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1세대 상산고 ‘일반고 전환 위기’, 극명한 입장 차
자사고 1세대 상산고 ‘일반고 전환 위기’, 극명한 입장 차
  • 김은교 기자
  • 승인 2019.06.27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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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대 이사장 “교육감이 사학을 호주머니 물건 다루듯 해”
김승환 교육감 “평가 과정, 아무런 문제도 불공정도 없었다”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사진 오른쪽부터) 과 박백범 교육부 차관,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참석했다. (사진=이찬열 의원실)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사진 오른쪽부터) 과 박백범 교육부 차관,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참석했다. (사진=이찬열 의원실)

[베이비타임즈=김은교 기자] 최근 상산고 등이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해 지정 취소가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각계의 날선 비판과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 “만점인 듯 만점 아닌 만점 같은” 평가 점수

지난 20일, 전북 지역 자율형사립고등학교(이하 자사고) 상산고가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했다. 전북교육청이 제시한 점수 평가 기준 80점 중 0.39점 모자란 79.61점을 받았기 때문이다.

경기도에 소재한 안산동산고도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해 일반고 전환 위기에 직면했다. 안산동산고의 평가 점수는 62.06점이며, 기준점수는 70점이다.

이와 관련해 상산고는 “서울·부산·경기 등 10곳의 교육청은 모두 자사고 재지정 기준 점수로 70점을 제시했다”며 전북교육청만 10점 높은 80점을 평가기준으로 자율 책정한 것에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70점이 넘는 점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사고 지정 취소처분을 받는다는 것에 불합리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한편, 교육부는 자사고 재지정 평가 기준 점수를 70점으로 제시한 바 있다.

상산고는 의무사항이 아닌 사회통합전형 선발에 평가 점수가 무리하게 책정된 것 역시 감점 요인 중 하나라고 분석하고 있다.

사회통합전형은 입학정원의 일정 비율을 기초생활수급권자 등 사회적 배려 대상자로 선발하는 전형이다. 전북교육청은 학생 선발 시 10% 이상을 사회통합전형으로 뽑을 경우 4점 만점을 부여한다는 항목을 평가 지표 중 하나로 채택한 바 있다. 그러나 상산고는 정원의 3%만을 해당 전형으로 뽑았다.

◇ 상산고vs전북교육청 “법적 조치 다해 대응할 것”

홍성대 상산고 이사장은 전북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 취소처분과 관련해 “교육감이 사학을 호주머니 물건 취급하듯 대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이어 “자사고의 지정을 취소할 경우 미리 장관의 동의를 받아야한다는 법령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감이 재량권을 남용하고 있다”며 “법적 수단을 강구해서라도 재지정 취소 처분에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전북교육청은 “적법한 청문절차를 거쳐 교육부에 상산고의 자사고 지정 취소 동의를 요청할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자사고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던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상산고의 평가 과정과 결과에는 아무런 문제도 불공정도 없었다”고 말했다. 또 “교육부 장관이 해당 결정에 ‘부동의’ 한다면 곧바로 행정소송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 연이은 자사고 지정 취소 ‘안산동산고’

같은 날, 경기도교육청 역시 안산동산고의 자사고 지정취소 결정을 내렸다. 현재 안산동산고는 ‘이웃 사랑의 실천’을 강조하고 있는 기독교 학교의 건학이념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학교 측은 “교육청이 학교에 평가지표를 전달한 날이 방학식 당일”이었다고 언급하며, 변동 폭이 많은 평가지표를 학기가 종료된 시점에 보냈다는 사실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덧붙여 “2014년 자사고 재지정 평가 때와 달리, 학교 운영상 강점이 되는 평가 항목은 배점을 줄이고 교육부 재량 배점을 늘렸다”며 “일방적인 감점 의도가 포함된 것은 아닌지 의심 가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경기도교육청 역시 전북교육청과 마찬가지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며, ‘높은 학교평가 기준은 자사고의 의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자사고·특목고처럼 특혜 및 특권을 부여한 학교에 대해서는 학교 평가 기준이 높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전라북도교육청이 상산고에 적용한 평가기준 80점 역시 충분히 납득하고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내년 실시 예정인 용인외대부고 자사고 재지정 평가 시 올해보다 더 높은 수준의 책임을 부과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지난 20일 자사고 지정 취소 결정 이후 상산고의 학부모들과 총동창회 회원 등은 반대집회를 실시했으며, 안산동산고 학부모회 역시 연일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26일에는 학부모, 졸업생 동문, 안산시민 등 500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항의 집회도 시행할 계획이다.

◇ 정권 따라 바뀌는 교육정책, 혼란 초래하는 ‘고질적 병폐’

자율형사립고등학교는 지난 2001년 고교 평준화에 대한 보완책으로 등장했다. 2002년 전주 상산고, 강원 민족사관고, 부산 해운대고, 울산 현대청운고, 경북 포항제철고 등이 자립형 사립학교로 첫 지정된 사례다.

그 때의 자립형사립학교가 지금의 자율형사립학교 변모하면서 자사고는 2014년 기준, 전국 49개 고등학교로 확대됐다. 2019년 현재는 총 42곳으로 이중 11개 시도교육청 24개교가 올해 자사고 재지정 평가 대상이 됐다. 한편 자사고는 5년 단위로 재지정 또는 지정 취소 결정을 받게 된다.

이번 자사고 지정 취소 논란이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는 다양하다. 특히 정권에 따라 바뀌는 교육 정책에, 매년 학생들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는 것은 고질적인 문제로 손꼽힌다.

자사고는 이명박 정부 당시 입시 위주의 교육을 탈피하자는 취지로 설립을 시작했다. 당시 ▲부에 따른 교육격차 ▲기타 고교에 대한 역차별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교육의 다양화’라는 명목 하에 자사고의 인기는 높아져만 갔다.

반면, 자사고 폐지 및 일반고 전환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 과제다. 우수한 성적의 학생들이 자사고로 쏠려 고교서열화를 일으키고 일반고의 슬럼화를 조장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에 따라 이번 상산고 및 안산동산고의 자사고 지정취소 결정이 자사고 폐지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의견들에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국정과제는 변함이 없지만 그 과정은 합리적이고 단계적이어야 한다”며 세간의 짐작을 일축했다.

한편, 국회 교육위원회는 26일 전체 회의를 열고 상산고 등 자사고 재지정 취소 결정 사태 관련 현안질의를 실시했다.

이날 회의에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김승환 전라북도교육감,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도성훈 인천시교육감, 김병우 충청북도 교육감 등이 참석했다.

향후 상산고의 자사고 재지정 최종 결정권을 쥐고 있는 교육부는 “이번 문제와 관련해 평가 기준이나 방식이 적법했는지 등을 면밀히 살펴 권한을 최종 행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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