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개정 한 달여 만에 재개정 공방…‘학교폭력 근절’ 대책은?
법 개정 한 달여 만에 재개정 공방…‘학교폭력 근절’ 대책은?
  • 김은교 기자
  • 승인 2019.09.10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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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예방법’ 반복개정에도 불구, 갈수록 중대 범죄화
학교폭력 범위 조정 필요, 초등생 ‘처벌’ 아닌 ‘훈육’으로

[베이비타임즈=김은교 기자] 새롭게 개정된 학교폭력예방법의 ‘재개정’ 또는 ‘전면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현행 법은 학교폭력 해결의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와 더불어 학교폭력예방법 적용 대상에서 초등학교 저학년을 우선 배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학생’이라는 포괄적 개념으로 전 학년에 동일한 법을 적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위라는 설명이다.

지난 8월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시행 15년, 어떻게 개정해야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가 개최됐다.

본 토론회는 이달 1일부터 새롭게 시행되고 있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교폭력예방법)’ 관련, 현장 의견을 직접 들어보기 위한 시간으로 마련됐다.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사)한국초등교장협의회가 공동 주최한 이번 토론회에는 현안의 심각성을 고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이찬열 국회 교육위원장이 함께 참석한 가운데 대책의 방향을 함께 고민했다.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토론회 관계자들. (사진제공=신경민 의원실)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토론회 관계자들. (사진제공=신경민 의원실)

◇ ‘개정에 개정 거듭’ 학교폭력예방법 변화 양상

올해 8월2일, 학교폭력예방법이 또 개정됐다. 지난 2004년 처음 제정된 후 2012년 개정을 거쳐 올해 다시 새로운 논의가 이뤄진 것이다.

2004년 제정 당시, 학교폭력 자치위원회 개최 여부는 학교 장에게 판단 권한이 있었다.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 결정권도 자치위원회가 가지고 있어, 관련 내용은 모두 학교의 재량사항이었다.

2011년 12월20일, 대구 덕원중학교 2학년에 재학중이던 권 모군이 집단괴롭힘 피해 끝에 자살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리고 그 이듬해인 2012년 2월5일, 정부는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한다.

해당 대책은 ‘학교폭력 불관용 원칙’을 기준으로 ▲학교가 학교폭력 은폐 시 엄중 조치 ▲자치위원회 운영 활성화 ▲학교폭력 관련 징계사항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등을 주요 내용으로 구성했다.

당시, 사안의 경중과 상관 없이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무조건 자치위원회를 개최해 서면사과라도 진행해야 하는 등, 자치위원회 개최 여부가 학교의 책임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때의 법 개정으로 학교는 가해·피해 학생을 화해시키는 조정자 역할에서 학교폭력을 은폐하고 축소하는 부도덕한 집단으로 전락하는 모습을 보이기에 이른다.

결국 학교폭력 사안처리로 학교현장은 업무 부담만 가중됐으며, 생활지도는 학교와 교육청 모두의 기피업무가 돼 버렸다. 학교폭력으로 인한 민원·재심·행정심판·소송의 급증은 당연한 결과였다.

이와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개정된 올해 법안에서는 일정 요건을 충족해 학교장 자체의 교육적 해결이 가능한 경우, 자치위원회를 마련하지 않아도 되며, 학교가 설치·운영했던 자치위원회를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할 수 있도록 했다.

재심·행정심판으로 이원화됐던 불복절차는 행정심판으로 일원화했으며, 오는 2020학년도부터는 1·2·3호 조치에 한해 학교생활기록부에 가해 내용을 기재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학교폭력 문제는 개선은 커녕, 여전히 탈선을 넘어 중대 범죄화 돼 가고 있는 실정이다.

오히려 개인갈등과 행정 소송, 학교에 대한 불신과 교육자로서의 무력감만 초래해 ‘악법’으로 전락해 버렸다는 의견도 일부 나오고 있다.

지난 8월30일 국회에서 학교폭력예방법 개정 관련 토론회가 개최됐다.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사)한국초등교장협의회가 공동 주최한 이번 토론회에서는 현행 개정법 관련 폐지 여부가 큰 쟁점으로 부각됐다. (사진제공=신경민의원실)
지난 8월30일 국회에서 학교폭력예방법 개정 관련 토론회가 개최됐다.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사)한국초등교장협의회가 공동 주최한 이번 토론회에서는 현행 개정법 관련 폐지 여부가 큰 쟁점으로 부각됐다. (사진제공=신경민의원실)

◇ 개정된 학교폭력예방법, 대상 범위 모호해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전수민 ‘법무법인 현재’ 변호사는 개정 후에도 여전히 남아있는 학교폭력예방법의 문제점을 언급하며, “다시 한 번 학교급별 실정에 맞는 법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변호사는 먼저 ‘학교폭력’의 범위가 불분명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어떤 행위가 학교폭력인지 명확한 기준을 정립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의 행위에서 학교폭력과 장난을 구별하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에 따른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들의 놀이나 장난, 일상적인 행위에 학교폭력 개념을 적용한다면 기존의 법이 학교 현장에 대한 불신만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때문에 “초등학교 저학년은 학교폭력예방법의 적용에서 배제하도록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다 싸워도 ‘학교폭력’?

해당 법은 현재 교육활동과 관련 없는 사적인 환경에서 폭력이 발생해도 학교폭력으로 간주하고 있다.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다가 발생한 다툼 ▲방학 중 지방 친척집에서 현지 아이와 다툰 사례 ▲서로 만난 적 없는 학생에게 SNS로 욕설을 하는 경우에도 학교폭력 범위에 포함된다. 교육활동이 일어나지 않온 곳에서의 일어난 다툼도 학교가 자치위원회를 열고 사후 처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전 변호사는 “학교폭력예방법 제2조 제1호의 내용 중 해당 문구를 ‘학교폭력이란 학교 내외에서 발생한’이 아닌 ‘교육활동과 관련한’ 또는 ‘교육활동 중에 발생한’이라는 요건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학생 간’ 발생한 폭력이 아니어도, ‘학생을 대상으로 한’ 폭력이라면 모두 학교폭력 차원에서 처리하고 있다. 성인에 의한 아동학대, 심지어 가정폭력도 피해자가 학생이라면 학교폭력 차원에서 자치위원회를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경우, 사안 조사도 어렵고 보호자로부터의 민원도 발생해 학교 차원에서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와 관련해 전 변호사는 “학교폭력의 정의를 ‘학생 간 발생한’ 폭력으로 내용 개정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학교폭력 신고 접수 후 진행하게 되는 사안조사의 경우, 학교가 아닌 외부에서 담당할 수 있도록 법률이 개정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학교 측 사안조사 시, 허위작성 유도 민원이 다수 제기되고 심하게는 형사고소 되는 사례도 발생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전 변호사는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학교폭력을 소극적으로 처리하던 학교의 잘못된 관행이 사라지게 된 것은 학교폭력 예방법의 긍정적 효과이기도 하다”라고 말하며 "앞서 언급한 여러 조치를 통해 학교폭력 예방법을 학교급별 실정에 맞도록 재개정하는 작업이 가장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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