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병 앓는 조부모들 “어버이날, 선물 말고 휴식 다오”
손주병 앓는 조부모들 “어버이날, 선물 말고 휴식 다오”
  • 안무늬
  • 승인 2014.05.08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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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병 앓는 황혼육아 조부모, 선물보다 ‘휴식’ 원해

2012년 말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맞벌이 가구 약 510만 가운데 절반 가량이 자녀 육아를 시가나 처가에 맡기고 있다. 조부모 육아가 크게 늘면서 ‘황혼육아’라는 표현이 생겨나고, 황혼육아가 가져온 각종 질환을 가리키는 ‘손주병’이라는 신조어도 있다. 이에 따라 많은 조부모가 어버이날 선물을 받지 않아도 좋으니 휴식을 달라고 했다.

◇ 조부모들 선물 말고 휴식을 원해

맞벌이 직장인 이씨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장인장모께 용돈이 담긴 봉투를 건넸다가 되돌려 받았다. 2009년 첫 아이 백일 무렵부터 2011년에 태어난 둘째까지 두 아이 육아를 장모에게 맡기고 있는 상황이라 성의껏 두둑하게 봉투를 준비한 이씨로서는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사위가 건넨 봉투를 되돌려주면서 장모 김씨가 어렵게 꺼낸 말은 “한 달만 쉬고 싶네”였다.

매년 어버이날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이 가장 선호하는 어버이날 선물 1순위는 ‘현금’이다. 하지만 자녀를 출가시킨 후 손주 육아를 전담하거나 분담하고 있는 부모에게 가장 필요한 선물은 ‘휴식’이다.

◇ 황혼 육아, 육체적 정신적 고통 동반해

이씨의 장모 역시 갑작스러운 심리 변화로 황혼육아 중단을 선언한 게 아니다. 그녀는 2011년에 이미 손목터널증후군을 앓아 잠을 설칠 정도로 심한 손목 통증에 시달렸으며, 2012년에 허리디스크 시술을 받았으나 재발해 지난해 또 다시 병원 신세를 졌다. 최근 허리 통증에 안구건조증까지 겹치자 부쩍 우울해진 김씨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절박함에 잠정적 육아 중단을 선언했다.

실제로 황혼육아 중인 조부모들은 긴 시간 아이들을 돌보느라 쉼 없이 몸을 움직이고, 안전사고 등의 위험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또한 체력적 부담만큼이나 심리적 부담도 크다. 육아 중 발생할 수 있는 작은 일에도 자녀들이 화를 내기도 하며, 육아 방식에 대해 불만을 표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조부모들은 자녀들을 이해하면서 서운한 마음이 든다.

▲ 사진=KBS 화면 캡쳐

 


◇ 황혼 육아 중 손주병 막으려면?

황혼육아 조부모들은 아이들 크는 모습을 지켜보는 기쁨에 힘든 줄 모르고 버텨 왔지만, 손목, 허리, 무릎 등 아픈 곳이 많아지고 통증이 심해지면 손주를 사랑하는 마음만으로는 참아내기 어려운 지경에 이른다.

안산 튼튼병원 김형식 원장은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척추나 관절이 노화하는 상황에서 육아까지 도맡으면서 손목터널증후군, 허리디스크, 무릎관절염이 발생하기 쉽다”고 말했다.

50대 이상의 조부모가 서서 어린 손자녀를 안으면 손목뿐만 아니라 허리와 무릎 질환을 유발하기 때문에 수시로 스트레칭을 하고 휴식과 근력운동에 쓸 수 있는 개인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아이를 돌보려면 주로 의자보다 바닥에서 생활하고, 수시로 앉았다가 일어나야 하는 것도 척추와 관절에 해로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쪼그려 앉거나 오랫동안 아기를 안아주지 말고 빨래나 설거지 등은 분담하는 것이 좋다.

또한 육아 중 손목, 무릎, 허리 등 한 곳이 아프다면 파스를 붙이고 참지 말고 빨리 병원에 가는 것이 좋다. 통증을 방치해두면 더 큰 병이 될 수 있고, 노년의 경우 청장년보다 회복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통증을 느꼈을 때 바로 병원에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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