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시가, 올케→새언니” 소통행복, 평등한 가족호칭으로부터
“시댁→시가, 올케→새언니” 소통행복, 평등한 가족호칭으로부터
  • 김은교 기자
  • 승인 2019.05.16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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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호칭, 불평등한 옛 이데올로기 잔존
시대착오적 호칭 현대에 맞게 정비 필요

[베이비타임즈=김은교 기자] "앞으로는 ‘시댁·처가’가 아닌 ‘시가·처가’, ‘집사람·바깥양반’ 대신 ‘배우자’라는 호칭을 쓰는 것은 어떨까요."

시댁은 시부모가 사는 집을 높여 부르는 말이며, 처가는 아내의 집을 이르는 말이다. 또 바깥양반이란 아내가 남편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지만 집안의 남자 주인을 높인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반면 집사람이란 타인에게 본인의 아내를 겸손하게 이른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최근 비대칭적이고 시대착오적인 가족 호칭에 문제를 제기하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지난 4월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이사장 김혜영)은 민주적이고 평등한 가족문화 확산을 위해 ‘가족호칭 사례 공모전’을 실시했다.

지난 4월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이 실시한 가족호칭사례 공모전의 응모작들. (자료제공=여성가족부)
지난 4월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이 실시한 가족호칭사례 공모전의 응모작들. (자료제공=여성가족부)

공모전에는 비대칭적인 의미의 시댁과 처가 대신 모두 시가와 처가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례, 그리고 올케라는 말 대신 새언니라는 호칭을 사용했더니 가족 간 대화가 더 늘었다는 사례 등이 응모됐다. 한편, 올케란 오라비의 계집을 줄인 말이다.

2007년 한국여성민우회(공동대표 김민문정, 강혜란)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배우자의 여·남동생에 대한 호칭의 차이가 불평등하다는 의견이 40.7%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2월,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국민생각함에서 조사 결과에서도 이와 동일한 내용에 대해 ‘문제 있다’라는 의견을 보인 비율이 98%에 이르렀다. 성별 호칭에 따라 낮은 지위가 전제되고 있다는 의식이 확산된 결과다.

현재, 여성의 경우 남편의 동생을 호칭하기 위해 경어를 사용하지만 남성은 여성의 동생을 호칭할 때 펑어를 사용하고 있다.

여성은 혼인과 동시에 남편의 동생들을 도련님·아가씨·형님 등 높임의 뜻이 포함된 단어로 호칭한다. 그러나 남편은 아내의 동생들을 부를 때, 뜻 그대로 처남·처제 등의 호칭을 한다.

가족 호칭, 나만 불편한가요를 주제로 개최된 2019년 제2차 가족포럼 현장.
가족 호칭, 나만 불편한가요를 주제로 개최된 2019년 제2차 가족포럼 현장.

여성가족부(장관 진선미)는 지난 15일 한국건강가정진흥원, 한글문화연대와 함께 ‘2019년 제2차 가족포럼’을 열고 가족 호칭 관련 다양한 의견을 공유하기도 했다.

신지영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오늘날의 가족 호칭은 과거 불평등한 가족 관계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성차별적 세계관이 담겨있을 수밖에 없다”며, “가족 호칭 개선은 아주 오래된 과제”라고 전했다. 또 “시대에 맞지 않는 말을 현재에 맞게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회 속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의 핵심은 바로 ‘말’이다. 이와 관련해 “호칭이란 나와 이야기하는 상대를 부르는 것이므로 듣는 사람이 편한 호칭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 신 교수는 “행복은 말하기 능력 즉 소통능력에 비례한다. 즉, 가족의 행복 역시 소통 지수와 비례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아울러 “소통이 잘 이루어지는 가족의 행복을 위해 이전과 현재의 간격을 좁힐 수 있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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