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세도 공연 보러가요!” 베이비드라마, 성장 예술을 말하다
“0세도 공연 보러가요!” 베이비드라마, 성장 예술을 말하다
  • 김은교 기자
  • 승인 2019.07.23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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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문화예술계, 영유아 공연예술에 초점
영유아기 예술교육, 아이성장발달에 긍정적

[베이비타임즈=김은교 기자] 최근 몇 년간 국·내외 문화예술계가 새롭게 주목하고 있는 분야가 있어 화제다. ‘베이비드라마’·‘베이비씨어터’로도 불리우는 ‘0세 예술 콘텐츠’ 즉 ‘영유아 공연 예술’이 바로 그 것이다.

유럽에서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영유아를 위한 예술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으며, 국내 역시 다양한 곳에서 관련 시도들을 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0년 8월 열린 ‘베이비드라마 페스타(Baby Drama Festa)’ 개최 이후 그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본 행사는 6개국 30여명의 아동극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베이비드라마, 즉 영유아 공연 예술을 소개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영유아 공연 예술의 관객은 신생아부터 12개월까지의 아기를 대상으로 한다. 전 세대를 아울러 가장 어린 나이의 관객들이 세상에 태어나 처음 보는 공연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영유아 공연은 예술의 감성을 교류한다는 것에 주안점을 둔다. 언어에 대한 이해가 갖춰지지 않은 0세 즈음 아이들의 공연이기 때문에 ‘말’보다는 시각, 청각, 촉각을 통한 감성 자극에 주력하는 것이 특징이다.

◇ 영유아기 예술교육, 뇌 발달 긍정 기여

네덜란드 문화학자 요한 호이징가(Johan Huizinga)는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라는 용어를 언급하며 ‘놀이는 예술이고 예술은 놀이’라고 정의했다.

아동청소년극 분야의 세계적인 연출가 토니 그레이엄(Tony Graham) 역시 “아기가 태어난 후 7세가 되기까지의 경험은 성장 발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점에서 연극은 인간의 창의성·상상력·통찰력·공감능력 발달에 중요한 기여를 하는 예술”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사례로 알 수 있듯이, 영유아 시기 예술을 통한 학습의 중요성은 몇 번을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이 시기동안 예술적 방면에 많이 노출될수록 뇌의 발달 정도가 높아진다는 분석도 있다.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의 하워드 가드너 교수에 따르면 영유아기 예술교육은 지각·감각·직관·사유의 4가지 기능을 조화롭게 해 긍정적인 정서를 지닌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 예술교육이 창의성과 표현력을 발달하게 하고 사회성과 자신감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와 관련해 자극이나 교육의 영향력이 가장 강력한 시기인 생후 36개월 이전을 가리켜 ‘감수성기’라고 일컫는데, 두뇌 발달이 적절하게 이뤄지려면 이 감수성기 동안 관련 자극에 노출되는 것이 좋다는 분석도 있다.

감수성기와 관련이 있는 감각은 시각·청각·촉각 등이며, 감성의 자극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만약 이 시기를 놓칠 경우, 두뇌발달이 지연되거나 왜곡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 영유아 공연 예술 국내 사례

그렇다면 영유아 성장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영유아 공연 예술의 국내 사례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지난 2013년 극단 사다리는 영유아를 위한 연극 ‘베이비씨어터 달’을 선보인 바 있다. 이 연극은 상상력 자극 및 인지능력 발달을 위해 창작됐으며, 10~30개월 연령의 영유아를 대상으로 기획됐다.

당시 극단 사다리는 국내에서 거의 시도되지 않았던 영유아 공연 제작을 위해 영국의 아동청소년극 연출가 토니 그레이엄을 연출가로, 영유아극 전문가 조 벨로리를 예술교육감독으로 발탁, 자문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7월 부천문화재단은 ‘0세 공연콘텐츠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0세 공연콘텐츠 아장아장 극장 놀이터’를 기획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극단 민들레는 견우와 직녀를 소재로 활용한 영유아 예술공연 ‘잼잼’을 선보였다. 이 작품은 전통 육아놀이인 ‘숫자놀이·잼잼·곤지곤지’ 등을 활용해 아기들이 우리말의 운영과 박자 개념을 체득할 수 있도록 했다.

극단 들락은 작품 ‘꿈, 같이’를 통해 영유아들이 앞으로 맺어 갈 타인과의 관계에 주목했다. 이 공연은 누군가를 처음 만나는 경험, 그 익숙하지 않은 감각과 이야기를 연극을 통해 재미와 상징으로 풀어냈다.

2019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 공연 예정인 달리아 아신의 '마음의 정원'. (자료제공=아시테지 코리아)
2019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 초청작인 달리아 아신의 '마음의 정원'. (자료제공=아시테지 코리아)

◇ 영유아 공연 예술, '행복한 성장' 위한 ‘감각의 자유’

그러나 아직까지 영유아 공연예술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그리 친근하지 못하다. “0세가 볼 수 있는 공연이 있다고?” 등, 생경한 반응이 대부분이다. 이에 세계적인 흐름으로 떠오르고 있는 영유아 공연예술을 대중에게 소개하고자 하는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

아시테지 코리아(이사장 방지영)는 오는 24일부터 8월4일까지 열리는 ‘2019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를 통해 베이비드라마 한 편을 선보일 예정이다.

작품명은 ‘마음의 정원’이며 세르비아 출신의 현대무용가 달리아 아신이 12개월 이하 관객을 대상으로 기획한 무용극이다.

이 극은 무대와 관객석이 분리돼 있지 않다. 특히 조명을 제한적으로 활용해 어두운 실내를 조성한 것이 특징이다. 이는 태아 시절 아기가 머무르던 엄마 뱃속을 조명을 통해 재현한 것으로, 아기들이 어두운 조명을 편안하게 생각할 것이라는 달리아의 생각을 반영했다.

극을 진행하는 달리아와 무용수는 묵묵히 자신들의 움직임을 이어나가고, 공연장에 있던 모든 아기들은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그들만의 방식으로 공연에 몰입한다. 신체를 제약한 상태에서 공연을 관람하는 일반적인 공연 관람의 모습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마음의 정원에서는 아기와 동반한 부모들도 온전한 관객으로 참여하게 된다. 능동적이고 자유롭게 공간을 즐기는 아기처럼 보호자들 역시 그 순간을 자유롭게 즐기면 되는 것이다.

이 극은 ‘12세 이상 관람 불가’라는 영유아 예술공연의 수식어가 ‘제약’이 아닌 아이와 어른 모두를 행복하게 하기 위한 ‘자유’를 위한 것임을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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