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수의 내 새끼 유머 가르치기] 유머러스한 아이 만들기
[이정수의 내 새끼 유머 가르치기] 유머러스한 아이 만들기
  • 송지나 기자
  • 승인 2019.07.25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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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수 개그맨 겸 주부작가
이정수 개그맨 겸 주부작가

연예인 생활을 하다보면 자의타의 별의별 일이 다 생깁니다. 그러다보면 우울감에 빠지기도 하는데, 그 우울함의 끝에서 세상과의 끈을 놓는 경우가 많이 있었습니다. 얼마나 힘들었기에 그런 결정을 했을까요?

그런데 코미디언은 나락에 떨어져도 인생의 끈을 놓는 경우가 없습니다. 그들에겐 유독 자신이 견딜 수 있는 일만 생기는 것일까요? 아니죠.

국민적 신뢰를 받다가 한순간의 거짓말로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했던 이들도 있었고, 도박이라는 금기에 손을 댔다가 일터를 완전히 잃어서 먹고 사는 걱정을 해야 했던 이들, 그보다 더 죄질이 안 좋았던 일을 저지른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그들은 평생 참회하는 마음으로 살지언정 삶의 끈을 놓지는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들은 자신의 힘든 순간조차 웃음으로 바꾸는 재주가 있거든요. 힘든 순간을 웃음으로 승화시키기 위해선 뻔뻔하리만치 강한 멘탈과 유연한 사고, 위기에서 빠져 나오는 기지, 좌절의 순간을 견디는 인내심 등이 있어야 합니다. 이런 많은 재능들로 코미디언들은 나락에서 어떻게든 빠져 나오는 거죠.

그렇다보니 코미디언끼리 결혼을 하면 특별한 시너지가 생깁니다. 션·정혜영, 차인표·신애라, 최수종·하희라 부부를 제외하고는 지구상의 거의 모든 부부들이 사는 것이 비슷합니다. 안 맞는 부분을 어떻게든 맞춰가려고 노력하죠. 그러다 도저히 안 되겠으면 이혼이라는 최후의 선택을 하는 겁니다.

우리나라 평균 이혼율이 40%인데, 코미디언 부부들은 신기하게도 이혼율이 0%입니다. 그들이 서로에게 잘 한다기보다는 다른 부부들에게 생기는 중차대한 일도 이들에겐 웃긴 일이 될 수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일반적인 부부들과 다른 결론을 만들어 내는 거죠.

그리고 유명한 강연자들을 보면 그들의 대단한 지식을 보다 빛나게 해주는 유머능력이 있습니다. 지식이라는 것은 누구나 공부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지만 그 지식을 유머와 함께 상대가 듣기 즐겁게 이야기 해주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많은 지식인이 존재하지만 그들이 모두 훌륭한 강연자가 아닌 것은 그런 이유도 있습니다.

유머는 삶을 포기하지 않는 저항의 힘이며, 위기를 탈출하는 가장 유려한 기술이고, 사람을 명품으로 만드는 최후의 디테일입니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이기도 하죠.

하지만 우리는 점점 유머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참으로 진지한 시대에 살고 있죠. 진지하다 못해 화가 많이 난 듯한 사람들이 가득합니다. 차라리 입을 다무는 것이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뭐만 마음에 안 들면 –충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진지충, 맘충, 설명충…. 너무나 많죠. 하지만 유머충은 없습니다. 유머를 많이 한다고 싫어하는 사람은 없는 거죠. 세상이 진지해질수록 유머의 가치는 올라갈 겁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들의 자녀에게 유머를 꼭 가르쳐야만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학교성적에 도움이 되는 학원은 많습니다. 그리고 연예인이 되기 위해 필요한 연기와 노래를 가르쳐 주는 학원도 많죠. 그런데 유머를 가르쳐주는 학원은 없습니다.

유머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고, 유머를 배우기 위해 돈을 쓰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은 시장의 논리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유머가 매우 중요한 것임을 다들 알고는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 방법을 이야기할까 합니다. 심지어 돈도 안들이고 집에서 유머능력을 키우는 방법에 대해서요. 이 글을 읽으시는 것은 돈이 들지 않을 테지만, 이 글의 가치는 대단할 겁니다.

