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개편, 학생부종합전형 공정성·투명성 제고 방점
대입 개편, 학생부종합전형 공정성·투명성 제고 방점
  • 이성교 기자
  • 승인 2019.09.09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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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수시 비중 논쟁 해소할 중장기 정책 로드맵 제시해야” 목소리 커져
당정청 협의 중심 ‘학종’ 개편 추진에 대학·교사·학부모 “밀실 논의” 비판

[베이비타임즈=이성교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착수한 대학입시제도 개편의 방점을 학생부종합전형(학종) 공정성 및 신뢰도 제고에 두면서 교육계의 볼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실효성 있는 대입제도 개편을 위해서는 당정청 협의만 할 게 아니라 논의기구를 꾸려 당사자인 학생·학부모, 교사, 대학의 목소리를 먼저 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당정청은 대입개편 논의를 위한 6일 비공개 실무협의회를 열고 이번 개편의 방점을 학종 공정성 개편에 두는 데 의견을 모았다.

당정청은 다음 실무협의회를 이달 18일 개최하기로만 합의하고 별도 논의기구 설치 여부나 외부위원·전문가 의견을 듣는 방안 등은 논의하지 않았다.

교육위 소속인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학종의 문제점 등 현 상황을 논의하고, 공평성과 투명성을 강화해 국민들의 불만을 해소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 “정시·수시 비중 조정 중장기 로드맵 내놔라” = 교육부가 대입제도 개편에서 학종 손질에 초점을 맞춘 가운데 교육계에서는 해묵은 정시·수시 비중 논쟁을 해소할 정책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대입 당사자인 학생과 학부모들은 정시를 확대하라는 요구가 크다. 반면에 교사와 학계 등 전문가 집단은 수시가 교육적 가치와 평가 효용성이 더 크다고 주장한다.

6일 열린 당정청 실무협의회에서도 수시와 정시 비율 조정 문제도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교육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이미 발표돼 있는 2022년도 대입 제도 전체를 흔들 수는 없어 수시·정시 비율 조정은 논의대상이 아니다”라며 “기본적인 틀 내에서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 4일 “학종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최우선으로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유 부총리는 일각에서 거론되는 정시 확대 문제에 대해 “정시와 수시 비율 조정으로 불평등과 특권의 시스템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유 부총리는 “지금 수시와 정시의 비율이 마치 곧 바뀔 것처럼, 조정될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굉장한 오해고 확대 해석”이라면서 “(지난해 발표한) 2022학년도 대입 개편 방안은 발표한 대로 진행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시와 수시 비율을 조정하는 문제로 불평등과 특권의 시스템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중장기적인 대입 제도와 관련해서는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지난해 공론화 결과 현행 20%대인 정시를 2022학년도부터 30% 이상으로 늘리는 것으로 결론이 난 만큼 정·수시 비중을 또 건드릴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하면 중장기적으로 ‘정·수시 통합’, ‘수능 절대평가’ 등을 논의한다는 게 교육부 계획이다.

그럼에도 당장 이번 개편에서 정·수시 비율을 다시 조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큰 것은 수시를 확대한 이후에도 여전히 영재학교·자율형사립고·과학고·외국어고에서 훨씬 많은 학생이 상위권 대학에 합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정·수시 비율 문제는 교육계의 해묵은 논쟁거리로 우리 사회 전반의 계층 구조와 맞물려 있다.

정시 전형은 국가가 관장하는 일제고사인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위주다. 정시가 더 공정하다고 믿는 이들은 한날한시에 똑같은 시험을 딱 한 번 치르기 때문에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가 주어진다고 말한다.

정시는 학교에서 어떤 지식과 가치를 배웠는지를 오지선다형으로 묻는다. 내용보다는 형식의 공정성이 중요하다.

수능일 개인에 따라 작용하는 불운은 개인이 책임져야 한다. 수능 당일 개인이나 가정에 예기치 못한 사고가 닥쳐도 구제받을 수 없다.

반면 학종이 중심이 되는 수시 전형은 학생 개개인이 고교 시절 동안 계발한 특기와 적성을 주로 평가한다.

수시가 더 공정하다고 믿는 이들은 학생 개개인의 학문적·진로적 성취 노력이 다른 만큼 그 노력과 성과를 각각의 잣대로 평가하는 게 더 공평하다고 말한다.

수시는 학교생활기록부를 작성하는 교사가 다 다르고, 이를 평가하는 입학사정관이 다 다르다. 결과가 정확한 점수로 공개되지 않는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교육부가 이번에 학종만 손질하는 식으로 단발적인 발표를 내놓으면 신뢰도가 제고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고교학점제 도입에 맞춘 대입 제도 개혁을 언제까지 할 생각인지 등 중장기적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dl 8월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2차 ‘포용국가 실현을 위한 사회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고 있다.(사진제공=교육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dl 8월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2차 ‘포용국가 실현을 위한 사회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고 있다.(사진제공=교육부)

◇ 대학·교사·학부모, ‘학종 개편’ 참여 요구 봇물 = 유은혜 부총리가 대입 제도 개편 논의가 정시 확대가 아닌 학종 개선에 초점을 맞출 계획임을 밝힌 가운데 교육계에서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교육부는 별도 태스크포스 구성 없이 내부 논의로 ‘학종’ 신뢰도 제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입 제도 개편과 관련해 별도의 태스크포스(TF)를 꾸릴 계획은 없다”면서 “학종 공정성 제고 방안을 기존에도 만들고 있었으므로 실무진이 논의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정책에 직접 영향을 받는 당사자들은 빼놓은 채 정부만의 ‘밀실 논의’로 학종만 소폭 손질하려 한다는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전국대학입학처장협의회 박태훈 회장(국민대 입학처장)은 “교육부로부터 협의 요청을 받은 바 없다”면서 “(대학을) 쏙 빼놓고 의논하고는 마지막에 의견만 구하는 척하면서 그대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박 회장은 “입학처장협의회 전·현직 회장단이 최근 회동했으나 교육부가 안을 내놓지 않은 탓에 구체적인 논의는 못 했지만, 이번 개편을 시작하게 된 계기나 과정이 여러모로 우려스럽다는 얘기들이 나왔다”고 전했다.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를 작성하는 주체인 교사들도 이번 논의가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점을 우려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학종 개편 논의에 현직 교사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교총 관계자는 “대입 개편 논의를 당정청에서만 속닥속닥해서 결정해버리면 지난해 공론화 결과도 국민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판에 학종 요소 몇 개 없앤다고 공정성·투명성이 제고됐다고 받아들이겠느냐”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대입 제도는 요소 몇 개를 바꾸더라도 교원·학부모 등 교육 관계자들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서 바꿔야 한다”면서 “그러지 않으면 ‘목소리 큰 소수’의 주장이 너무 확대 반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교조 관계자는 “조 후보자 딸 문제로 불거진 10년 전 입학사정관 제도의 문제점을 꾸준히 제기해온 것도 현장 교사들이고, 지금 학종의 문제를 잘 아는 집단도 교사들”이라면서 “대입 개편에 교사들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부 계획에 따라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하면 유·초·중등교육 분야를 이양받아 학생부 관리·감독을 맡게 되는 교육감들도 논의 참여 대상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최근 입장문을 내고 “(대입 제도 개편에) 현장 교사를 중심으로 한 교육감협의회 대입제도개선연구단과 대학 관계자들이 함께 참여해 바람직한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교육부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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