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없어도 ‘육아사직’은 있는 대한민국!
‘육아휴직’ 없어도 ‘육아사직’은 있는 대한민국!
  • 백지선
  • 승인 2014.05.02 17: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료들은 워킹맘 여직원이 가사와 육아 때문에 칼퇴근을 하고 야근ㆍ회식을 기피하는 것에 대해 무척 못 마땅하게 여긴다.

워킹맘 여직원의 아이가 아프다면 자리라도 비울 경우 다른 동료들의 발엔 불똥이 떨어진다. 그나마 기혼 여직원 혹은 워킹맘이 많은 직장은 서로 ‘품앗이’이라고 생각하지만 남자 직원이 많은 곳에서는 이를 두고 ‘너만 애 키우냐’, ‘유난 떤다’고 여긴다.

이런 상황에서 남자 직원은 ‘육아휴직’을 입에 담을 수조차 없다. 업무를 대신해 줄 사람도 없거니와 연차도 겨우 눈치보며 쓰는 상황에서 1년 남짓 되는 육아휴직을 감히 쓸 수 없다.

무엇보다 아직 남자 직원이 육아휴직을 쓴 선례가 아직까지 회사에 없다.

‘육아휴직’이란 여객선은 점점 산으로 가고 있는 건 아닐까?

 


◇대기업이라고 육아휴직이 쉬울까?

육아휴직과 관련해 A대기업과 인터뷰를 하며 직원들이 육아휴직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지 물었다. A대기업 측은 “처음에는 직원들이 주저하면서 사용했지만 지금은 매우 적극적으로 사용한다”고 힘차게 말했다.

이번에는 “직원이 육아휴직으로 자리가 비면 대체인력을 충원하는가?”라고 물었다. 돌아오는 답은 “대체인력을 따로 뽑지 않고 남은 직원들끼리 업무를 분담한다”였다.

직원 수가 많은 직장이라면 상대적으로 육아휴직이 쉬울 수 있다. 하지만 직원이 적고 빠듯하게 돌아가는 중소기업 직장에서라면 육아휴직을 내는 게 여간 눈치 보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육아휴직’이 아니라 ‘육아사직’이라 해야 옳을 듯하다.

▲ 출처 = 영화 버니드롭

 


◇육아휴직 쓰는 아빠들? 절반이 공무원

정부는 부부 중 두 번째 육아 휴직자에게 첫 달에 한해 통상임금의 100%를 지급하기로 했다. 육아휴직 급여 상한액을 최대 150만원까지 올렸고 남은 기간에는 임금의 40%가 지급된다.

하지만 남편들은 육아휴직을 낼 수 없다. ‘직장에 눈치가 보’이고 ‘휴직 급여가 적’어서다.

남성도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상황에서 여성이 주로 육아휴직을 쓰는 이유는 남성이 여성보다 임금을 더 많이 받기 때문이다.

2012년 5인 이상 사업체의 여성 월평균임금은 1,958천원으로, 남성 월평균 임금(2,878천원)의 68.0% 수준이다.

여러 모로 남편보다 아내가 직장을 휴직하거나 관두는 게 경제적으로 훨씬 이득이다.

또 ‘돌아왔을 때 자리가 없어질’까봐 겁이 난다는 남편도 다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아휴직을 쓰는 아빠들이 조금씩이나마 늘고 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육아휴직을 한 아빠들의 절반 가까이 중앙부처 혹은 지자체 ‘공무원’이다.

 


◇출생아는 48만 4300명...육아휴직은 6만 4069명?

기획재정부는 “3.3%에 불과한 남성 육아휴직률을 1~2년 내 1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했지만 한국의 직장문화에서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법이 만들어져도 법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하면 단기적이고 미시적인 효과가 있을 순 있어도 거시적 변화를 이끌기 어렵다고 했다.

그래서 연간 출생아 수는 48만 4300명(2012년)인데 출산휴가를 쓰는 사람은 9만 3394명(19.3%), 육아휴직을 쓰는 사람은 6만 4069명(13.2%)인 아이러니한 상황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그나마 정규직 여성은 26%가 육아휴직을 쓰지만 비정규직 여성은 10% 정도만 쓴다.

직원들의 근로향상을 위해 적용된 육아휴직이 역차별로 인식돼 오히려 직원의 근무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있다는 의견도 있다.

 


◇강제성을 띄어야 법 지키고 문화 형성될 것

육아맘들을 비롯한 한쪽에서는 육아휴직을 당연시 여기는 문화를 조성하려면 장려하는 법만 만들게 아니라 강제성을 띈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육아휴직을 시행하지 않으면 기업에 벌금을 물리는 등 일정 부분 강제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처럼 느슨하게 장려하다간 몇 년, 몇 십 년이 걸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또 정책만 밀어붙일 게 아니라 지원제도가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예산도 확보해야 한다. 현재 정부는 남성 육아휴직지원을 위해 고용보험기금을 활용한다. 올해 4346억원 예산에 300억원 이상을 추가로 지원할 거라 계획돼 있다.

사회복지 전문가는 “급작스럽게 상황이 바뀔 것을 대비해 기금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