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영 변호사의 법률창] 산재 인정에 필요한 과로의 정도
[윤미영 변호사의 법률창] 산재 인정에 필요한 과로의 정도
  • 김복만 기자
  • 승인 2019.05.3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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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영 법무법인 사람 대표변호사
윤미영 법무법인 사람 대표변호사

산재전문 변호사로 산재사건 상담을 하거나, 강의를 하다보면 자주 받는 질문이 있다. 바로 “몇 시간이나 일해야 과로로 보아 산재 인정을 받을 수 있느냐?”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변에 앞서 먼저 산업재해의 종류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어떤 부상이나 질병이 산업재해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업무로 인한 것이어야 한다. 어렵게 표현하면 ‘업무와 인과관계’ 있는 부상이나 질병이 산재로 인정을 받는다.

산업재해는 ‘사고로 인한 재해’와 ‘질병으로 인한 재해’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이렇게 두 가지로 나누는 이유는 위에서 말한 ‘업무와의 인과관계’가 있는지 판단하는데 있어서 양자 사이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사고로 인한 재해’는 업무와의 인과관계 판단이 쉽고, 업무와의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되어 산재가 될 가능성이 비교적 높다. 이에 비해 ‘질병으로 인한 재해’는 업무와의 인과관계 판단이 어렵고, ‘사고로 인한 재해’보다 산재가 인정될 가능성이 비교적 낮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하면, A가 높은 장소에서 작업 중 추락하여 다리뼈가 부러진 경우(골절), 이는 ‘사고로 인한 재해’에 해당한다. 이 경우 A가 입은 골절상이 작업 중 추락과 상관없이 발생했다고 볼만한 이유를 찾기 쉽지 않다. 그래서 ‘사고로 인한 재해’는 업무와의 인과관계 판단이 쉽고, 업무와의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되어 산재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질병으로 인한 재해’는 어떨까? 예를 들어 B에게 뇌출혈이 발생한 경우, 이는 ‘질병으로 인한 재해’에 해당한다. 질병은 보통 장기간에 걸쳐 발병하게 되므로 그 발병이 업무와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 판단이 어렵다. B의 뇌출혈이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 때문에 발생한 것인지 아니면 개인적으로 갖고 있던 기초질환이나 과거 병력 때문인지 원인 파악이 쉽지 않다.

그래서 ‘질병으로 인한 재해’의 경우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산재인지 아닌지를 결정한다. 위에서 말한 여러 가지 요소 중 중요한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① 일정 시간 이상의 근무(과로)

② 업무상 흥분, 공포, 놀람 및 급격한 근무환경의 변화

③ 교대제, 유해작업환경

④ 기존질환(고혈압, 고지혈증 등)에 대한 관리

⑤ 생활습관(흡연, 음주 등)

다시 이번 칼럼의 주제로 돌아와 “몇 시간이나 일해야 과로로 보아 산재 인정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답변하면, 산재 인정에 필요한 절대적인 업무시간 기준은 없다. 다만 고용노동부고시에서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고 있는데, 이것이 과로에 대한 기준이 될 수는 있다.

그래서 고용노동부고시의 내용 중 업무 시간에 대한 내용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단기간 과로 : 발병 전 1주일 이내의 업무의 양이나 시간이 30% 이상 증가한 경우

2) 만성적인 과로 :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을 초과하는 경우

3) 야간근무 : 오후 10시부터 익일 오전 6시 사이의 야간근무의 경우에는 주간근무의 30%를 가산(휴게시간은 제외)하여 업무시간 산출

그렇다면 앞의 사례로 돌아가서 B에게 뇌출혈이 발병한 후 업무시간을 계산해 보았더니, B가 뇌출혈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60시간을 초과해 근무했다면 B는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B의 경우 업무시간이 고용노동부고시에서 정한 기준을 초과하므로, 산재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먼저 설명한 것처럼 ‘질병으로 인한 재해’의 경우에는 업무시간(과로) 이외에도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따라서 B의 기존질환(고혈압, 고지혈증 등) 관리 및 생활습관(흡연, 음주 등)까지 모두 고려하여, 산재인지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요즘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도 과로사 뉴스를 접하게 된다. 최근에는 집배원의 과로사가 이슈가 되고 있다. 과로사란 과중한 업무로 인해 고혈압, 동맥경화증 등 질병이 악화되어 뇌출혈·뇌경색 등의 뇌혈관 질병, 심근경색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는 것이다.

과거 산재는 육체노동이나 생산업무를 하는 사람에게 주로 발생하고, 정신노동을 하는 사람과는 상관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무직, 관리직 직원에게 뇌심혈관질환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

과거 제조업·건설업 등 제2차 산업 위주의 우리나라 산업구조에서 서비스업과 같은 제3차 산업의 비중이 증가하면서, 과로 및 스트레스로 인한 뇌혈관 질병, 심장 질병, 신경정신계 질병 등 과로와 관련 있는 ‘직업성 질병’ 의 발생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일단 산재가 발생하면 근로자는 건강을 상실하고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으며, 그가 부양하던 가족의 생계마저 위험에 처하게 된다. 또한 요양비용, 재활비용, 휴업급여 등의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국민경제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따라서 근로자의 복지를 증대할 수 있고, 국민경제에도 효율적인 최선의 방법은 산재가 발생하기 전에 이를 예방하는 것이다. 연이은 집배원 과로사 뉴스에 필자가 한 생각은 정부가 과로사 예방 정책을 강화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한편 과로사의 원인이 전부 업무적인 요인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뇌심혈관질환의 발병에는 기존질환(고혈압, 고지혈증 등)에 대한 관리와 생활습관(흡연, 음주 등)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평소 건강관리에 신경을 쓰는 등 개인적인 노력도 소홀히 하지 않아야 과로사를 방지할 수 있다.

 

<윤미영 변호사 프로필>

- 제5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수료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직무대리 역임
-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민사조정위원 역임
- 대한변호사협회 산재소송실무 강의
- 現) 법무법인 사람 대표변호사
- 現)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산재 전문 변호사
- 現) 수협중앙회 공제분쟁 심의위원
- 現) 서울특별시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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