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노스탤지어(Nostalgia)를 꿈꾸며 내일을 걷다
[시론] 노스탤지어(Nostalgia)를 꿈꾸며 내일을 걷다
  • 송지나 기자
  • 승인 2019.06.24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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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희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산부인과 전담간호사
이승희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산부인과 전담간호사

언제부터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아주 오랜 시간을 쉼 없이 달려만 온 것 같다.

앞을 보지 않고 잠시 뒤를 돌아보면 목적지를 향해 달려갈 수 없고, 낙오될 것만 같다는 위기감에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달려온 내가 멈출 수밖에 없었던 계기가 찾아온 것은 얼마 전 세계를 강타한, 정확히 말하면 대한민국을 강타한 영화 한 편 때문이었다.

여자로서 스스로 부끄럼 없는 삶을 살아왔고, 워킹맘으로 때로는 후회감과 안타까움 또는 지친 마음을 다잡으며 살아오다가 내 나이 마흔을 넘기며 만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는 그렇게 미련하게 달려가던 나를 잡아주었다.

나는 소위 말하는 레트로 스타일의 인생을 추구하지도 않았고, 이 영화가 내 어린 시절의 수많은 추억을 담고 있지도 않았다. 70년대와 80년대의 전성기를 추구하던 오래 전 아티스트의 전설적인 이야기와 주옥같은 노래들은 추억이 아닌 오히려 새로움과도 같았다.

영화 속 인물들의 삶을 대하는 자세나 주변 환경, 옛 사람들이 들려주는 음악은 2019년을 살고 있는 내가 놀랄 정도로 스스로를 돌아보게 해주었고 내 주변에서 그 시대에 청춘을 보낸 사람들에 대한 이해력 또한 새롭게 생기기도 했다.

이를 통해 내가 나의 주변을 돌아보고 업무와 사생활을 지혜롭게 나누며 사람들 속에서 좀 더 여유로워지고 더불어 행복해져야겠다는 마음과 그런 노력을 이미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영화를 보고 노래를 듣고, 좋아하는 가수나 배우가 굳이 아이돌이 아닐지언정 십대시절의 나처럼 또다시 열광해보고 싶다는 바람도 생겼다. 그래서 최근 좋아하던 가수의 콘서트를 다녀왔고 잘 보지 않던 티브이 속 드라마에도 빠져 봤다. 내 또래이면서도 아이돌에 열광하는 직장 동료가 있는데 이제는 그 동료가 충분히 이해되기도 한다.

올해 7살이 되는 우리 아들은 동요를 부르고 율동을 하며 슈퍼히어로를 따라 하고, 어린이 뮤지컬 영화에 열중 한다. 머리와 마음을 풍부한 문화로 채우고 사는 내 아이에게도 30년 혹은 40년 뒤 어른이 되었을 때 과거로 돌아가서 쉬고 싶은 문화의 감성이 넉넉히 채워졌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도 생겼다.

출퇴근길을 이어폰을 통해 들려오던 영어학습으로 채워온 내가 지금은 Queen의 노래를 들으며 다니고, 아이가 잠든 늦은 시간에는 남편과 드라마 ‘응답하라1994’를 함께 보기도 한다.

미래를 향해서 좀 더 열심히 걸어가고 싶은 마음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지만, 이제는 옆을 보기도 하고 뒤를 돌아보기도 하는 마음의 여유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주변의 좋은 사람들과 좀 더 여유롭고 행복한 일상을 누릴 자신감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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