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지문등록제 논란…인권위 ‘제동’ 걸린 의무화 법안
아동 지문등록제 논란…인권위 ‘제동’ 걸린 의무화 법안
  • 이성교 기자
  • 승인 2019.06.16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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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아동 신고 해마다 느는데 지문 사전등록률은 49.9% 머물러
“4세 미만 아동 지문등록 의무화하자” vs “헌법 위배, 도입 신중”

[베이비타임즈=이성교 기자] 최근 실종 아동들이 경찰에 등록해둔 지문 덕분에 신속히 가족 품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아동 지문등록을 강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해마다 아동실종 신고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아동의 지문 사전등록률이 49.9%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지문등록 강제화 주장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현행 법률은 경찰청장이 실종 아동의 조속한 발견과 복귀를 위해 보호자가 신청하는 경우 아동의 지문 등 정보를 시스템에 등록하고, 보호자에게 신고증을 발급하는 사전등록제를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이 법에 따라 한 번 등록된 지문 등 정보는 아동이 18세가 되거나 보호자가 폐기를 요청하기 전까지 장기간 보관된다.

정부가 지문사전등록을 위한 예산을 줄이고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반면에 민간기업들이 실종아동 예방을 위한 지문등록 캠페인에 앞장서고 있어 대조적이다.

아동 지문 사전등록제를 알리는 경찰청 홍보물.
아동 지문 사전등록제를 알리는 경찰청 홍보물.

◇ 아동 지문등록 의무화 법안 인권위 ‘제동’ =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4월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실종아동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국가인권위의 제동에 걸려 더 이상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노웅래 의원의 개정안은 지문사전등록제를 4세 미만 아동에게 의무화하자는 것이 골자다.

지문사전등록제는 아동이나 치매 어르신 등의 지문을 미리 등록해 놓고 실종됐을 때 신속히 발견하기 위한 제도이다.

18세 미만 아동, 지적장애인과 치매 질환자 중 보호자가 원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지문 사전등록은 안전드림 홈페이지(www.safe182.go.kr)나 모바일 안전드림 앱으로도 가능하다.

실종자를 찾기에 효율적인 제도지만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6월 미아예방을 위해 아동의 지문을 반드시 등록하도록 한 법률 개정안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행법으로도 보호자가 신청하면 아동의 지문을 등록할 수 있는 만큼 이를 강제하는 것은 과잉 조치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인권위는 “아동의 지문을 의무 등록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개인의 이익 침해가 그 효과보다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아동이나 보호자 정보 제공 주체의 동의 없이 개인 정보를 수집·제공하는 것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는 게 인권위의 입장이다.

인권위는 “이 제도는 경찰에서 길 잃은 아동을 보호자에게 인계하기까지 시간을 줄이는 효과가 있지만 지문을 의무 등록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사익의 침해가 그 효과보다 더 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동의 안전을 위해 만들어진 지문사전등록제가 효과는 크지만 의무화 하는 데에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 실종아동 신고 해마다 늘고 장기실종 아동 643명 = 해마다 실종아동 신고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보건복지부와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실종아동 신고는 2016년 1만9870건, 2017년 1만9956건, 지난해 2만1980건으로 매년 2만명을 웃돌고 있다.

지난해 신고된 실종아동 가운데 46명은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고,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간 신고된 아동 중 14명도 미발견자로 남아 있다.

실종 신고를 접수한 지 48시간이 지나도록 발견되지 않은 장기실종 아동은 4월 말 기준 총 643명으로 실종된 지 20년이 지난 경우도 449명에 이른다.

정부는 실종자를 찾기 위해 지난 2012년부터 지문 등 사전등록제를 운영하고 있다. 또 5월 25일을 ‘실종아동의 날’로 정하고 실종아동 예방 활동을 펼치고 있다.

복지부와 경찰청은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제13회 ‘실종아동의 날’ 행사를 개최하고 사회적 관심을 촉구했다.

이날 행사는 실종아동 찾기 유공자 포상, 홍보대사 위촉, 가족찾기 수기 낭독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양성일 복지부 인구정책실장은 “오늘 행사가 실종아동과 그 가족분들의 아픔을 우리 사회가 함께 나누고 같이 행동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진표 경찰청 생활안전국장은 “실종아동의 조기 발견을 위해 아동의 지문 등 사전등록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보호시설 일제 수색 등을 추진해 실종아동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용인서부경찰서가 5월 진행한 어린이 실종 예방을 위한 ‘지문 사전등록 캠페인’ 모습.(사진제공=용인서부경찰서)
용인서부경찰서가 5월 진행한 어린이 실종 예방을 위한 ‘지문 사전등록 캠페인’ 모습.(사진제공=용인서부경찰서)

◇ 민간기업도 아동 지문 등록 활성화에 앞장 = 신세계백화점은 경찰과 손을 잡고 ‘실종아동예방 지문사전등록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은 용인서부경찰서와 함께 어린이들의 실종을 예방하기 위해 ‘지문 사전등록 캠페인’을 5월 한 달간 진행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한 달간 매주 수요일 총 5회에 걸쳐 어린이들이 많이 모이는 아동용품 코너에 홍보 부스를 설치하고 신세계백화점을 찾은 부모와 어린이들이 보다 쉽고 편하게 등록할 수 있도록 했다.

신세계백화점과 용인서부경찰서는 지문을 신규로 사전등록하거나 수정 등록하는 아이들을 대상에게 소정의 문구류도 증정했다.

황재규 용인서부경찰서장은 “앞으로 실종아동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문 사전등록을 홍보하고 사회적 약자와 그 가족이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신세계백화점도 광주지방경찰청와 함께 어린이날(5일)과 실종의 날(25일)을 맞아 ‘실종 예방, 사전 지문등록 캠페인’을 펼쳤다.

지문 사전등록제는 실종에 취약한 18세 미만 아동과 치매어르신, 지적장애인의 지문과 사진, 보호자의 정보 등을 ‘실종자 정보관리 시스템’에 사전 등록해 실종사건 발생 시 등록된 자료를 바탕으로 신속하게 발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 실종자 80% 하루 만에 찾은 부산경찰청의 성과 = 부산지방경찰청이 올해 2월 15개 경찰서에 실종전담팀을 확대 운영한 이후 실종자 발견율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실종전담팀 확대 편성 이후 5월까지 3개월간 실종자 신고 2373건 중 하루 이내 실종자를 발견한 사례는 80.6%인 1913건이었다.

이는 실종전담팀 확대 편성 이전 3개월간 2177건의 실종자 신고 중 76.2%인 1658건을 하루 이내 찾은 것보다 4.4%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18세 미만 실종 아동 발견율도 72.8%에서 81.5%로 8.7% 늘어났다.

부산경찰청은 전담팀 확대 시행 이후 1년 이상 실종자 발견 건수도 269건으로 확대 시행 3개월 전 106건보다 많이 늘어나 장기 실종사건 해결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전담팀이 실종·가출 업무만 집중해 업무효율성과 전문성이 높아졌고 각 경찰서 실종팀 간 공조가 잘 이뤄진 결과”라며 “주변에 길을 잃은 아동이나 장애인, 노인을 발견하면 112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부산경찰청은 올해 2월부터 기존 6개 경찰서 외에 추가로 9개 경찰서에도 실종전담팀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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