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LG화학-SK이노베이션, 과거 기술 다툼보다는 미래 기술 경쟁에 힘 합쳐야
[진단] LG화학-SK이노베이션, 과거 기술 다툼보다는 미래 기술 경쟁에 힘 합쳐야
  • 김완묵 기자
  • 승인 2019.09.10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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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

[베이비타임즈 김완묵 기자] LG그룹 구광모 회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그룹이 보다 공격적인 스타일로 변화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분석이 나온다.

LG그룹 계열사들이 종전 '인화'라는 이미지의 매사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무던한 경영 방식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대표적으로 올해 들어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등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든지, LG전자가 삼성전자 TV 기술이 LCD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견제구를 날린 것 등을 들 수 있다.

LG그룹 경영진들의 이 같은 공격적인 변화는 구광모 회장 체제가 들어서 마음을 다 잡을 필요가 있는 데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게 아니냐 하는 관측이 나온다.

과거 LG그룹은 삼성과 함께 우리 재계를 이끄는 쌍두마차 역할을 했지만 현재는 그 위상이 예전만 못한 편이다. SK그룹, 현대차그룹이 차별화된 성장동력의 모멘텀을 바탕으로 약진을 거듭하는 사이 LG그룹은 뚜렷한 동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그나마 최근 들어 그룹의 먹거리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 LG화학이 공을 들여 사업을 키우고 있는 전기자동차 배터리, LG전자가 투자를 늘리고 있는 자동차 전장 부문, LG디스플레이가 독주하고 있는 대형 OLED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런 순간에 아무리 국내 기업이라고는 하지만, 자신들의 미래 먹거리를 공략해 들어오고 있는 후발주자들이 좋게 보일 리는 없다. 퍽 눈에 거슬려 보이는 게 사실일 것이다. 대표적으로 SK이노베이션이 최근 투자를 늘리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와 삼성전자가 여전히 시장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자신들보다 기술이 뒤져 있다고 믿는 TV 분야라고 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는 후발주자를 견제하는 것이라 할 수 있고 TV 분야는 선발 주자를 빠르게 추격하고자 하는 욕망이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LG그룹의 기술 우위를 중심으로 한 적극적인 공세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글로벌 경제가 자유무역 대신 보호무역 흐름이 득세를 하고 자국 우선주의를 전면에 내세우는 상황에서 이런 자세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자칫 국가 전체 산업 발전 흐름을 왜곡시키는 것은 물론 글로벌 경쟁 기업들에 우위를 빼앗기는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가 있다. 국내외적으로 산업계 경쟁 양상이 과거에는 경쟁이 최우선 덕목으로 꼽혔지만, 최근에는 잘 정비된 국가적 통합 게임 양상으로 변모하고 있다.

LG그룹도 이런 산업계 경쟁 흐름 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기술경쟁 다툼은 미래지향적으로 해결되기를 기대해 본다. 자동차 배터리 분야는 미래에 반도체 이상의 시장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가 놓칠 수도 없고 놓쳐서도 안 되는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자동차 배터리는 기술경쟁을 통해 혁신이 빠르게 일어나고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분야라서 과거 문제에 공력을 들일 여유가 없다.

과거 기술개발 경쟁에서 양 기업 간에 상당한 우여곡절이 있겠지만 이를 원만하게 해결하는 한편, 미래 기술에서 협력을 강화했으면 바란다. 대표적으로 전해질을 고체로 만든 전고체 배터리 기술의 상용화가 시급한 과제다. 고체 전해질 기술을 먼저 상용화하는 기업이 미래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우위를 장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런 점에서 과거 기술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양 기업의 다툼은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분야에서 미래 기술을 확보하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는 한편 부족한 분야에서는 힘을 합쳐야 한다. 자동차 산업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배터리 분야에서 합종연횡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도 부품-소재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양 기업 간 힘겨루기는 중요성이 덜한다고 할 수 있다. 

미래 기술 개발을 위한 국가 간 헤게모니 경쟁에서 두 기업이 힘을 합쳐 나아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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