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아이가 타고 있다고?” 퇴색된 아동보호
“까칠한 아이가 타고 있다고?” 퇴색된 아동보호
  • 김은교 기자
  • 승인 2019.05.28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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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급시 ‘아이 우선 구조’ 의미 가진 ‘베이비 온 보드’서 유래
실질 효과 불구, 무분별한 희화화로 차량 장식용 변질 우려

[베이비타임즈=김은교 기자] 일상에서 ‘베이비 온 보드(Baby On Board)’ 스티커를 붙인 자동차를 누구나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원래는 베이비 온 보드가 정확한 표현이지만, 혹시라도 이 단어가 생소하다면 ‘베이비 인 카(Baby In Car)’ 혹은 ‘아기가 타고 있어요’ 등의 문구가 담긴 스티커를 생각해도 좋다.

그런데 이 스티커, 과연 왜 붙이는 것일까?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이 스티커가 아이 안전을 위해 주변 차량에 요청하는 안전운전·서행운전·경적주의 등의 당부일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베이비 온 보드 스티커의 의미는 그게 아니다. 언제 발생할지 모를 교통사고 시 아이의 우선 구조를 바란다는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베이비 온 보드 표시는 메시지의 현실 반영을 위한 효과적인 장치로 잘 사용되고 있을까? 또 스티커를 목격한 운전자들은 안전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보다 많이 느낄 수 있을까?

'아기 우선 구조' 를 요청하기 위해 차량에 부착하는 베이비 온 보드(Baby On Board) 스티커.
'아기 우선 구조' 를 요청하기 위해 차량에 부착하는 베이비 온 보드(Baby On Board) 스티커. (사진=김복만 기자)

◇ 베이비 온 보드의 시작

‘아기가 타고 있어요’로 대표되는 베이비 온 보드 스티커는 교통사고 발생 시 아이의 우선적 구조를 위해 부착했다는 것이 지금까지 알려진 ‘유래’이자 ‘설’이다.

지난 2002년 캐나다에서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했는데, 인명 구조에 나선 경찰이 차량 뒷 자석에 있던 아기를 미처 발견하지 못해 결국 그 아기가 죽었다는 일화에서 비롯됐다. 그 후부터 차량 뒤에 ‘Baby On Board’라는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붙였다는 것이다.

결론을 먼저 얘기하자면 이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 지금의 베이비 온 보드 형태의 표지판이 처음 등장 한 것은 1984년 9월 미국에서부터이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에서 엄청난 판매고를 기록한 이 표지판은, 미국의 사업가인 마이클 러너가 디자인한 유아용 상품인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독일의 어떤 자매가 고안해 낸 것을 마이클 러너가 인수, 자신의 어린이용품 업체에서 판매했다는 것이다.

당시 이 표지판은 미국 내에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해당 스티커는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다수의 사람들이 활용하고 있는 차량용 인기상품이다.

◇ “그 차에는 정말 아기가 타고 있었을까?”

하지만 베이비 온 보드 스티커를 대하는 대중의 반응은 그리 좋지만은 않다. 아기의 탑승 여부를 나타내는 문구가 굉장히 ‘까칠해’, 보는 사람을 불쾌하게 만드는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보통, 자동차에 부착하는 알림 메시지는 운전자들의 상호 안전을 위한 ‘정보 전달 매너’의 기능을 한다. 앞 유리 하단에 운전자의 ‘휴대폰 번호’를 남기는 것도, 뒷 유리창에 ‘초보운전’ 메시지를 부착하는 것도 그 이유에서다.

그러나 모든 베이비 온 보드 메시지가 정확한 정보 전달 매너를 준수하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모두가 그렇게 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한 사례로, 어떤 운전자는 ‘아기가 타고있어요’ 스티커를 붙인 차량이 도로를 거칠게 질주하는 상황을 목격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렇게 거칠었던 운전 차량 안에는 정말 ‘아기가 타고 있었을까?’ 공공의 약속이 깨지고 제도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일 수 밖에 없다.

물론, 실제 아이가 있는 가정의 차량에 해당 스티커를 붙이는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앞의 사례처럼 그렇지 않은 경우도 곳곳에서 발생해 그 효과성에 의심을 보내는 사람도 대다수다.

