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놀이가 아이 지능을 발달시킨다
바깥놀이가 아이 지능을 발달시킨다
  • 백지선
  • 승인 2014.05.08 18:4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국은 2008년부터 놀이정책을 시행했다. 아동기의 교육기회와 놀이기회를 모든 아동에게 공평하게 제공돼야 한다는 인식에서 국가적인 놀이정책이 실행됐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는 지난 2008~2011년간 2억35000만 파운드(한화 4200억원)의 예산을 놀이정책에 투입했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은 자연환경에서 아동이 바깥놀이를 할 수 있도록 바깥놀이터를 조성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영국 아동놀이 지원단체 플레이 잉글랜드의 조사에 따르면 아동들은 자연환경에서 놀 때 훨씬 큰 즐거움을 느꼈다.

반면 한국 어린이들은 주말에 가장 많이 하는 것으로 TV시청(37.3%)을 꼽았다. 친구와 놀거나 운동을 하는 어린이들도 있었으나(33.3%), 스마트폰 사용(31.3%)을 하는 어린이들의 수도 만만치 않았다.

아이들이 밖에 나가 놀지 않는 건 친구들이 모두 학원에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부모들이 아이가 밖에서 놀기보다는 집에서 공부하기를 원한다. 바깥놀이는 성공한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여긴다.

‘바깥놀이’는 진짜 쓸모가 없을까?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 학습능력이 향상돼 아이는 자신의 삶에 만족을 느낄까?

 


◇한국 아이들, ‘학원 다니지 마라’, ‘놀아라’ 듣고 싶어 해


전교조가 발표한 ‘2014 어린이 생활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어린이 1955명 중 60.6%가 하루 2시간 이상 학원에 다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어린이의 42.8%는 가장 시간을 많이 보내는 곳을 ‘학원’이라 했다. 이후 시간을 쏟는 것에는 공부하기(숙제포함, 29.1%), 스마트폰(27.1%), TV시청(24.2%) 순이었다.

이에 반해 어린이들은 방과 후 가장 즐겁게 하는 일로 ‘친구와 놀거나 운동’(42.8%)을 꼽았다. 방과 후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원이 즐겁다는 어린이는 3.5%에 그쳤다. 즉, 학원에 다니는 것이 어린이들의 자발적 요구가 아닌 어른들의 필요에 따른 상황이라 볼 수 있다.

한국아이들은 부모님께 가장 많이 듣고 있는 말로 ‘공부해라’, ‘숙제했니?’, ‘책 읽어라’를 꼽았고 부모님께 가장 많이 듣고 싶은 말로 ‘사랑해’, ‘학원 다니지 마라’, ‘잘했어’, ‘놀아라’를 꼽았다.

 


◇운동량 적으면 기억력 떨어져

취업포탈 잡코리아에 따르면 20세 미만의 자녀를 둔 남녀 직장인 238명 가운데 72.7%가 아이를 사설 학원(학습지 포함, 보육시설 제외)에 보낸다고 답했다.

자녀를 학원에 보내는 이유(복수응답)에 대해 ‘학습 발달 등 교육을 위한 목적’(54.3%)이 가장 많았고 ‘아이의 재능 및 진로를 파악하기 위해’(32.4%), ‘남들이 다하니까’(28.3%), ‘아이 케어 및 돌봄을 맡기기 위해’(23.7%), ‘놀 친구가 없어서’(19.7%)가 뒤를 이었다.

하지만 평소 유산소 운동량이 부족하면 기억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미국 과학전문매체 사이언스데일리가 보도했다. 부모는 아이가 공부를 잘 하려면 장시간 앉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착각이라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미국 미시간주립대 펜 교수는 “운동 부족인 사람들이 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에 비해 훨씬 기억을 유지 못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바깥놀이’는 아이에게 꼭 필요한 학습

미국 미시간주립대학 연구진은 일주일에 밖에서 5~10시간 정도 보내는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자아실현감과 목적의식이 더 강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아이가 밖에서 시간을 보내면 아름다움을 공감하는 심미안이 길러지고 창의성과 상상력도 향상된다는 것이다. 또 이런 환경에 있는 아이가 그렇지 못한 아이들에 비해 행복감이 높고 주변 환경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 아이들 부모도 어린 시절에 야외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다고 전했다.

미국소아과학회에서는 하루 1시간 이상의 야외활동을 권장하고 있다. 아이들이 바깥에서 놀다보면 비만율이 줄어들고 바깥활동이 적은 아이보다 더 넓은 시야를 기를 수 있기 때문이라 했다.

김영미 유아체육 전문가는 “아이들의 신체활동이 지능을 발달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이미  나왔다”며 “아이들은 놀이에 동반되는 협동, 경쟁을 통해 감정조절하는 법을 배운다”고 말했다. 이어 “꼭 땀을 내야만 운동이고 바깥놀이라는 편견을 버릴 것”을 강조했다.

미국 야생동물연합회 관계자 역시 "부모가 아이와 차를 타고 여행을 가야 한다는 부담을 버리라"며 "가족끼리 정원에 꽃을 심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겐 충분하다"고 전했다.

3040세대만 하더라도 바깥놀이는 ‘쓸 데 없는 짓’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아이를 학원에 보내면 공부를 잘 할 것 같고 인터넷 강의 속에 시험 문제의 힌트가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김연아 선수는 체육학원에 다녀서 금메달을 딴 게 아니다. 추리소설의 여왕이라 불리는 소설가 애거사 크리스티는 어린 시절 울창한 숲과 넓은 정원이 있는 집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고 자서전에 기록했다.

 


◇아이를 밖으로 내보내는 방법

육아 전문가들은 아빠가 아이와 시간을 보내라고 조언했다. 아빠는 엄마와 달리 힘이 세고 과감하게 아이와 놀아주기 때문이다. 아빠와 활발히 놀다보면 그동안 쌓여 있던 에너지를 발산돼 아이의 스트레스가 해소된다고 전했다.

다만 놀아줄 때마저 놀이를 학습 수단으로 인식해 아이에게 자꾸 가르치려 들다보면 아이가 놀이에 흥미를 잃게 될 거라 지적했다.

수의사들은 집에 반려견을 키울 것을 권한다. 송인수 수의사는 “개를 키울 땐 의무적으로 개와 산책을 가야 한다”며 “개와 함께 산책을 다니면 자연스럽게 운동할 시간이 늘어난다”고 답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