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석 교수의 건강칼럼] 우리 애가 아직도 오줌을 못 가려요
[김용석 교수의 건강칼럼] 우리 애가 아직도 오줌을 못 가려요
  • 송지나 기자
  • 승인 2019.07.13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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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석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김용석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예전에는 아이들이 오줌을 싸게 되면 아이들에게 키를 뒤집어씌우고 동네 한 바퀴 돌면서 소금을 얻어오게 하곤 했습니다. 이제 이러한 모습은 옛날 동심을 추억하게 하는 한 폭의 그림으로만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아이들이 오줌을 싼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하는 부모님들이 거의 없습니다.

먼저 밤에 오줌을 싼 아이에게 키를 씌우고 소금을 얻어오게 했던 이유를 알아보겠습니다.

경락학적으로 소변과 연관되는 경락은 족태양방광경(足太陽膀胱經)인데 그 경락은 눈 안쪽 모서리에서 출발해서 머리위로 올라갔다가 등을 타고 다시 내려가서 새끼발가락 쪽으로 흐르게 됩니다.

그래서 키를 쓰는 것은 소변을 담당하는 족태양방광경을 달래주는 것이고, 소금의 짠 맛은 방광과 신(腎)에 들어가는 맛입니다.

그리고 소금을 얻어서 돌아서는 아이가 뒤집어쓴 키에 소금 한 줌을 사정없이 뿌린다든지 부지깽이로 키를 냅다 후려치기도 하는데 이렇게 하면 아프지는 않지만 소리가 무척 크게 들리기 때문에 깜짝 놀라게 됩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앞으로 긴장하라고 일종의 경고를 주는 것입니다.

이처럼 옛날에는 아이들에게 창피함을 느끼게 해서 야뇨증을 치료하려고 했지만 이 방법은 자칫 잘못하면 아이들의 증상을 더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한 통계에 따르면 5세 어린이의 약 15%가 야뇨증을 경험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야뇨증은 대부분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더라도 자연적으로 증상이 사라지게 됩니다. 그러나 사춘기가 되어도 여전히 야뇨증이 있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오줌을 가릴 나이가 되었는데도 오줌을 가리지 못해 밤에 오줌을 싸게 되면 아이들도 창피하지만 부모님도 창피하게 생각합니다. 아니 창피하다 못해 불안감과 걱정이 쌓이게 됩니다. 어떤 경우에는 왠지 주눅이 들기까지 합니다. 그러다 보면 부모님들은 아이들을 구박하면서 강압적으로 대할 경우가 많습니다.

또 어떤 분들은 우리 애가 뭔가 모자란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시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대소변을 일찍 가린다고 해서 결코 지능이 좋다거나 성장 발달이 빠른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야뇨증이란 잠을 자는 도중에 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증상으로 대개 깊이 잠이 들어서 깨어나지 못해 잠자리에서 오줌을 싸는 경우가 많습니다. 매일 밤 오줌을 싸는 아이도 있지만 며칠에 한 번씩 오줌을 싸는 아이도 있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하룻밤에 여러 번 오줌을 싸는 아이도 있습니다.

밤에 자면서 꿈에 시원하게 소변을 보고 아침에 깨어보면 영락없이 이불에 지도가 그려진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러면 부모님께 혼이 날까봐 안 그런 척 하면서 잠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부모님들은 야뇨증의 원인을 정신적인 문제라거나 아이들이 부모님들의 관심을 끌려고 일부러 그런 실수를 한 것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그런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아직까지 야뇨증에 대한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방광의 용적이 작거나, 유전적인 소인, 정신적인 장애나 행동장애, 신경계통의 성숙지연, 요로감염 등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동의보감에서는 야뇨증은 ‘신(腎)과 방광이 모두 허(虛)해서 내부의 기가 충실하지 못하게 되면 스스로 소변을 조절하지 못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신과 방광이 있는 하초(下焦)가 허약하게 되면 양기(陽氣)가 약해져서 소변이 흘러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소변을 붙들어 매고 있는 힘이 약하게 되면 조그만 충격에도 소변이 흘러나오게 되기 때문에 밤에 잠을 자면서 꿈을 꾸다가도 실례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야뇨증을 치료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가 밤에 오줌을 싸더라도 너무 수치심을 느낄 정도로 야단을 치거나 벌을 주지 말아야 합니다. 밤에 오줌을 싸는 것은 아이의 잘못이 아니라고 설명해주고 그것을 조절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죄책감이 들지 않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별다른 치료 없이 서서히 좋아지지만 만 5~6세가 되어도 야뇨증이 지속된다면 조심스럽게 치료를 시작해야 합니다.

야뇨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잠자기 두 세 시간 전에는 물을 먹이지 말고 잠을 자고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미리 깨워 소변을 보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됩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얼마 동안 소변을 가렸다는 자신감을 주는 데 써볼 수는 있지만 장기간 시행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밤에 깨지 않고 숙면을 취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있어서 성장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밤에 잘 자고 있는 아이를 깨워서 억지로 소변을 보게 하면 오히려 방광의 성장에도 지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푹 자고 있는 아이를 깨워서 일부러 소변을 보게 하는 것 보다는 자기 전에 미리 미리 소변을 보고 자게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또 염분섭취를 줄여야 합니다. 염분을 너무 많이 먹게 되면 소변양이 줄어들게 되므로 목이 말라서 결국에는 수분을 더 섭취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될 수 있는 한 음식은 싱겁게 먹이고 과자나 인스턴트식품을 적게 먹여야 합니다. 특히 라면과 같이 염분이 많은 음식은 저녁식사나 저녁식사 후의 간식으로 절대로 먹게 해서는 안 됩니다.

한의학에서는 닭의 모래주머니의 노란껍질부위인 계내금(鷄內金)이라는 약재를 소아야뇨증의 치료에 널리 사용하고 있습니다. 계내금을 태워서 가루로 만들어 한 번에 3~4그램씩 하루 3~4회 정도 먹이게 됩니다.

또 간단한 방법으로 은행을 먹이기도 합니다. 은행은 날 것을 다려 먹으면 기침, 천식에 좋으며, 굽거나 익혀서 먹게 되면 방광의 괄약근을 수축시키는 작용을 해서 소변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은행에는 약간 독이 있고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구워 먹어야 하고 장기간 많은 양을 먹이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합니다. 은행은 어른의 경우 한번에 10알, 아이들의 경우는 5알 이상 먹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방광경락이 지나가는 새끼발가락의 발톱 바깥쪽을 지압해주게 되면 방광의 기능을 강화시켜주기 때문에 야뇨증에 도움을 주게 됩니다. 그리고 심리적 요인으로 야뇨증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새끼손가락 손바닥 쪽 첫째 마디와 둘째 마디를 반복하여 눌러주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오줌싸개 아이에게 벌을 준다고 젖은 요에서 자게 하거나 한밤중에 깨워 소변을 억지로 보게 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녀가 오줌을 싸지 않은 날엔 스티커를 붙여주고 격려해주며, 스티커가 많이 모이게 되면 좋아하는 일을 하게 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김용석 교수 프로필>
現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침구학교실 교수
現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침구과 과장
現 세계침구학회연합회 부회장
前 MBC 라디오 동의보감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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