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펫 설치 4년, 교통안전효과 높이려면 ‘장소 적정성’이 관건
옐로카펫 설치 4년, 교통안전효과 높이려면 ‘장소 적정성’이 관건
  • 김은교 기자
  • 승인 2019.05.14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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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 시선집중 및 감속 효과 분명 있어
옐로카펫 이용자, 실제 “보호받고 있다” 느껴

[베이비타임즈=김은교 기자] 2015년 4월, 어린이 안전을 위한 최초의 옐로카펫이 서울 성북구 길원초등학교 앞에 설치됐다. 그로부터 4년 후인 2019년 5월 현재, 전국 887곳(2018년 12월 기준)에 옐로카펫이 확대설치됐다. 옐로카펫 설치 4년이 지난 지금, 과연 옐로카펫은 어린이 교통안전에 어떤 효과를 보이고 있을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옐로카펫 설치 후 운전자의 집중도가 상당 부분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더 나은 교통안전효과 기대를 위해서는 설치장소에 대한 적정성이 주요 관건인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2일 ‘옐로카펫 효과성 증진을 통한 어린이통학로 안전보장을 위한 방안모색 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용호 의원(무소속, 전북 남원·임실·순창)이 주최하고 국제아동인권센터,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주관한 이번 토론회는 어린이의 달을 맞아 옐로카펫의 효과 및 현황을 중간점검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시행중인 옐로카펫의 설치효과 분석 및 연구, 시인성 증진 효과 검증 등 교통안전 영향 분석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옐로카펫’이란 아이들이 횡단보도를 기다리는 노란색 구분 공간이다. 아이들은 이 곳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운전자들은 해당 구역에 있는 아이들을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해, 아동 교통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했다.

안효섭 한국 3M 교통안전사업부 박사
안효섭 한국 3M 교통안전사업부 박사

◇ 가이드라인 무시한 옐로카펫 설치, 교통안전 실효성 낮춰

발제를 맡은 안효섭 한국 3M 교통안전사업부 박사는 옐로카펫 설치 후의 시선집중도 및 교통안전 효과, 그리고 이용자 측면에서의 실효성 연구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먼저 옐로카펫을 향한 시선집중도를 토대로 시인성의 변화를 살펴봤다.

실험에 따르면 사람의 눈은 횡단보도 앞에서 하늘-차량-건물 순서로 물체를 인식했다. 이는 옐로카펫 설치 전의 상황이다. 반면 옐로카펫 설치 후에는 사람의 눈이 옐로카펫을 먼저 본 후 차량-하늘 등으로 시선을 분산했다.

옐로카펫 설치 지점에 따라 시선집중도가 79%까지 증가한 곳도 있었다. 이와 같은 결과만 보더라도 옐로카펫 설치 시, 옐로카펫에 대한 시선집중도가 상당히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옐로카펫에 대한 시선집중도가 떨어지는 곳도 있었다. 확인 결과, 시선집중도가 떨어진 2개 지점 중 한 곳은 옐로카펫 주변에 노란색 시설물 또는 표지판 등이 설치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머지 장소는 노란색 벽면 없이 미니어처로만 옐로카펫을 설치하는 등, 옐로카펫 제작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은 부적합한 형태의 시공을 한 경우인 것으로 파악됐다.

◇ 옐로카펫 만족도 70%, 미래 교통안전 솔루션 역할 기대

옐로카펫 설치가 교통안전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연구도 진행됐다.

드론촬영을 통해 도출한 통계 분석 결과에 따르면 ‘국지도로 비신호교차로’일 때 옐로카펫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옐로카펫 설치 전에는 차량 속도에 변화가 없었으나 설치 후 속도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반면 ‘국지도로 신호교차로’에서도 옐로카펫 설치 전·후 속도 변화가 발생했으나, 이 경우에는 해당 현상이 옐로카펫에 의한 속도 절감인지, 신호를 지키기 위한 절감인지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뒤따랐다.

그렇다면 과연, 옐로카펫 이용자들은 옐로카펫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이와 관련해 안 박사는 이용자 8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실시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용자들은 옐로카펫을 이용함으로써 본인이 ‘안전하다’ 혹은 ‘보호받고 있다’라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족도는 70%에 육박했다.

