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삼성을 향한 트럼프의 언급...위기 타개를 위한 기회로 활용해라
[진단] 삼성을 향한 트럼프의 언급...위기 타개를 위한 기회로 활용해라
  • 김완묵 기자
  • 승인 2019.08.19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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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타임즈 김완묵 기자]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문제와 관련해 직접 삼성전자를 거론하면서 향후 파장에 촉각이 곤두세워지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의 만남을 소개하면서 쿡 CEO가 '삼성은 관세를 내지 않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대등한 조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문제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생각해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산 휴대전화 등에 대한 관세부과 계획으로 인해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해 세계 시장에 판매하고 있는 애플이 삼성과의 경쟁에서 뒤떨어질 수 있다는 설명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런 호소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대응책을 검토할 것이라는 점을 내비침으로써 향후 삼성전자 제품에 대해 어떤 조치가 나올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쿡 CEO와의 만남에 대한 취재진과의 문답에서 "아주 좋은 만남이었다. 쿡을 많이 존경한다"고 운을 뗀 뒤 "쿡이 관세에 대해 얘기했다"고 전했다.

그는 "쿡이 주장한 것들 중 하나는 삼성은 (애플의) 넘버원 경쟁자이고 삼성은 한국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미국에 수출할 때) 관세를 내지 않는다는 것"이라면서 "애플로서는 관세를 내지 않는 아주 좋은 회사와 경쟁하면서 관세를 내는 게 힘든 일"이라고 지적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얼마나 좋은 경쟁자인지 물었더니 그가 '우리는 아주 좋은 경쟁자'라고 했다"면서 "그가 아주 강력한 주장을 했다고 보고 그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삼성은 관세를 내지 않는다. 다른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고 주로 한국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름 휴가 기간인 지난 16일 쿡 CEO와 저녁을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쿡 CEO는 이 자리에서 애플이 중국에서 아이폰 등의 제품을 만들어 미국의 대중관세 대상이 되는 반면 삼성은 그렇지 않아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이 있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애플의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어떤 조치에 나설지 주목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애초 오는 9월부터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바 있다. 그러다가 휴대전화, 랩톱 등 특정 품목에 대해서는 12월 15일까지 부과를 연기했다. 애플은 이 같은 완화 조치로 한숨을 돌리기는 했으나 에어팟과 애플 워치 등은 9월 추가관세 대상이고 휴대전화 등도 12월 15일이 지나면 관세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노심초사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쿡 CEO의 발언을 전하는 방식으로 발언을 했지만 삼성을 직접 거론했다는 점에서 대수롭지 않게 넘길 일은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물론 애플이 어려움을 호소한 대로 휴대전화 등 특정 분야 중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를 면제해주는 방식을 검토해 무역전쟁의 파고를 낮춰준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경쟁회사의 대미 수출 문턱을 높이는 부정적인 방안을 통해 대응을 한다면 또 다른 무역장벽으로 떠오를 소지가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 역시 트럼프가 관세 면제 범위를 넓혀주는 것과 같은 긍정적인 방식으로 대응을 하면 삼성전자에 큰 불이익이 없겠지만, 만일 삼성전자에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애플과 균형을 맞추겠다고 나설 경우 삼성에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재 삼성전자가 일본의 수출 규체 조치로 인해 큰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마저 삼성전자 제품이나 부품에 대해 추가 관세를 통해 불이익을 줄 경우 일본의 수출 규제 이상의 파급력이 예상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향후 삼성전자가 미국에 투자를 늘려 관세 위협에 대한 새로운 활로를 찾아간다면 모르겠지만, 이런 과정이 당장에 일어날 수 없다는 점에서 단기적인 피해는 피해갈 수 없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이에 삼성 측은 미국 정부의 반응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미국에 대한 투자를 지금까지 계획했던 것보다 크게 늘려가면서 국내 부품-소재 회사들과 공동 진출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정부도 삼성을 둘러싼 여러 가지 사안이 있지만 가급적 경영진에 부담이 될 수 있는 공세적인 자세에서는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미국, 중국, 일본 정부가 나서서 '타도 삼성전자'를 외치는 마당에 우리 정부만이라도 삼성의 행보에 도움을 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대내외적으로 여러 압박을 받고 있는 삼성의 발걸음에 적극 힘을 실어주는 조치가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말 방한 당시 기업인들과의 회동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주요 재계 수장을 일으켜 세운 뒤 이들을 치켜세우며 대미투자 확대를 촉구한 바 있다. 2017년 초에는 삼성전자가 미국에 공장을 지을 것이라는 인터넷 매체 보도를 본 트럼프 대통령이 "땡큐 삼성"이라고 트윗을 한 적도 있다. 이런 위기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정부와 삼성의 보다 비상한 자세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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