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임신 22주 내외 낙태허용”…허용기간 ‘격론’ 예상
헌재 “임신 22주 내외 낙태허용”…허용기간 ‘격론’ 예상
  • 이성교 기자
  • 승인 2019.04.12 00:4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4주 전까진 ‘독자생존’ 못해” vs “12주 이후엔 태아도 자아인식”

태아 사진
태아 사진

[베이비타임즈=이성교 기자] 헌법재판소가 11일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전면 금지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리면서 ‘낙태죄’ 규정이 어떤 방향으로 개정될지 주목된다.

헌재는 이날 낙태죄 관련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2020년 12월 31일까지 관련 법조항을 개정하라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이면서 동시에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 시기까지의 낙태에 대해서는 국가가 이를 허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날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와 270조를 직접 개정하거나, 예외적 낙태 허용을 규정한 모자보건법 14조를 개정하는 방식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특히 임신 후 일정기간 내 낙태를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헌재가 낙태를 허용할 수 있는 ‘임신 초기’를 ‘임신 22주 내외’라고 언급함에 따라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존중하면서도 태아의 생명권을 최소한으로 침해하는 낙태 허용 기간이 언제인지를 놓고 거센 논란이 예상된다.

헌재는 ▲결정가능기간을 어떻게 정하고 언제까지로 할지 ▲결정가능기간에 사회·경제적 사유에 대한 확인을 요구할지 ▲상담요건이나 숙려기간 등을 추가할지 등을 국회가 판단할 몫으로 남겨뒀다.

헌재는 의학계 의견을 근거로 태아가 모체를 떠나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을 마지막 생리기간의 첫날부터 기산해 ‘임신 22주’ 내외로 봤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낙태를 제도적으로 허용할 만한 ‘임신 초기’를 임신 24주로 보는 견해가 적지 않다. 태아가 독자적 생존능력을 갖추기 시작하는 임신 24주를 기점으로 낙태 허용 여부를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학적으로 임신 24주 이내의 태아는 허파를 구성하는 폐포가 될 종말낭이 형성되지 않아 자궁에서 배출되면 독자적으로 호흡할 수 없다. 현행 모자보건법이 부모가 신체질환이나 정신장애가 있거나 강간 등에 의해 임신한 경우 임신 24주 이내에만 낙태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것도 이런 점에 근거를 둔다.

임신 24주 이내 낙태 허용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영국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본다. 영국은 의사 두 명의 동의 아래 임신 24주 이내 낙태를 허용하고, 임신 24주 이후에도 산모 건강·심각한 기형 등의 예외사유에 한해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임신 12주까지만 낙태를 허용하는 방안이 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의학적으로 임신 12주까지의 태아는 사고나 자아 인식, 정신적 능력과 같은 의식적 경험에 필요한 신경생리학적 구조나 기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여겨진다는 점이 주요 근거다.

또 임신 12주 이전의 낙태는 자궁천공이나 출혈패혈증, 양수전색증 등 낙태수술에 의한 합병증 우려가 적다는 점도 이 견해를 뒷받침한다.

지난해 5월 국민투표를 통해 낙태금지를 규정한 헌법 조항을 폐지한 아일랜드가 임신 12주 이내 낙태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 중인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독일이 임신 12주 이내의 경우에만 낙태를 허용하는 것도 입법 과정에서 참고 사항이 될 만하다.

낙태 허용 기간 논란과 상관없이 낙태를 원하는 임산부가 실제 낙태 수술을 받을 때까지 충분히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낙태결정숙고제’ 도입 문제도 함께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낙태 허용이 태아의 생명권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은 아니므로 임신부에게 낙태 결정이 무슨 의미를 갖는지를 충분히 인식할 수 있도록 하고, 결정을 번복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취지다.

미국 텍사스 주가 낙태 수술 24시간 전에 반드시 뱃속 초음파 검사를 하고, 임산부가 이 초음파 화면을 보게 하는 것도 낙태 결정을 바꿀 기회를 준다는 취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