여러분의 자녀는 다 다르게 성장할 겁니다. 부모가 재산이 많아서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상관이 없는 친구도 있을 것이고, 공부가 적성에 맞아서 좋은 성과를 내며 좋은 학벌을 가지는 친구들도 있겠죠. 공부를 못해서 학벌은 별로지만 나름의 생활력으로 성공하는 친구들, 이도저도 아니어서 자신의 길을 못 찾는 친구들도 있을 수 있겠죠.

여러분의 자녀는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까요? 자녀가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든 그 아이가 유머가 있다면 별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 아이는 스스로 자기 살 길을 만들 수 있는 아이니까요. 이것이 유머의 힘입니다. 사회적 위치에 상관없이 그 사람 본연의 가치를 올려주는 힘이 있습니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자녀의 유머능력을 올리는 방법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아이에게 유머를 알려주기 전에 먼저 꼭 알아야 하는 사실이 있습니다. 여러분의 자녀는 이미 태어날 때부터 유머능력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겁니다. 부모가 유머능력이 있든 없든 말이죠.

사실 유머능력이 없는 사람도 거의 없긴 합니다. 말로는 구현 못해도 댓글이나 짧은 문자에는 유머능력이 보이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 와중에도 재미가 없는 사람이라면 유머능력이 전혀 없다기보다는 그 사람이 추구하는 유머가 세상에 안 먹히는 거죠. 유머는 주관적이니까요. (그래서 유머를 잘하기 위해선 눈치도 있어야 합니다.)

아무튼 현재 여러분에게 유머능력이 없다면 아마도 어린 시절 진지하고 엄한 가정환경에서 부모님의 환호와 박수, 웃음소리를 들어 본 적이 별로 없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태어날 때부터 아이들은 유머능력을 가지고 태어나는데 부모로 인해 그 능력이 다운그레이드 되고 있다는 거죠.

아이들에게 ‘좀 얌전히 좀 있어!’ ‘또 이상한 짓하고 있어?!’ ‘또 까분다!’ 이런 말을 하신 적 있으시죠? 그리고 예의라는 굴레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것을 못 견디진 않으셨나요? 그런 것이 아이들의 유머능력을 죽이는 행동들입니다.

물론 양육을 하면서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지만 허용 범위를 넓히셔야 합니다. 그리고 그중에 진짜 안 될 행동만 잡아주시면 됩니다.

최근에 제게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6살 딸과 함께 키즈카페에 자주 가거든요. 키카에 오는 대부분의 어머니들이 이미 아이의 친구들을 섭외해서 함께 오곤 합니다마는 저는 그냥 딸과 둘이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친구는 거기서 사귀면 되니까요.

제가 딸과 재미있게 놀고 있으면 주변에 뭐하고 놀지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주변에 모입니다. 그렇게 아이들이 서로 친구가 되면 저는 쓱 빠지죠. 그날도 그랬습니다. 아이들 사이에서 스윽 빠져서 앉아있는데, 제 딸이 절 큰 목소리로 불렀습니다. ‘이정수!!!!! 빨리 와줘!!!!!’

저는 웃으며 뛰어 갔습니다. 웃기잖아요. 제 딸이 갑자기 제 이름을 부르며 절 호출하다니. 하하하. 저희 딸은 제가 개그맨인지 어느 정도의 인지도를 가진 사람인지 거의 모릅니다. 이때도 주변 사람들에게 제가 이정수인 것을 알려주려고 부른 게 아닙니다. 그냥 친구처럼 절 부른 거죠.

어릴 때는 유머의 허용범위를 넓혀줘야 합니다. 그렇게 유머의 범위를 넓혀 놓은 후에 차차 커가면서 사회의 분위기에 맞게 알아서 깎여가는 겁니다. 많은 것은 줄이기가 쉽지만 적은 것은 늘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키워놓고 줄여가세요.

그리고 인지하셨을 수도 있지만 자녀의 유머능력을 키워주기 위해선 부모의 넓은 아량이 필요합니다. 단지 자녀에게 유머를 가르쳐 주고자 했을 뿐이지만 본인은 인간적 성장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1타 2피의 좋은 점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결국은 가족이 다 같이 성장합니다. 유머가 가족 모두를 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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