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게임중독은 질병”…국내 찬반여론 '비등'
WHO “게임중독은 질병”…국내 찬반여론 '비등'
  • 김은교 기자
  • 승인 2019.05.27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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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중독 판단기준, 의사 소견따라 유동적”
의료계 “게임중독은 정신질환. 정확한 기준 필요”
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해 국내 게임업계를 중심으로 한 찬반 논란이 커지고 있다.
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해 국내 게임업계를 중심으로 한 찬반 논란이 커지고 있다.

[베이비타임즈=김은교 기자] WHO(세계보건기구)가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 이른바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했다. 현재, 이를 중심으로 각계각층의 찬반 여론이 매우 거세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72차 WHO 총회 B위원회는 현지시간 25일 게임이용장애 증상에 '6C51'이라는 질병 코드를 부여한다고 밝혔다.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ICD-11)’이 통과된 결과다. 이번 의결은 위원회 내 ‘만장일치 의결’이라는데 더 큰 의미를 보인다.

게임 중독은 정신·행동·신경발달 장애 부문의 하위 항목으로 분류됐다. 이번 개정안은 법안 발효시점인 2022년부터 적용되며 194개 WHO 회원국에 도입될 예정이다.

이번 WHO의 결정으로 게임 마니아들이 많은 우리나라에 직격탄이 떨어졌다. 지금도 게임업계를 중심으로 각계각층의 다양한 입장이 서로 상충되고 있는 상태다.

우선 WHO는 게임 통제 능력이 손상되고,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중시하는 증상에 중점을 뒀다. 그리고 “이러한 부정적인 상황에도 12개월 이상 게임을 한다면 ‘게임이용장애’라고 규정한다”고 정의했다. 증상이 심할 경우에는 12개월 이전일지라도 질병 판정을 내릴 수 있게 했다.

해당 발표 직후, 게임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이어 84개 단체 명의로 공식 반대 성명도 발표했다. 질병코드 지정은 너무 성급한 판단이며, 게임 중독은 의사 개개인에 따라서 판정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주장의 근거다.

만약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할 경우 3년 간 우리나라 게임 산업에서 약 6조34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이번 WHO의 게임 중독 질병 규정이 국내 게임 산업의 경쟁력 저하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우려했다.

의료계는 게임 중독을 정신질환으로 보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 단, 게임 중독을 정의할 수 있는 정확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WHO의 이번 결정은 국내 관계부처 내에서의 의견 대립 현상도 불러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 개정안의 국내 도입을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결정이 과학적 검증 없이 내려졌다는 것이 그 이유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6월 중 게임이용장애 관련 민관협의체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6월 중 게임이용장애 관련 민관협의체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해당 내용에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다. 향후에는 각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민관협의체 구성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국내에서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등록할 수 있는 시기는 2026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려면 통계청에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를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2022년 발효되는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을 KCD에 반영하려면 2025년 고시를 거쳐 2026년 즈음 시행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WHO가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해도 그 결정을 받아들이는 것은 각국의 자율적 결정에 따라 달린 문제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는 게임이용장애 관련 민관협의를 위한 협의체를 오는 6월 중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협의체는 게임이용장애 관련 현안을 논의하고 향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관계부처·법조계·시민단체·게임분야·보건의료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할 계획이다. 특히 ▲국내 현황과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개정 문제 ▲관계부처 역할과 대응방향 등에 대해서 논의하게 된다.

이번 제1차 회의에서는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 내 게임이용장애 등재와 관련된 주요현황과 향후 운영방향 의견도 나눌 예정이다.

보건복지부 권준욱 건강정책국장은 “이번 협의체 운영이 서로 의견을 나누는 것 뿐만 아니라 향후 일정인 ‘2022년 국제질병분류 공식 발효’, ‘2026년경으로 예상되는 국내 질병분류체계 개편’에 대비해 중장기적 대책을 논의하고 준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체부는 이러한 복지부의 정책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에는 게임 중독의 질병 규정에 반대한다는 공식 의견서를 WHO에 전달하기도 했다.

박승범 문체부 게임콘텐츠산업과장은 “WHO의 이번 개정안이 2022년에 시행돼도 아직까지는 권고일 뿐이라며, 국내 적용을 위해서는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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