설문 대상자별로 확인해 봤을 때는 학생들은 ▲옐로카펫의 인지 ▲설치장소의 적절성 ▲현장교육을 받은 경험에 따라 교통안전효과 증가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모들은 ▲옐로카펫의 인지 ▲보행주의에 대한 관심이 높을수록 교통안전효과가 증가할 것이라 기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 박사는 이러한 결과들을 통해 옐로카펫이 교통안전 시설의 범주에 포함돼 더 발전된 형태의 검토와 인식이 행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수철 도로교통공단 교통과학연구원 정책연구처장
강수철 도로교통공단 교통과학연구원 정책연구처장

◇ ‘넛지 효과’ 통해 옐로카펫 효과성 입증

강수철 도로교통공단 교통과학연구원 정책연구처장은 옐로카펫 설치 효과에 대한 분석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현재 어린이 횡단 중 사고는 2013년 이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08~2017년 발생한 ‘차 대 사람’ 교통사고 비율로 따져봤을 때, 사고발생 건수가 전체 22.07%인데 비해 어린이 사고 발생 건수는 42.25%라는 분석도 있다. 어린이 사고가 전체 대비 약 2배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사망자 규모에서는 전체 비율이 37.37%인데 비해 어린이 비율이 60.11%인 것으로 드러났다. 약 1.6배 수준이다.

현재 옐로카펫에 대한 인지율은 21%에 불과하다. 하지만 옐로카펫에 대한 사전 정보가 있는 경우, 평소보다 속도를 낮춰 주행하는 비율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강 처장은 강요없이 유연한 선택을 유도하는 ‘넛지(Nudge) 효과’를 활용해 횡단 보행자의 안전한 대기공간을 조성하는 효과를 옐로카펫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옐로카펫이 실질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실제로 어린이와 운전자 간 의식조사 분석에 따르면, 횡단보도에 옐로카펫이 설치돼 있을 경우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옐로카펫 안에서 대기하는 결과를 보였다. 운전자의 경우에는 옐로카펫을 인지하고 주행할 때 속도를 줄이는 비율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현상들은 옐로카펫의 효과성을 입증해 ‘교통사고 감소’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불러오기도 했다.

옐로카펫 효과성 증진 및 어린이통학로 안전보장을 모색하기 위한 패널 토론 현장.
옐로카펫 효과성 증진 및 어린이통학로 안전보장을 모색하기 위한 패널 토론 현장.

◇ 옐로카펫 설치 관련 보완점 아직 많아

토론회 발표 후 진행된 질의응답 시간에는 옐로카펫에 대한 청중들의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졌다.

대구에서 온 한 청중은 학교 앞 뿐만 아니라 어린이공원 인근 횡단보도에도 옐로카펫 설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 어린이 횡단 사고의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면허증 발급 과정 중 보행자 우선 관련 교육 이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당 질문에 강수철 처장은 어린이공원은 아직 어린이보호구역 지정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장소이지만 지자체장의 직권을 통해 보호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지자체를 대상으로 직접적인 의견 요청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옐로카펫 설치 과정 중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한 청중은 옐로카펫 설치 시 횡단보도 앞에 있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에 대한 유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옐로카펫을 설치할 때 간혹 점자블록을 철거하는 경우가 있어, 옐로카펫 제작 가이드라인에 미흡한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다.

점자블록을 철거하게 되면 시력이 없는 전맹 시각장애인들은 횡단보도 정지선을 찾을 수가 없게 된다. 저시력 시각장애인들은 옐로카펫과 점자블록을 구분하지 못하게 돼 오히려 더 위험한 사고에 이를 수 있게 된다.

이와 관련해 이종수 행정안전부 안전개선과장은 해당 문제는 옐로카펫 가이드라인 작성 시에도 문제제기가 됐던 부분이라고 말하며 차후 가이드라인 개정 시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행사를 주최한 이용호 의원은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높은 교통사고 발생 비율에 대해 언급하며 국가차원에서도 어린이 교통안전 보장을 위한 다각도의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사회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뜻 깊은 선물 중 하나가 바로 ‘어린이 통학로 안전보장’임을 강조하며 옐로카펫이 효과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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