갑작스런 교통사고 시, 아이의 차량 탑승 가능성을 인지하게 만드는 베이비 온 보드 표시. 이 시스템은 과연 운전자들 사이에서도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정중하게 매너를 지킨 스티커 내용들은 다른 운전자들의 시선을 끌고 안전 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이끌어 낸 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앞서 제시한 ‘Baby On Board’, ‘Baby In Car’, ‘아기가 타고 있어요’가 그 예시다.

의도가 불분명하거나 무분별한 내용의 베이비 온 보드 스티커는 보는이로 하여금 불쾌감을 조성하기도 한다.
의도가 불분명하거나 무분별한 내용을 담은 베이비 온 보드 스티커는 보는 이로 하여금 불쾌감을 조성하기도 한다.

◇ “까칠한 아이가 타고 있어요” 그래서, 어쩌라고?

하지만 문제가 되는 사례도 분명히 있다.

만약 운전 중 눈앞에 ‘까칠한 아이가 타고 있어요’, ‘차 안에 소중한 내 새끼 있다 조심해라’ ‘차 안에 미래 판검사될 내 새끼 있다’라는 문구가 있다면?

한 운전자는 이와 같은 메시지를 보자마자 ‘그래서? 어쩌라는거지?’라는 불쾌감이 먼저 들었다고 말한다. 스티커를 붙인 앞 차에 까칠한 아이가 타고 있을지언정, 그 스티커를 바라보며 주행을 하는 운전자의 기분은 그보다 더 까칠해질 뿐인 것이다.

심지어 ‘빵빵대면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 죽여버림’, ‘차주 성격 더러움’, ‘미남이 타고 있어요, 애인 없음’ 등 협박에 가까운, 또는 안전과는 전혀 무관한 내용의 메시지가 부착돼 있는 경우도 있다.

차량용 스티커의 목적에 맞지 않는 희화화와 무분별한 사용은 인명 안전을 지키기 위한 제도의 효과성을 저해할 뿐이다. 운전자의 기분을 불쾌하게 할 뿐만 아니라 도로안전의 무질서까지 초래할 수도 있다.

교통사고 현장에서 아이의 신속한 구조가 이뤄질 수 있도록 스티커 내용에 아이 혈액형을 함께 기재한 사례. (사진=윤광제 기자)
교통사고 현장에서 아이의 신속한 구조가 이뤄질 수 있도록 스티커 내용에 아이 혈액형을 함께 기재한 사례.

◇ 구조현장에서 빛을 발하는 ‘베이비 온 보드’ 효과

베이비 온 보드 스티커는 구조현장에서 진짜 그 힘을 발휘한다.

서울소방재난본부 구조대책팀 한일수 구조장비담당관은 "아기가 타고 있다는 내용의 차량용 스티커가 실제 응급 상황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 담당관은 "교통사고 현장에 출동했을 때 차량에 부착된 베이비 온 보드 스티커를 발견하면, 아이의 생존 여부를 더욱 세심히 살피게 된다"고 말했다. 스티커를 인식함과 동시에 아이 구조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베이비 온 보드 표시의 효과성이 미비하다는 일부 시각에 대한 답변도 이어졌다. 한 담당관은 "그건 각자의 생각 차이일 뿐이라며,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는 현장 구조 활동 시 이 스티커가 많은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베이비 온 보드 스티커의 부착 위치를, 깨지면 조각나 무너지는 뒷 유리창이 아닌 차체 트렁크로 변경해야 한다는 일부 의견에 대한 답변도 들을 수 있었다.

한 담당관은 해당 의견과 관련해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아니라고 답했다. 스티커를 붙인 뒷 유리창이 사고의 충격으로 깨졌을 때, 스티커를 붙인 부분은 유리가 덜 깨지는 긍정적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유리파편의 튀는 정도도 감소할 수 있다.

서울소방재난본부 송호정 홍보기획팀 주임 역시 "사고 현장에 출동했을 때 베이비 온 보드 스티커가 붙어 있으면 저절로 경각심이 생겨 차량 내·외 주변을 더 세심히 수색하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아이들은 몸집이 작아 눈에 잘 띄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 체중이 가벼워 충돌과 동시에 어디로든 튀어나갈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충격이 가해질 경우 아이가 차량 틈 사이에 박혀 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송 주임은 "이와 같은 다양한 경우의 수를 두고 봤을 때 아이 우선 구조를 부탁하는 베이비 온 보드 스티커는 분명히 사회적으로도 긍정적인 기능을 할 수 있는 좋은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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