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주의 맛있는 미담(味談)] ‘매워도 다시 한번’ 스트레스 날려주는 매운 맛
[마리아 주의 맛있는 미담(味談)] ‘매워도 다시 한번’ 스트레스 날려주는 매운 맛
  • 송지나 기자
  • 승인 2019.06.11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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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그룹 출신으로 현재는 285만 여명의 구독자수를 지니며 아이돌 시절보다 더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미녀 유튜버 도로시.

도로시의 인기 비결을 꼽으라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매운 맛으로 정평이 난 전국의 매운 음식들을 도장 깨기라도 하듯 맛있게 해치워 나가는 그녀의 먹방 영상이 첫 번째 일 것이다.

“아직은 괜찮은데 조만간 매워질 것 같아요.”

둘째라면 서러울 각양각색의 매운 음식을 한입 가득 먹고 그녀가 태연하게 내뱉는 한마디에 오히려 영상을 보는 이들의 입에 침이 고이고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힌다.

특히 송주불냉면과 대전의 실비김치는 그녀의 유튜브 먹방 콘텐츠로 큰 인기를 끌며 품귀현상까지 생겨났으니 매운 음식에 관한 그녀의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할 수 있다.

유튜버 도로시의 송주불냉면, 불김치 먹방 콘텐츠 (사진 출처=도로시 채널)
유튜버 도로시의 송주불냉면, 불김치 먹방 콘텐츠 (사진 출처=도로시 채널)

매운 맛의 중독성과 인기는 어제 오늘이 아니지만 더 세고 강하게, 더 다양한 음식으로 선보여 지는 것이 최근의 트렌드다.

몇 년 전만해도 매운 라면의 대명사는 ‘신라면’이었지만 ‘불닭볶음면’이 출시된 이후 매운맛 마니아들에게 라면의 역사는 삼양 불닭볶음면의 출시 전과 후로 나뉜다는 말이 생겨났다. 그만큼 매운 음식의 폭이 가공식품부터 식당까지 다양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삼양 불닭볶음면.
삼양 불닭볶음면.

속이 쓰리고 다음날 화장실에서 큰 고통을 감수하면서도 우리는 왜 그토록 매운맛에 끌리는 것일까?

과학적으로도 매운맛은 엔도르핀과 세르토닌과 같은 우리 기분을 좋게 하는 신경촉진물을 분비시키는데, 이 매운맛의 성분이 캡사이신이다. 이 캡사이신의 농도 단위를 산술로 계량한 것을 스코빌 척도(Scoville Heat Unit, SHU)라고 한다.

예를 들면 풋고추가 1500, 청량고추가 4000~12000 정도이고, 라면은 신라면이 1320, 불닭볶음면이 4404, 틈새라면이 8557이니 스코빌 척도의 판단 기준으로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스코빌 척도가 화학 공식에 의한 산술적 매움 단계의 접근법 이라면, 매운맛을 표현하는 순 우리말들은 매운 맛을 한층 더 문학적이며 더욱 풍성하게 느끼게 한다. 필자도 이번 칼럼을 위해 매운 맛을 표현하는 순수 우리말을 공부하며 우리말이 얼마나 섬세하고 풍성한 표현력을 지녔는지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알싸하다: 매운맛으로 혀가 알알하다.

알알하다: 아리고 쏘는 느낌이 있다.

얼얼하다: 맛이 매우 맵거나 독하여 혀끝이 아리고 쓰라리다.

알큰하다: 몹시 매워서 입안이 얼얼한 느낌이 나다.

얼큰하다: 매워서 입안이 얼얼하다.

칼칼하다: 맵고 자극하는 맛이 있다.

컬컬하다: 맵고 얼근한 맛이 있다.

그렇다면 현재 한국인들이 열광하는 대표 매운 음식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먼저 매운 해산물 볶음의 양대산맥 용두동의 주꾸미볶음과 무교동의 낙지볶음을 꼽을 수 있겠다.

주꾸미볶음과 낙지볶음.
낙지볶음과 주꾸미볶음.

철판위에서 자글자글 졸여가며 먹는 용두동표 주꾸미는 칼칼하면서 얼큰한 매운 맛으로 직장인과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저녁 식사 겸 안주 메뉴이다.

주꾸미보다 한 단계 더 매운 맛을 자랑하는 무교동표 낙지는 청량고추와 함께 생강과 마늘이 듬뿍 들어가 첫 맛은 알싸하다가 매운 맛이 쉽게 가시지 않아 이내 입안이 얼얼해진다.

그렇다면 도로시의 최애 메뉴이자 매운 음식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실비김치는 어떤 맛일까?

대전 실비김치.
대전 실비김치.

함박눈처럼 빨간 고춧가루가 쌓여있는 실비김치를 한입 먹는 순간 입안에서 불이 나는 매운맛은 알알하고 얼얼하게 아주 오랫동안 우리의 입속에서 춤사위를 펼친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처럼 달콤하고 마음을 설레게 하는 단 맛은 우리를 기분 좋게 만든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단 한방에 날릴 수 있는 한 가지 맛 처방전을 꼽으라면 그 맛은 단언컨대 매운 맛이 아닐까? 무더운 여름날 등골이 오싹해지는 극한의 공포영화를 보았을 때 그간 쌓였던 스트레스와 더위가 일시에 사라지는 순간처럼 말이다.

매워도 다시 한 번. 매운 맛의 매력은 우리를 울고 웃게 하지만 그래도 어느새 또 찾게 되는 치명적인 중독성이 아닐까?

 

Who's 마리아 주

△푸드스타일리스트 △레스토랑 컨설팅&푸드스타일링 ‘푸드바코드(Foodbarcode)' 대표 △푸드코디네이터, 일식·중식·양식 조리기능사 자격증 △서울국제푸드앤테이블웨어 박람회 ’테이블세팅‘ 개인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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