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주의 맛있는 미담(味談)]한 끼 식사 아닌, 소중한 추억 ‘갈라디너’
[마리아 주의 맛있는 미담(味談)]한 끼 식사 아닌, 소중한 추억 ‘갈라디너’
  • 신화준 기자
  • 승인 2019.04.23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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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7년 개봉해 전 세계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운 영화 ‘타이타닉’.

당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로 많은 이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지만 그에 버금가는 화제는 영화의 배경이 되었던 초호와 크루즈선이 아니었을까?

당시 어린 소녀였던 필자에게는 너무나 화려하고 호화롭게 여유와 사교를 즐기는 외국인들의 크루즈 여행이 우리와 다른 먼 나라의 이야기만 같았다.

우산장수는 하늘만 본다는 말처럼 성인이 되고 음식 관련업을 하게 된 이후 타이타닉을 다시 보았을 때 필자가 인상 깊게 느낀 것은 저녁이 되면 신분과 계급을 막론하고 어김없이 디너쇼와 파티가 열리는 장면이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100여년 전에도 서양에는 갈라디너가 일상화 되어 있었다는 점이 놀라웠고, 한편으로는 서양의 수준 높은 식문화가 그들의 오랜 경험에서 축적되어온 의식과 생활방식에 기초한다는 점이 부럽기도 했다.

영화 타이타닉 장면 캡처.
영화 타이타닉 장면 캡처.

아직은 많은 이들에게 생소한 이번 칼럼의 주제는 바로 ‘갈라디너’ 다.

이탈리아 전통 축제의 복장에 어원을 둔 ‘gala’는 화려한 축제를 뜻하는 ‘갈라쇼’, 대회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공연을 즐긴다는 취지의 ‘피겨 갈라쇼’ 등 축제를 내포한 행사의 단어로 많이 쓰인다.

잘 차려진 정찬 혹은 만찬 행사를 뜻하는 갈라디너는 과거 한국에서는 흔치 않았지만, 최근에는 해외의 유명 셰프를 초빙하거나 커피·주류업체와의 협업을 통한 행사 등 다양한 기획으로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갈라디너 파티, 갈라디너 쇼 등 저녁식사와 더불어 파티가 더해진 새로운 콘셉트의 갈라 디너들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지난 3월28일 소공로 웨스턴 조선호텔 레스토랑 ‘루브리카’에서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콘셉트의 복고풍 갈라 디너 파티 ‘레트로 락 인 더 와인’ 행사가 열렸는데, 흥미로운 콘셉트의 갈라디너 행사에 필자도 참석했다.

조선호텔 갈라디너 모습. 드레스코드는 데님룩. (사진제공=마리아주)
조선호텔 갈라디너 모습. 드레스코드는 데님룩. (사진제공=마리아주)

새로운 복고(retro)를 뜻하는 ‘뉴트로’ 콘셉트의 갈라디너와 파티가 결합된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의 드레스 코드는 그 시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데님룩’이었다.

디너코스에 앞서 식전행사로 맥주, 샴페인 등 웰컴 드링크와 가벼운 튀김요리가 먼저 준비됐다.

DJ는 뉴트로 콘셉트에 맞게 LP 턴테이블로 디스코와 락 등 다양한 70~80년대 음악을 선보였고, 레스토랑 곳곳에 마련된 그 시대를 그대로 옯겨 놓은 듯한 분위기를 만끽하며 손님들은 즐거운 포토타임을 가졌다.

7시 디너코스가 시작되자 갈라디너 파티 ‘레트로 락 인 더 와인’ 의 콘셉트처럼 그룹 퀸의 음악들이 적당한 볼륨으로 흘러 나왔다.

디너 코스는 트러플 브루스게타, 랍스터 에피타이저와 치킨렉, 소고기를 감싸서 튀겨낸 파이, 마지막 디저트를 장식한 과일 파르페까지 저마다의 개성 넘치는 음식들로 옛 감성을 떠올리게 했으며 각각의 음식에 맞는 마리아주로 다양한 와인들이 페어링됐다.

또한 디너코스가 마무리 될 즈음에는 결식아동을 돕는 뜻 깊은 와인경매 행사도 이뤄졌다.

한국의 5성급 호텔 레스토랑 갈라 디너는 포멀한 드레스로 격식을 갖춰야 하는 보수적인 행사라는 틀을 깨고 새로운 방식으로 기획된 이번 행사는 신선하고 새로운 경험이었다.

조선호텔 갈라디너 메뉴. (사진제공=마리아주)
조선호텔 갈라디너 메뉴. (사진제공=마리아주)

조선호텔의 갈라디너는 음식과 파티, 경매 등 고객의 참여가 결합되는 기획에 그 의미가 있었다면 오직 셰프의 스페셜한 코스요리들로 진행되는 갈라디너는 내노라 하는 미식가들마저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지난 연말에는 청담동 ‘스시코우지’에서 특별한 갈라디너 행사가 열렸다.

스시코우지는 미슐랭 레스토랑 출신의 일본인 나카무라 코우지 셰프가 운영하는 청담동의 고급 스시전문점으로 한해를 마무리하는 갈라디너에서 최고급 식재료를 활용한 다양한 요리로 산해진미의 진수를 느낄 수 있었다.

스시 코우지의 갈라디너 메뉴. (사진제공=마리아주)
스시코우지의 갈라디너 메뉴. (사진제공=마리아주)

청란과 대구이리에 생 블랙 트러플을 갈아 올린 에피타이저, 대게살과 내장을 버무려 훗카이도산 우니와 캐비어를 올린 요리, 푸아그라를 모티브로 한 아구간 모나카, 한우 안심에 시소를 말아낸 튀김 등 참신한 발상의 요리들 곳곳에서 코우지 셰프의 센스를 엿볼 수 있었다.

음식과 함께 코우지셰프의 식재료와 요리에 관한 친절한 설명은 음식의 맛을 더욱 돋우는 훌륭한 조미료가 됐고, 전통적인 일식요리의 틀을 깬 다양한 코스요리들은 참석자들의 오감을 만족시켰다.

스시코우지 갈라디너 메뉴. (사진제공=마리아주)
스시코우지 갈라디너 메뉴. (사진제공=마리아주)

타이타닉호 크루즈선에 탑승한 귀족들에게는 그것이 일상일 수 있겠으나 한 끼의 식사를 위해 갈라디너의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장소, 음식, 참석자들 까지 고려해 드레스코드를 갖추며 고가의 금액을 지불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수준 높은 갈라디너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나고 있다는 점을 극소수만이 누리는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하기에는, 국내 식문화의 수준을 전반적으로 끌어 올려주는 갈라디너 문화의 긍정적 측면이 많아 아쉬움이 남는다.

‘갈라디너’ 그것은 한끼의 식사를 위한 소비가 아닌 소중한 시간을 추억으로 채우는 경험이어야 한다.

따라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갈라디너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그 무엇인가’가 행사의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Who's 마리아 주

△푸드스타일리스트 △레스토랑 컨설팅&푸드스타일링 ‘푸드바코드(Foodbarcode)' 대표 △푸드코디네이터, 일식·중식·양식 조리기능사 자격증 △서울국제푸드앤테이블웨어 박람회 ’테이블세팅‘ 개인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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