 키워온 농작물이 가을이 되면 열매를 맺고 오곡백과가 풍요로워지는 천고마비의 계절이 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가을철에는 가을비와 가을바람에 낙엽이 지듯이 사람의 마음도 우수에 잠기고 처량 맡게 되므로 정서적으로 억울한 감정이 쉽게 발생하게 됩니다. 그래서 가을철에는 특별히 우울증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한의학적으로 볼 때 가을철은 오장 중에 호흡기계인 폐와 관련이 있습니다. 그래서 가을철에는 기침과 감기가 많은 것입니다.

그리고 폐는 정신적으로 우울한 정서를 담당하기 때문에 가을철에는 심리적으로 우울하기가 쉽습니다. 한자로 시름 수(愁)자를 보게 되면 가을 추(秋)자 밑에 마음 심(心)자를 쓰게 됩니다. 그래서 그런지 가을철이 되면 걱정과 시름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물론 알고 보면 이런 것이 다 일조량이 줄어지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한 통계에 의하면 일조량이 줄어들기 시작하는 계절에 태어난 아이들은 우울증에 빠질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일조량이 줄어들게 되면 생체리듬에도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가을철에는 일부러라도 햇볕을 쫴주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독일에서 보고되었던 한 연구에서는 가을에 태어난 사람이 봄에 태어난 사람보다 오래 살고 중년 이후 만성질환에 걸릴 위험도 낮다고 했습니다. 그 이유는 임신 마지막 단계가 어떤 계절인가에 따라 임산부가 먹는 음식과 신생아의 감염 위험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봄에 출산하는 여성은 겨울에 만삭을 맞이하기 때문에 여름보다는 영양분을 덜 섭취하게 되지만 가을에 출산하는 여성은 가장 먹거리가 풍성한 계절에 신생아에게 충분한 영양을 공급해 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가을철은 축복의 계절인 것 같습니다.

황제내경의 장기법시론(藏氣法時論)에서는 가을철에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떻게 건강관리를 해야 하는지 설명하고 있습니다.

먼저 폐는 가을에 기가 왕성하게 되어 모든 것을 주관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폐는 쇠 금의 기운으로 색은 백색이며 맛은 매운맛이라고 했습니다. 폐의 문제가 생겨 기를 수렴할 필요가 있을 때는 빨리 신맛이 나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매운맛이 나는 음식을 먹게 되면 발산하게 되므로 수렴시키는 작용과는 반대 작용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가을철에는 파나 생강과 같은 매운맛이 나는 식품은 필요한 양만 드시고 열을 내려주며 진액이 생기게 하며 음을 영양하고 폐를 부드럽게 하는 식품을 많이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오미자, 호두, 밤, 은행 등이 이런 식품들입니다.

그리고 제철에 나는 채소나 과일을 많이 드시기 바랍니다. 여기에는 우리 몸에 필요한 비타민이나 미네랄, 그리고 우리 몸의 대사를 촉진하는 다양한 효소들이 들어가 있으므로 특히 면역력을 높여주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예로부터 이 시기에 알려진 대표적인 제철 식품은 포도입니다. 그래서 처서 복숭아, 백로 포도라는 말이 있는 것입니다. 첫 포도를 따게 되면 조상을 모신 사당에 먼저 올린 다음 그 집 맏며느리가 한 송이를 통째로 먹는 풍습이 있었다고 합니다.

포도는 맛이 달고 시며 성질은 평해 폐경, 비경, 신경에 작용하여 기혈을 보하고 근육이나 뼈를 튼튼하게 하며 소변이 잘 나오게 하는 효능이 있습니다. 또 포도 씨는 동맥경화증이나 고혈압 등과 같은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가을철은 겨울철을 대비하기 위해 먹을 것을 축적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천고마비의 계절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먹을 것이 풍부한 가을철이라고 그것도 자연에 순응한다고 무턱대고 과식했다간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김용석 교수 프로필>
現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침구학교실 교수
現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침구과 과장
現 세계침구학회연합회 부회장
前 MBC 라디오 동의보감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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